당연하지 않은 명절의 여운

by Naomi

병오년의 설명절이 끝나간다.

올해도 다행히, 전년과 다르지 않게

내 옆에는 여전히 소중한 가족들이 있고

큰 변화 없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 사실이 새삼 고맙다.





토요일부터 시작된 명절 연휴,

그리고 나흘 연속의 휴가.

싱글인 친구와의 약속,

그리고 n년째 명절 첫날을 함께 보내고 있는 선배 언니를 만났다.

부암동은 우리의 시댁도, 고향도 아닌데

우리는 또 부암동에서 만났다.



거의 같은 식당, 비슷한 자리, 비슷한 패턴.

어쩌면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또 한 해의 시작을 함께 확인했다.

시간은 조용히 흔적을 남긴다.



4~5년 전 사진을 들여다보니,

세월이 우리 얼굴 위에도 분명히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예전보다 덜 불안하고

덜 조급하다.

삶을 너무 진지하게 붙들고 있지도 않다.

조금은 힘을 빼는 법을 배운 것 같다.


20년 전, 채플 세례로 알게 되어

중앙도서관 한 모퉁이에서 자꾸 동선이 겹치며 친해진 언니.

그리고 교양 수업 팀 프로젝트로 만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친구.


사람의 인연은 참 알 수 없다.

만남은 많지만,결국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마음과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친구들이 결혼을 했고,

우리는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전에는 집을 벗어나고 싶어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조카들과 좋은 시간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우유병을 빨던 아이들이 어느덧 소녀가 되어

이모를 위로하고 웃게 해준다.

사람이 자라난다는 것,

성장한다는 것이

요즘 들어 가장 신기한 일이다.


나 역시 오래전에는

나만의 가정을 꼭 이루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삶의 중요한 덕목은


어쩌면 물 흐르듯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거스를 수도 없고

되지 않는 것을 억지로 붙잡을 수도 없다.

그저 자연스럽게 놓아주는 것.

기독교인이지만,

가끔은 ‘무위’의 삶을 떠올리게 된다.







새해에는

조금 더 여유롭게, 그러나 목표를 향한

치열함도 잃지 않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기도하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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