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by 이상현


여자는 나란히 누운 갓난아이를 보고 웃지 않았다. 주정뱅이 놈 새끼인데. 갓난아이에게 술 냄새라도 나는지 중얼거리던 여자는 코를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갓난아이만은 연신 양팔을 허공에 놀리며 숨 넘어갈 듯 울어 젖혔다. 갓난아이가 허공에 허우적거리며 놀리던 손이 여자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안아달라는 듯이. 하지만 여자는 미간을 찡그리며 갓난아이의 팔을 쳐냈다. 갓난아이는 양팔과 발을 허우적거리며 더욱 더 자지러지게 울어 젖혔다. 흡사 뒤집어진 거북이가 발버둥 치는 모양 같아 여자는 헛웃음 마저 나왔다. 산파를 보낸 여자의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와 놀라서 갓난아이를 안았다.

"아이를 달래지도 않고 계속 울게 두면 어떻게 해?"

여자는 질책하는 어머니의 말에 아이를 힐난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배 속에 품었다고 정 가지 않아요. 아이 얼굴 보니까, 그 주정뱅이 놈 얼굴이 떠올라서 쳐다도 보기 싫어요."

"네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태어난 아이는 이제 네 자식 이기도 해. 언제까지 삐딱한 마음 가지고 아이한테 그럴 거니?"

"언제까지요? 아마 제가 죽을 때까지 그럴지도 모르죠. 애초에 결혼이라는 명목으로 주정뱅이인지도 모르고 맞선을 본 제 잘못이죠."

"......"

여자의 어머니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리고 안고 있던 갓난아이를 내팽개 치듯 여자의 옆에 내려놓고 그대로 방에서 나갔다. 갓난아이는 자지러지게 울었고, 여자는 갓난아이를 보며 연신 미간을 찡그렸다.


마을은 작고 좁았다. 옆집 누렁이가 하릴없이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는 마을이었다. 누렁이가 새끼를 가져도 어느 집 수캐와 일을 벌였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작은 마을에서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자 마을 주민들은 여자의 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 집, 또 한 집 다녀가면 다음 날 아침 마을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마을 주민들은 만나면 인사치레로 여자의 아이 이야기를 건넬 정도였다. 아비 없는 아이라는 말부터 해서 여자가 남편에게 쫓겨나 아이만 친정집에 와 낳고 지낸다는 식이었다. 여자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마을에 돌고 있는 소문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마을 주민이 아버지에게 찾아와 건네는 인사가 소문의 내용이었다. 여자의 아버지는 마을 주민들에게 어떤 말도,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항상 마당 가운데 서서 익숙한 풍경을 바라보며 담배를 입에 물고 태울뿐이었다. 그럴수록 소문은 사실인 거처럼 마을주민들 입에 오르내리며 더욱 와전된 내용이 퍼지고 있었다.

여자는 제 자식이 아니길 바라기도 했다. 아홉 달을 배 속에 품은 제 자식이건만 여자는 갓난아이를 단 한 번 안아주지 않았다. 아이를 먹고 씻기고 입히는 건 오로지 여자의 어머니 몫이었다. 여자는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도 어머니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죄라면 주정뱅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올린 결혼인데, 고통은 여자의 가족이 받고 있었다. 여자는 갓난아이가 자지러지게 울어 젖혀도, 간드러지게 웃어도 쳐다보지 않았다. 몸을 추스른 여자는 종종 마당에 놓인 디딤돌에 앉아 어린 시절 지겹도록 바라봤던 풍경을 다시 지겹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갓난아이는 그때마다 자지러지게 울었다. 하지만 여자는 울음소리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익숙한 풍경과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바람만이 지옥 같은 터널에 갇혀 있는 여자에게 유일한 해방구인 셈이었다. 여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듣고 싶지 않았다. 아이 울음소리도, 마을 주민들의 소문도. 귀를 닫으며 지금 보고 있는 세상이 물거품처럼 가라앉길 바라고 있었다.

그날 밤, 스산한 바람이 창밖에서 불어와 마른 나뭇잎을 쓸어갔다. 여전히 아이는 여자 옆에 누워 귀가 먹도로 울어 젖혔다. 연신 미간에 주름을 잡던 여자가 아이를 갑자기 안아 다독였다. 처음으로 여자에게 안긴 아이는 놀랍도록 간단하게 울음을 그쳤다. 여자는 아이를 안고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집 안에 전등은 다 꺼져있었다. 어둠이 휘감는 집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 맞나 싶을 정도로 괴괴했다. 여자는 인기척을 죽여가며 마당 한가운데로 나왔다. 마당에서 바라보는 마을은 불빛 한 점 없어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 같이 보였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태양만큼 밝게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여자는 까치발을 하고 종종걸음으로 걸어 집 밖으로 나왔다. 아이는 무엇이 좋은지 실룩이며 웃고 있었다. 여자는 보름달을 길잡이 삼아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여자가 마른 낙엽을 밟아 바스락 소리가 나면 어디선가 누렁이가 으르렁거리다 짖어댔다. 누렁이가 짖어대면 이웃집 개도 덩달아 짓었다. 그때마다 여자는 급히 걷던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누렁이가 쫓아오지 않아야 했다. 다시 걷던 여자가 길을 오른쪽 경사로로 뱡향을 바꿔 산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산길을 한참 올라가려니 갓난아이도 무겁게 느껴졌다. 멀리 누렁이가 짖어대는 울음소리도 작게 들렸다. 산 정상에서 여자는 연신 웃고 있는 갓난아이를 쳐다보다 눈이 마주쳤다. 처음으로 아이의 얼굴을 요목조목 살펴보기 시작한 여자가 눈과 코와 입매를 만져 보았다. 여자의 눈동자와 손이 떨고 있었다. 이윽고 여자는 눈을 질끈 감고 아이를 마른 낙엽이 수북이 쌓인 바닥에 조심히 올려놓았다.

여자는 산을 내려오며 오들오들 떨었다. 걸음걸이는 휘청이며 손과 몸을 떨었다. 여자가 걸을 때마다 마른 낙엽잎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질질 끌렸다. 누렁이와 이웃집들의 개들이 짖어대는 울음소리는 꼭 늑대 무리들의 울부짖는 소리처럼 귓가에 퍼져 들렸다. 마을 초입에 다다르니 누렁이가 짓는 소리가 바로 뒤에서 커다랗게 들렸다. 누렁이와 개들이 산 꼭대기로 달려 올라가 갓난아이를 물어뜯어 피투성이로 만들까. 여자는 갓난아이가 들짐승에게 잡혀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막상 산 꼭대기에 홀로 남겨둔 갓난아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여자는 마을 초입에서 다시 산을 향해 뛰다시피 걷기 시작했다. 산을 오르다 돌 뿌리에 걸려 넘어져도 아픈지 모르고 다시 일어나 걸었다. 여자는 산에서 내려와 다시 올라가는 사이에 들짐승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산 꼭대기에 적막이 흘렀다. 보름달은 까만 구름 뒤로 가려지다 다시 나타났다. 여자가 갓난아이를 찾기 시작했다. 갓난아이는 나뭇잎이 수북이 쌓인 곳에 그대로 누워있었다. 여자가 떠난지도 모르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연신 웃고 있었다. 여자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여자는 갓난아이를 안아 들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갓난아이를 위한 눈물도 여자가 하려 한 행동에 대한 잘못을 뉘우치는 눈물도 아니었다. 여자는 갓난아이를 꼭 끌어안고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어둠 속, 누렁이는 어김없이 짖어댔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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