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면접을 보러 가는 날이면, 평소에 입지 않는 세미 정장을 입고 눈화장까지 예쁘게 하는 나를 보면서 지금 내가 소개팅을 하러 가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때가 있다. 소개팅이건 면접이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려면 나만의 강점과 매력을 드러내야하기에.
내 구직 면접은 어언 1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중소기업, 대기업 등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최종면접에서 떨어지거나, 아니면 아예 서류 광탈이 되는 것이 일수였다. 서류 탈락과 면접에서의 불합격은 내 자존감에 상처를 주었고 차가운 사회에서는 '잘하는 게 딱히 없는' 특이할 것도 없는 쓸모 없는 사람'이란 인식을 갖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득불 주변과 타인으로부터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보이기 위해 난 열심히 면접을 보고 구직 활동을 했다. 어떤 한 조직에 정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기업문화는 조직이 나를 밀어낸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어렵게 들어간 중견기업을 나와 다시 또 구직.
그러다 어딘가에서 합격 면접을 받아, 겉보기에는 화려하고 회사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지만 대체 그 회사라는 곳에서 나는 정작 뭘 하고 있나는 생각이 들어 보통사람처럼 보통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오춘기가 찾아와 난 또 회사를 관뒀다. 그리고 또다시 구직 나를 소개하고 내가 왜 지금 이곳에서 일을 해야하는지, 나는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답변을 하며 그렇게 면접을 보게 됐다.
면접을 보는 횟수와 비례하여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면서 소개팅을 하는 횟수도 점차적으로 늘어났다. 시간이 갈수록 취업 시장이건 선 시장이건 누군가 나를 불러주고 나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가 있음이 다행스럽고 그러다가 어딘가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게 되면 이미 그날은 면접도 보기 전에 이미 '합격'이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십여 년이 지나 반복되는 면접과 소개팅을 여전히 하고 있는 나의 태도가 많이 달라져 있음을 발견했다. '하긴 십년이면 금수강산이 변한다는데 나의 태도 역시 소나무처럼 한결같긴 어렵다고 인정을 한다만..' 면접에 임하는 내 모습엔 신입사원의 열정이 사라졌고, 소개팅에 임하는 내 모습엔 더이상 상대방에 대한 큰 기대도 없으며 그저 면접을 보듯 소개팅을 하는 모습에 애석함이 밀려왔다. 소개팅을 하듯 면접을 보지 않음이 다행인걸까?우선적으로 면접을 임하는 나의 태도에 진실함과 간절함이 사라져 버린 것을 봤다. 하여 첫째, 선입견을 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면접에 임할 것을 다짐한다.
또한 어떤 면접이든 소개팅이든 면접장 혹은 소개팅의 분위기만으로 다음 스텝을 예상하는 것은 섣부르다.
예를 들어 3명의 면접관과 1시간 가량 3대1의 면접을 진행했다.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에 혹한 나는 그 조직에서는 계약직이어도 우선은 기회를 만들고 싶어 간절함을 담아 답변에 충실히 다하고 여러 에피소드를 늘어 놓기도했다. 또 어떤 곳에서는 1차 서류로 짐작한 업무 경력이 회사에서 찾고 있는 포지션에서 살짝 핀트가 맞지 않는다며, 그 자리에서 바로 탈락을 얘기하는 곳도 있었다. 추운 날씨에 집에서 1시간 이상이 걸려 찾아간 낯선 회사에서 "탈락"을 맞고 돌아가는 발걸음은 무겁고 마음은 씁쓸했지만 오히려 지나고보면 이런 곳이 나에겐 더 좋은 회사임을 느낀다.
오히려 면접관이 면접 중에 일을 참 잘할 거 같고, 말도 잘한다며 여러 질문을 많이 물어보고, 면접 이후 연락을 줄 것처럼, 합격 시킬 것처럼 기대하게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을 때 치밀어 오르는 야속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치 소개팅을 하면서 서로 재밌게 떠들고 분위기가 좋았지만 그 후 애프터를 서로 하지 않듯이.
하여 둘째, 면접을 임할 때는 선뜻 기대하지도 말고, 그 분위기에 휩쓸려 스스로 과장된 행동을 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의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신뢰감을 주고, 동료를 배려하며 좋은 팀웍을 이뤄갈 수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하나의 팁이라고 생각한다. 간절하되 그렇다고 너무 비굴하지 않길.
셋째 급하게 연락이 와서, 급한 인력 충원과 입사를 서두르는 곳은 가지 않기를 당부한다.
언젠가 구직 중에 밤 10시가 넘어 전화를 걸거나, 밤 11시가 넘어서 면접 관련 문자가 올 때도 있었다. 그러곤 면접을 바로 다음 다음날 보자고 하거나 당장 빨리 보자고 하는 곳도 있었다. 가장 빠른 입사일이 바로 다음주가 가능한지도 물어보기도 한다. 이런 곳은 왠만하면가지 않길 당부한다. 왜냐하면, 그만큼 그 조직은 면접과 퇴사에 있어서 업무 처리가 유동적이란 뜻이다. 즉, 정식적인 퇴사의 절차를 밟지 않고 의사결정자의 판단에 따라 조직이 운영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런 조직이라면 입사의 진행절차와 마찬가지로 퇴사도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음을 인지해야한다. 순삭 입사가 가능한 곳은 순삭 퇴사도 가능함을 명심하라.
그런데 요새는 이에 더해 새로운 면접의 어려움이 닥쳤다. 역시 큰 규모의 브랜드 네임이 있는 회사였다. 헤드헌터를 통해 1차 서류 합격으로 2차 면접을 갔다. 면접관은 이력서를 살펴본 뒤 나의 삶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경력관리를 왜 이렇게 했냐는 반문과 질문을 했다. 그런 그들의 질문에 나는 순간 죄를 짓고 있는 문제가 많은 구직자가 된 기분이었다. 압박면접과는 차원이 다른 면접관의 질문이었다.
자존감이 급속도로 떨어졌다. 동시에 그런 물음을 한 면접관의 얼굴을 한번 더 바라보게 되었다. '한 분야에서 딴 눈을 팔지 않고 꾸준한 경력을 통해 진급을 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당신이 지금은 나보다 대단할지 모르겠지만... 나 역시 나의 삶에 떳떳하고자, 나 자신을 속이지 않고 제대로 살아보고자 몸부림을 친 결과가 지금의 나의 이력서이다' 라고 속으로는 외쳤다. 그러나 차마 면접관에게 그렇게 발설하지는 않았다.
세상은 스탠다드에 맞는 삶을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삶, 정상적인 삶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학교를 다닐 땐 모범생의 삶을 살아오던 나였지만, 언제부터인가 스탠다드에서 조금 벗어난 삶을 살고 있다보니 비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적령기를 지나 결혼하고 있지 않음이..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있지 않음이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는 그들의 눈속엔 삶의 결핍이 있어보일 수 있음을 이해한다. 내 자신에게만큼은 떳떳하게 살아가고자 했더니 사회에서는 떳떳하지 못한 사람이 되어 버린 현실을 어떻게 반전시킬수 있을지 생각이 차오른다.
그래서 마지막 네번째 다짐 조직과 사람을 선택하고 있는 나의 고된 노력이 현실과 타협하여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타인의 눈에서 조금 자유로워지고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사는 편을 택하되, 과거의 자신을 탓하지 않길 바란다. 그 누구도 당신의 삶에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없다.
이력서 상에 비춰진 단절된 시간이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시간임을 발견했다. 갑갑한 지하철에서 표정을 잃고 핸드폰만 바라보고 출퇴근을 했던 시간 대신 아침의 여유를, 깜깜한 밤에 퇴근을 하느라 놓쳤던 오후 4시 속에 하루란 시간의 편안한 숨결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회사 연수 대신 국가 연수라고 봐도 무방할 국제 품질 인증 분야 실무 지식과 스킬 향상을 쌓아 5개 분야의 내부심사원을 통과하고, 2년 남짓 걸려 취득한 평생 교육 강사 및 프로그램 운영자로서의 자격증 취득도, 무엇보다도 왠만한 일은 운영할 수 있는 경험치도 있기에.. 이런 모든 경험들이 빛을 발할 순간이 코 앞에 왔음을 믿어본다.
나만의 컨텐츠와 경험치로 일을 기획하여, 그 업무를 통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위한, 진짜 치열한 고민이 결과로 나타나리라 믿는다.
그 어떤 일도 의미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아무리 안 좋은 경험이라 한들 그 부정적인 경험 마저 우리를 한 단계 발전시켜주는 쓸모있는 일이라 믿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