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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omi Jun 25. 2022

하반기 목표: 스마트한 기버가 되어보자

2.5인분의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직 1년의 시간

요새들어 내 삶은 꽤 단순해졌다.

아침 6시 15분 가량 알람이 울리면, 5분 뒹굴거리다가 20분이면 일어나 잠시 기도로 하루를 열고

머리를 감고, 씻고, 회사를 갈 준비를 한 뒤 집에서 출발하기 7시 30분전까지 아침 식사, 이부자리 정돈

이후 엄마가 차려주신 아침 밥을 10분 안에 먹고, 다시 화장을 살짝하고 옷에 대한 고민이 없이

엊그제 입은 옷을 입고, 출근길을 향한다.


15년 넘게 타고 다니는 지하철 2호선, 우리집은 갈아타는 지선 2호선이라 엄연히 2번 갈아타고

강남권 출근을 한다. 대학생 때는 강북 쪽으로 갔고, 직장인 이후에는 강남권 출근 모드라 

이젠 지하철 2호선의 각 역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파악이 가능하다. 그건 추후 다시 게재하기로...


이전에는 신도림 출발 지하철을 사수하며, 꼭 앉아서 가는 것을 선호했지만, 5분 10분 차이로

강남권에서 들이닥치는 출근길 인파의 어마무시함을 피하고자, 이젠 앉아서 가는 것은 포기하고

그저 제 시간에 출근을 하는 것을 선호하고 눈에 보이는 열차는 무조건 탄다.


그렇게 회사에 도착하면 8시 30분~40분 사이,,. 회사에 오자마자 가방도 내려놓기 전에

라운지 공간으로 가서 커피를 내리거나 차를 준비하고 과자상자에서 과자를 뜯어 미리 

간식을 준비해두고 오피스를 살펴보고, 일찍 출근하신 실장님께 인사를 하고 다른 

직원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내 자리로 돌아온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공기청정기 및 가습 기능이 있는 청정기를 켜고, 노트북 전원을 켜고

메일 확인을 시작한다. 

9시가 가까워지면, 때에 따라 다르지만 여기저기에서 핸드폰으로 때로는 자리 전화로 

5분에 한번 꼴로 전화가 온다. 그리고 메신저로 인사를 건네는 아시아권 직원들...


9시가 조금 넘으면, 출근을 한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대화가 들려오고

난 고요한 사무실이 싫어서 일부러 영어 방송을 틀어놓고, 간단한 일들을 처리하고, 급한 요청에 응답하며 메일 몇개에 대한 회신을 하고, 일을 하다보면 10시에 가깝다.

ㅋㅋ


그래도 감사한 근무 환경이다.

첫 직장에 입사 후 급하게 갈아탔던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Clinical Trial Assistant에서 첫 회사 연봉보다

700~ 800만원을 올려서 왔는데 하는 업무의 Quality는 떨어졌고, 나의 자존감도 같이 떨어졌다. 그렇게도 난 Admin한 일에 대해 지긋지긋해하면서도 급하게 일을 해야하는 순간에는 어드민이 싫다고 하면서도

어드민한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나의 롤은 Office Manager Role이다. 그런데 희안하게 지금 있는 곳에서는

글로벌 HR, IT, Regulatory Affairs 업무를 맡으며 2.5인분의 일을 하고 있다, 그 대가로(?) 연봉에 맞지 않는 실장님들과 비슷한 나의 룸을 갖고 있으며 회사의 온갖 어드민한 애매한 일을 다 처리하고 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있다. 


늘 정신없고, 이슈가 없는 날이 없으며 조금 숨을 돌리려고 하면 50명이 넘는 직원분들의 

세세한 요청을 듣느라 휴가 때도 연락이 온다거나, 반차인데도 그런 연락들을 받으며 이제 나는 서서히

직원들과의 점심시간을 피하고 있다. 


가벼운 대화로 시작된 점심 시간의 수다는 난데없이 이러저러한 일들로 연결되면 점심 시간 마저 침범당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요새는 점심 시간이 될 무렵이면, 조용히 혼밥모드로 돌입한다.




한해의 절반이 간 시점, 감사한 일들도 많고 뿌듯한 일도 속상한 일들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의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내가 너무 대견하지만...한편으로 너무 숨가쁘게 지내오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의문이 든다. 혼자서 수십가지의 일들을 해결하는 가운데 몸이 축난 것을 느꼈고, 면역력이 떨어진 것을 겪었고 무엇보다도 번아웃이 된건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언제부턴가 약속 없는 주말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고, 그냥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어서 운동을 한다거나, 친구를 만난다거나 가만히 나를 두지 못했다.


누구보다 의기양양했으며, 누구보다 열정을 갖고 살아왔던 졸업 이후 12년이 지난 지금....

국민건강보험에서 60세 이후 내가 받게 될 실 연금 수령액이 XXX만원임을 확인하며 이렇게

살아가면, 내 노후는 어떻게 될까? 가끔 고민이 들때도 있다.


그냥 내 삶을 돌아보고 싶었다. 번아웃인건지,.. 아니면 진짜로 내가 현명하고 지혜롭게

이 힘든 시기를 지렛대 삼아 더 높은 곳을 향해 가야하는 도약의 시기로 삼는지는 나에게 달린 것인데

금주는 특히나 몸이 더 안좋아져서, 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에 목을 맨적도 없고, 일에 욕심이 있는 편은 아니고 .. 다만 내게 맡겨진 일에 대한 책임감이

컸을 뿐인데 과도하고 막중한 책임감을 계속 주는 이 상황에서 나는 정당하게 일하고 있는지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속에서도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어려움을 통해 나의 연약함을 통해

환난 가운데 인내심을 키우게 하고, 내 짐을 그냥 그분께 내려놓아도 된다고.. 그냥 기본에 충실하게

날 지키며 살아가며, 너무 오버하지 않고 믿음 안에 살아가고 있으면 된다고 위로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이다. 


그리고 절대로 날 홀로 내버려두시지 않고, 도움의 순간 업체 직원, 함께 기도해주겠다는 파워 있는 실장님, 과거 싸움닭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야기해주며 주어진 업무에 순응적인 나에게 투쟁하고, 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는 실장님이 있다는 것...

그리고 너무 힘들어보인다고 자꾸 도와주고 싶다고 이팀 저팀에서 난해한 업무에 대해 함께 해결해가려고 해주고, 무엇보다도 나의 보스도 진심으로 이 상황에 대해 공감해주고,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려고

하는 모습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힘듦 속에서 나는 나의 목소리르 내고, 소중한 나 자신을 스스로 지켜가며, 냉철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의 몸값을 올리는 협상과 딜도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한다.


그리고 무조건 퍼주기만 하는 부의 사각다리의 하위에 위치한 호구 기버(Giver)가 되지 않고,

남은 반년은 스마트한 기버(Giver) 가 되어보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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