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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omi Nov 07. 2021

책임감의 무게를 내려놓기

스스로에게 있어서는 강한 책임감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냥 내게 주어진 일은 왠만큼하고, 이왕이면 쉽게 하고 스스로를 절대 피곤하게 하지 않는 타입이다.

그러나 조직에 속해 사회적 역할과 책임감이 생기면 정반대로 행동한다. 오히려 맡겨진 책임감 이상의 

헌신적인 태도를 보인다. 본연의 책임감의 무게보다 더 가중시켜 스스로 힘들게 했던 것은 아닐까? 가만 생각해보게 됐다.


책임감 responsiblity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있다면 나에게 지금 주어진 책임 맡겨진 바는 무엇일까?


요새 들어서 하나둘 신경  일이 많아서 지쳐버렸다. 어느덧 긍정적인 내 언어에는

"정말 피곤하네요.." "또 하는거에요? " 아 또 구나.."

피곤하다..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온갖 만성피로가 다 밀려오는 기분이었다. 진짜 내 삶이 사라지고

정신을 못차릴 만큼 일에 매몰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스스로에게는 전혀 엄격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타인 혹은 조직과 관련된 일에 있어서 대충하지 못하는 이타적인 성격과 강한 책임감으로 나는 쉽게 지쳤는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 조직 안에서 부여된 책임감은 그 조직을 나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긴 하다. 아마도 늘 그랬나보다. 나에게 상사가 있고, 내 짐을 나눠지는 팀이 있고, 팀장이 있고, 조직의 리더가 있는데 난 그것을 늘 나에게 너무 집중시켰다. 말단 사원일때부터 중간관리자에 이르기까지...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적당히 자기에게 맡겨진 만큼만 일하는 이들이 있는데 초년생일 때는 그런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라면 안 그럴거 같은데... 슬쩍 눈치를 살피고 술렁술렁 일하는데 연차가 매우 길었던 것이다.

  졸업 이후 10년이 훌쩍 지나버린 상황에서 초년생일 때의 나를 돌아보니, 왜 늘 가는 곳마다 늘 힘들고 일이 많다고 푸념을 했을까 싶었을까? ,, 그 많은 일을 조금 적당히 하려고 했다면 낫지 않았을까?

  말단 사원에게 부여된 일이 얼마나 크다고.. 그냥 그 과한 책임감을 좀 내려놓았다면 아마도 한 조직에서  오래 머물렀을지 모른다.


 심장이 꼿꼿해질만큼 팀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열일을 하며 코피를 쏟기도 하고, 어떻게든 목표 달성을 위해 진짜 열일을 했다. 퇴사 전까지도 대충 일한 적 없이 후임자가 고생하지 말라고, 대충 쓰거나 내용을 누락시키거나 중요한 문서나 정보를 빼먹은 적도 없었다.


누군가 알아봐달라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하면 나 스스로에게는 떳떳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내가 가진 최선을 다해 그 자리에 임했다.

그리고 그런 습관적인 태도들이 좋은 기회를 얻으면 하일라이트가 되어, 높은 직책의 상사로부터 크게 인정을 받고, 기대하지 못한 대가를 받기도 했다.


 물론 늘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퇴사 20분 전에 온갖 악담을 퍼붓는 상사와의 마지막을 떠올리면 아찔하다. 그런 조직에서 빨리 나온 것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 혹시나 본인의 회사에 누가 될까봐? 정확한 퇴사 시점도 흐릿하게 이야기하다 3일 후에 회사를 나가는데 대신 2일간 새로운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잘해달라는 말을 했다. 그래도 참았다.


질릴만큼 질린 그 회사의 분위기 속에서... 그냥 더이상 퇴사 후에 아무런 연락도 바라지 않았기에 그냥 그러려니 인수인계를 정리했고, 후임자에게 다 알려줬다.


퇴사 20분 전... 대표가 날 불렀다.

마지막까지 방문자에게 커피 한 잔을 내려주라고 시키더니 밖으로 날 부른다.


"신입 사원이 할법한 일을 하면서 그렇게 실수를 하는 oo 씨... 어디가서도 이렇게 편하게 일하지 못할거에요.. 일을 다해서 가져다가 편하게 하라고 다 주는데 그걸 못해내는 oo 씨는 정말 기대 이하였어요.. 뭐 또 그런 점이 어디서든 또 맞는 곳이 있겠지만... "


그때 뜨악했다. 첫인상만큼 중요한 게 누군가에겐 마지막 모습이라고 본다. 1년이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마지막에 그렇게 인사를 하고 보내는 조직의 리더를 보면서 ..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담당했던 나의 미련스러웠던 책임감은 그냥 호구였구나 싶었다. 대체휴일이고, 주말 근무이건, 야근 이건 제대로 된 식비나 야근 수당없이 바쳤던 작은 조직에 바쳤던 나의 열정과 헌신은 호구였던 거였다.


 그 뒤로 조직이란 곳을 믿지 않기로 했다.


조직에 맞지 않는 유형이란 것을 알면서도 타인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한 나는 불안정한 나의 사회적인 위치를 믿지 못할 어떤 조직에 몸담아 간신히 마치 불안정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역시 이 곳 또한 나는 언제 나오게 될지 모른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현재 있는 이 곳도 내가 오랫동안 버티지 못할까? 조심스럽게 나의 눈치를 살핀다. 사실 이전의 경험치가 있어서 어느 정도를 참고, 버틸 수 있을지 조금씩 윤곽이 보이긴 하지만... 현재 조직은 정말 4개월을 갓 넘은 나에게 온갖 책임감과 잡일과 다양한 일이 맡기고 있다.


놀랍다. 정말. 그 조직에 속한 구성원으로서 맡겨진 책임감으로 인해  일을 하다보면 자발적인 야근과 주말 근무며 엄청난 업무를 하나둘 해내고 있다. 물론 이번 조직의 나의 상사는 이전에 경험했던 상사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그러기에 내가 이렇게 견뎌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나는 이제 강한 책임감은 내려놓고 스스로를 돌아보기로 했다. 어쩌면 이 시기가 나에게는 강한 책임감을 이제는 그만 내려놓고,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고 더 중요한 것이 뭔지 찾으라는 것 같다.


사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세상으로 보내고, 삶의 이유를 갖고 소명을 갖고 살아가게 하는 그분의 인도하심을 따라 그냥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삶 속에서 내가 주도하고,  일하기보다 그분의 지혜와 방법을 구하며 인도하심을 믿고 따라가는 삶.


일이 고되고, 지쳐갈수록 그것을 다시 상기시켰다. 그러니 점점 어렵고 해답이 없는 일의 가닥이 잡히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내가 생각할 수 없는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겨버리라.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영히 허락지 아니하시리로다"

시편 55편 22절


내 삶의 무게를 혼자서 다지고 가지 않기로, 그냥 나보다 더 큰 신을 믿고 그분께 맡겨드리는 것..

그것을 깨달아가니, 이제는 무거운 책임감이 점점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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