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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Dec 09. 2017

정체성의 상실.

마사 마시 메이 마릴린(2011)


*스포일러 있습니다.


감독 T. 숀 더킨

출연 엘리자베스 올슨, 존 호키스, 사라 폴슨, 휴 댄시 등등.


마사(엘리자베스 올슨)가 가졌던, 견뎌야만 했던, 영혼의 무게는 무엇이었을까?


뉴욕주 캐츠킬의 한 농장에서 남녀가 집단생활을 하고 있다. 결혼을 한 누나와 헤어져 그곳으로 향한 마사는 리더 패트릭(존 호키스)에 의해 '정화 의식'을 치른 뒤 "마시 메이"로 불리게 된다. 마사이자, 마시 메이는 2년여간 규칙을 따르며 그곳에서 별문제 없이 지낸다. 하지만 어느 날 마시 메이는 무리의 리더 패트릭(존 호키스)과 함께 누군가의 집에 물건을 훔치러 들어갔다 일행이 저지른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고 집단생활을 하는 농장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온다.


갈 곳이 없는 마사는 언니 루시(사라 폴슨)와 2년 만에 다시 재회함으로써 루시의 남편이자 마사의 형부인 테드(휴 댄시)와 함께 지낸다. 이때 이미 마사의 영혼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 상태였다.   


언니 루시와의 대화조차 쉽지 않은 마사는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인다. 알몸으로 수영을 하거나 돌연 화를 내기도 한다. 마사가 마시 메이로 지냈던 그 2년의 시간은 그녀에게 억압된 자의식의 생활이었다. 납득할 수 없는 것을 납득해야만 했고 그렇게 익숙해졌다. 그것은 자신이 머무를 곳은 이곳밖에 없다는 막다른 생각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두 개의 세계를 교차로 보여준다. 하나는 언니 루시와 형부 테드와 지내는 생활, 또 하나는 농장에서의 집단생활이다. 하나의 세계가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마사가 마시 메이로 지낼 때의 연결고리가 나온다. 마사는 마시 메이로 지낼 때의 자신에게 벗어나서도 사물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 사고를 확장하는 증상이 생긴다. 마사는 루시 집의 전화기를 보면서 농장에서 전화를 받는 자신을 떠올린다. 마시 메이가 전화를 받을 때 그녀는 마릴린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그녀는 마사, 마시 메이, 마릴린에서 커다란 혼란을 느꼈고, 그 이름들은 그녀의 정체성을 충분히 파괴한 결과물로 남았다. 결국 마사는 루시와 테드에 의해 요양원으로 향하고 만다. 


마사는, 한 인간이 이처럼 쉽게 파괴되는 모습을 조금씩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가진 영혼의 가치에 물음표를 던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2011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을 숀 더킨에게 안긴 이 영화는 시종일관 불편할 만큼 드라마이면서 극적인 긴장감을 주었다. 그만큼 마사, 마시 메이, 마릴린의 불안한 모습은 엔딩 크레딧이 끝나도 긴 여운으로 남는다. 또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초능력을 사용하는 완다 막시모프 역의 엘리자베스 올슨이 같은 사람이 맞나 하는 새로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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