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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Sep 10. 2017

기억 속 사랑.

이퀄스, Equals(2015)


*스포일러 있습니다.


감독 드레이크 도리머스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니콜라스 홀트 등등.


사람들이 통제구역 안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같은 색깔, 같은 옷을 입은 그들은 무표정하고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는다. 감정이 없는 도시의 사람들은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일의 능률 향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SOS(Switched-on-Syndrome) 

이 영화 이퀄스에서 나오는 SOS는 감정 통제가 되지 않는 보균자들을 뜻한다. 태어날 때부터 감정 통제에 대한 교육을 받은 도시의 사람들은 어느 날 자신이 보균자가 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건물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하기에 이른다. 도시의 관리자들도 보균자의 자살을 방관하고, 오히려 보균자들의 자살을 독려하기까지 한다. 감정 통제가 되지 않는 보균자들에게는 감정을 억제하는 치료제가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어느 날 사일러스(니콜라스 홀트)는 자살을 택한 사람의 현장에서 니아(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자살한 사람의 시체를 보고도 놀라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니아의 미묘한 표정과 움직임을 느낀 사일러스. 보균자였지만 오랜 기간 감정을 숨기고 지낸 니아의 감정이 사일러스에게 닿았던 것일까. 사일러스는 보균자가 되고 큰 혼란에 빠진다. 감정을 느낀 자신의 감정에 흔들리는 사일러스는 니아에게 점차 빠져들게 된다.


영화는 이 도시에서 두 남녀의 사랑을 보여줌으로써 감정을 가진 인간의 근원적 존재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통제되지 않는 감정을 숨기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사랑을 보여주는 사일러스와 니아의 섬세한 눈빛은 독특한 영상미를 보여주고 있다. 애절하지만 낯선 감정에 두려움을 느끼는 두 남녀의 사랑. 이들에게 행복과 희망은 무엇이었을까. 


서로의 엇갈린 상황으로 치료제를 맞은 사일러스는 니아를 사랑했던 감정은 잊어버리고 기억만 남게 된다. 감정을 잃어가는 사일러스는 니아에게 자신을 포기하지 말라는 부탁을 하며 당초 계획대로 니아와 함께 도시를 벗어나기로 한다. 다시 로봇처럼 돼버린 사일러스를 지켜보는 니아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도시를 떠나기 앞서 니아를 사랑했던 기억만 남은 사일러스는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아준다. 사일러스와 니아가 가는 그곳에서 펼쳐질 이야기는 이 영화, 이퀄스를 보는 관객들의 몫으로 남았다.     


      

나를 사랑해줘. 내가 사랑하지 않게 돼도 나를 포기하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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