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하루종일 감정의 기복이 컸던 것 같다. 아침에는 너무나 걱정스럽고 추운데 대체 내가 왜 성을 보러 가려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작은 소도시를 중심으로 여행을 하려고 계획한 내가 싫었다. 동화 속 세상은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곳에 존재하며 현실과는 간극이 있다는 것을 제대로 깨달았다고 해야하나?
중국인 애들이 6시 정도에 신속하게 짐을 꾸리고 나가서 좀 한가했다. 어제 저녁에 도착하자마자 신속하게 잠옷바지로 갈아입고 분주하게 짐을 정리하고 우적우적 저녁을 먹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이런 여행에 어느정도 노하우가 있는 것 같았다. 배낭을 꾸리는 걸 보고 알았다. 어제 피곤해서 그만 여덟시 쯤에 잠이 들어서 그랬나 새벽 3시에 눈을 떴다. 시계를 볼 수가 없어서 난 6시 좀 안되었겠지 싶었는데 정각 3시였던 거였다. 한 한시간정도 뜬눈으로 뒤척이다가 6시쯤에 깨어서 이것저것 보다 7시에 아침을 먹었다.
독일 유스호스텔에서 가장 맘에 드는 거라면 아침메뉴이다. 이제 제법 유스호스텔을 좀 다녔다고 어떻게 빵을 먹어야하는지 제법 방법을 터득한 거 같다. 햄과 과일 야채로 만든 나의 빵은 이제 그 어느 아침식사보다도 큰 기쁨을 가져다준다. 정말 만족스러웠다.
이상하게 혼자 다녀서 그런가 사진을 엄청 많이 무려133장씩이나 찍었다. 내가 본 모든 순간들을 지인과 가족과 함께 나누고 싶은가보다.
그런데 정말 오늘은 감정의 기복이 너무 컸던 거 같다. 아침엔 뭔가 설레면서 기대가 되다가 성 밖에서 11시 10분 가이드 입장 시간을 기다릴 때는 매우 지루하고 지겹고 따분했고 그 다음에 성을 구경할 때는 호화로운 관경에 넋을 잃고 Ludwig 2세의 몽상가적 성향이 나에게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심스럽게 반성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백조의 성은 독일의 중심을 한참 벗어난한적한 시골에 그것도 너무나 깊고 깊은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었다. 유명한 노이슈반스타인 성의 포지셔닝( positioning)에 대해 생각해본다. 예전같으면 겉모습만 보고 무조건 예쁘다고 좋아했을텐데 지금은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세계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오늘 노이슈반스타인성을 배경으로 제대로 사진 한 장 찍지 않았지만 성을 찾은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한 가족이 다정하게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모습, 모녀지간에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모습, 꼬마 아이가 카메라로 자기 동생을 찍어주고 예쁜 풍경을 담는 모습, 뚱뚱보 부부가 큰 엉덩이를 실룩거리면서 내려가는 모습, 수북히 쌓인 눈을 쓸고 어딘가로 사라지는 관리인 아저씨의 뒷모습....
다양한 군상들이 나를 스쳐지나갔다. 문득,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광경을 함께 보는 것만큼 행복한 순간이 어디 있을까 싶었다!
이십대 초반의 풋풋했던 필자 ㅋㅋ
10시 쯤에 슈방가우역에 도착해서 3시 40분에 나와서 4시 30분쯤에 유스호스텔에 도착했다. 너무 무리하지 않고, 너무 여유를 부리지도 않고 적절하게 잘 보고 내려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 안을 다 둘러보고 성 미니어처를 배경으로 찍은 한 장의 독사진이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건 독일 꼬마친구가 찍어줘서 였을까? 소중한 전신 사진이다! ^_^
노이슈반스타인 카페에서 셀카
성을 다 둘러보고 호스텔에 돌아와서 옷을 빨았는데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던 까마귀 잠바와 오랫동안 안 빨았던 청바지, 쫄바지를 3.70 유로에 빨아서 속이 너무 시원했다!
무엇보다도 전형적인 독일남자의 모습을 갖춘 호스텔 zdl의 친절함에 기분이 좋았다. 뭐라도 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괜히 부끄럽기도 해서 망설이고 사소한 고민을 했다. 여행을 하며 시답지 않은 사소한 고민을 하지 않기로 다짐을 하고선 말이다.
빨래를 한뒤 건조까지 마치고 따뜻한 열기에 갖가지 젖은 물건들을 말리면서 너무나 감탄을 했다. 집 떠나온지 두 달이 넘으니 어디서든 내 집처럼 이렇게 잘 적응을 하고 있다. 잘 적응을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일매일 큰 불편없이
지내고 있는 내 모습이 대견하고 기분이 좋았다!
내일 잘츠부르크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해주세요. 주님~~~ 기도를 한 뒤 하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