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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omi Dec 03. 2021

회사에서 애매한 일을 여러개 맡고 있긴 합니다만...


 지난 여름에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 대한 이야기를 한껏 늘어놓으며, 오랫동안 회사를 잘 다녀보겠다 희망찬 다짐을 썼습니다. 그 뒤로 5개월이 흘렀습니다. 정말 초반 3개월은 매일매일 너무 정신이 없고, 매일 같이 거의 회의가 4개씩 있다보니 그야말로 너무 바빴습니다.

 

 회사 이전 및 관련 팔로업 할 일들에 하나부터 열까지 다 손이 많이 가는 일들이라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그렇게 시간이 가버렸습니다. 이전에 또 책임감에 대한 글을 쓰면서, 저의 열정과 책임감에 대해 성찰해보며  이제는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 그저 제게 맡겨진 역할에 도를 넘지말고  충실하겠다는 글을 썼습니다.



정말 회사에서 여러 애매한 일들은 죄다 맡고 있고 그 일들에 대한 권한도 책임도 여러개 입니다. 저의 Job Title은 스 매니저 Office Manager라는 것인데, 조직이 매트릭스형으로 이뤄지다보니 경영 지원부서는 마땅히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원업무를 매트릭스 형으로 뽑아두고 쓰지는 않겠지요. 그러다보니 회사에 특정 HR부서가 없습니다. 하여 Local HR이라는 두번째 롤을 갖고, 직원 분들의 인사 관련 업무도 처리한답니다. (직원 경조사 챙기기, 휴가 및 인사 문의 글로벌 팀에 컨택하기..등등) 글로벌 아시아 본사팀의 HR 매니저와 한국의 HR 관련 이슈를 나누고, 그들이 물리적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을 처리하죠. ( 새직원 입사시 노트북 셋업 및 회사 안내 및 퇴사 시 확인 등등.. 국내 잡마켓에 채용공고를 올리는 일 등등.. 회사 사내문화 개선 행사 준비)

처음에 이 회사로 결정하면서 Office Manager라는 자리를 선뜻 제안받았을 때, 회사의 온갖 잡일은 다 하겠구나 예상은 했지만... 그 이상의 업무를 받긴 했습니다. 그래도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아 살아가는 것이 중요했던지라 조금 허드렛일 같은 일들이라도 그래도 어드민이기보다는 매니저니깐 가늘고 길게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던거였습니다만..

생각 이상으로 일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 많은 일들에 대한 나열은 다음에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의 롤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건바로 Local QMRA Liaison 이라는 또 한가지의 더 애매한 일입니다. 외국인 Quality Management Regulatory Affiars 의 리에종 역할로 역시 중간 소통자 역할입니다. 입사한지 이틀째였나요?  방송통신 기자재의 적합성 관련 평가의 서류를 만들어 제출하며 수입제품의 적합성을 취득하는 일부터 두서없이 맡았죠.

 그리고  Follow up이 제대로 안 되던 일의 감사 준비 업무 까지.. 그러나 저는 사실 로컬 QMRA쪽에 대한 희망을 갖고 오기도 했습니다. 이전까지 했던 모든 여러 회사의 업무가 총망라되는 분야이자 이전 제약회사에서 아쉬움이 있어 미련을 갖고 있는 바로 그 분야이죠. 물론 저의 경력과 경험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애매한 일을 하다가 회사 제품의 인증, 품질, 라벨링 관련 회의를 하거나 하면 뭔가 동기부여가 됩니다. 물론 쉬운 분야는 아니지만요.


보통 회사에서는 1년에 한번 있을 일들이 이 곳에 오니 진짜 1달에 1번씩은 발생해서 처음에는 쉽지는 않았습니다만 주변에 도움을 주는 동료들과 제 상황을 잘 알아 격려해준 벤더분들이 있어서 이 시간을 맞이헀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정신은 공감과 신뢰와 직원에 대한 격려가 있는 문화인지라 저의 상황을 알고 있는 여러 동료들이 정말 많은 격려와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지나온 5개월에 대한 감사함이 글을 쓰다보니 그래도 생깁니다.




사실, 제일 쓰고 싶었던 글은 애매한 일들 속에 회사에서 2021년도의 연말 분위기 연출을 위해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민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링크드인 회사 사이트에 올리려고 사진을 찍었지만, 금요일 밤에 글을 올리면 야근 하는 느낌이 드는 거 같아, 우선은 제가 소중히 생각하는 브런치에 먼저 올려놓습니다.





 누군가 시킨 것은 아니었지만, 오피스 이전 이후 이전보다 매우 커진 라운지 공간에 크리스마스 분위기 연출을 위해 트리를 하나 만들자고 제안을 드렸더니 상사가 좋다고 하여, 재료를 구매해서 트리를 꾸며봤습니다.


이번주 월요일 오후 5시30분부터 시작되어 1시간 가량 걸쳐 꾸며본 트리가 바로 위의 그림입니다.


회사에서 애매한 모든 일을 많이 맡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어떤 때는 일이 너무 많아서 이 일을 하다가 잠시 두고, 저 일을 하고 또 넘어가고 그렇게 보내면 금방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기지요.


10월달 완연한 가을은 제 기억 속에 늘 오피스에서 10시 넘어 퇴근한 기억만 무성합니다. 그러다 백신 휴가 내서, 집에서 보냈던 단 하루를 빼면요...그랬던 새로운 오피스에 벌써 겨울이 찾아온 것입니다.


라운지에 꾸며본 트리

회사에서 정말 애매한 일들을 많이 맡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제 직함의 싱글 오피스룸도 하나 있고, 늘 저를 찾는 글로벌 직원들의 팀 콜과,  오피스의 크고 작은 문제 들을 해결해가고 있으며, 여전히 스트레스는 받지만 능숙하지 못한 영어로 떠듬떠듬 회의도 이제는 익숙해집니다. 그리고 하루에 주어진 분량의 일을 끝내고 너무 늦지 않게 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삶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이  과정에 있는 지금의 저는 깊고 넒은  경험치를 쌓아가고 있는  같습니다.


회사에서 정말 애매한 일 들을 여러 개  맡고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사소한 일들을 처리하며 회사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요즘과 같은 연말에는 반짝이는 트리로 삭막한 사무실 분위기가 조금 전환되는 것을 보면  그 것으로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어려운 서류를 보고, 숫자 맞추고, 데이타를 돌리며 의자에만 내내 앉아 있는 지루한 일만 하기보다  저의 잔재주를 쓰고 그 잔재주가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도 좋아질 때가 있습니다.


 홀로, 야근을 마치고 지하철 2호선을 가고 지나쳤던  45분 이상의 지루한 전철 출근.. 이제는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가끔은 늦은 밤 올림픽 대로를 달리며, 이제까지 해보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바로 이곳에서 다이나믹 하게 경험하는 구나 싶었죠.  

지금 있는 이곳이 제 삶의 가나안땅인지 광야인지 헷갈리지만, 내가 믿는 그 분이 인도하신 그곳이라면 이곳에서 그 분의 뜻이 이뤄지길 기도하며, 동행하며 가는 것이 제가 배운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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