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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Jan 23. 2018

하루의 가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7)

*스포일러 있습니다.


감독 츠키카와 쇼.

출연 하마베 미나미(사쿠라), 키타무라 타쿠미(시가 하루키) 등등.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이렇게 헤어지는 게 힘들 줄 알았다면 친해지지 말 걸 그랬어.'


영화는 '어린 왕자'의 한 구절로 시작된다. 사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이 영화가 주는 의미는 어린 왕자의 단 두 구절로 압축된다고 봐도 좋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영화가 주는 또 다른 감성을 안겨준다.


어디에서나 책 말고 다른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 존재감이 없는 그저 그런 남자아이(하루키)는 맹장 수술을 받은 병원에서 땅에 떨어진 노트를 발견한다. '공병 문고'라 이름 붙여진 노트에는 췌장암에 걸려 오래 살지 못한 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누구보다 삶을 사랑하고 그래서 살고 싶어 하던 여자 아이(사쿠라)는 췌장암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갔다가 하루키와 마주친다. '공병 문고'는 그녀의 일기를 적어 내려가던 노트였다.


우연히 마주친 병원에서 같은 반으로 지내지만 말을 한 적 없는 두 학생은 미묘한 관계를 이어나간다. 투병으로 병원을 다니는 사쿠라의 췌장암을 혼자만 알고 있는 하루키, 그는 사쿠라의 병을 알기 전부터 그녀에게 특별한 남자아이였다. 그녀에게 특별하다는 것은 병에 걸린 자신이 보통의 사람들처럼 하루의 시간을 그와 함께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와 함께 지내며 조금씩 마음의 벽을 허무는 그. 그는 모든 것이 서툴고 두려워서 책 말고는 주변에 관심을 보이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그는 책의 세계에서 자신이 접하지 못하는 것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루키는 사쿠라를 만나지 않았다면 여전히 책 안에 갇혀서 살지 않았을까. 하루키에게 남겨진 사쿠라의 기억은 그녀를 잊지 못하는 하루키에게 결국엔 하루의 의미라는 선물로 남게 된다. 


일상의 소소한 하루하루라는 시간을 이처럼 감성적이고 따뜻하게 그려내는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아름다운 영상을 보면서 내가 보내고 있는 지금, 이 하루는 누군가는 간절히 원할 수 있는 하루임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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