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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Apr 07. 2019

룸(2015)

*스포일러 있습니다.


감독 레니 에이브러햄슨

출연 브리 라슨, 제이콥 트렘블레이, 조안 알랜, 숀 브리저스 등등


17살의 나이에 납치돼 7년간 작은 방에 갇혀 지낸 조이(브리 라슨)의 곁에는 5살 아들 잭(제이콥 트렘블레이)뿐이다. 방에는 램프 하나, 세면대 하나, 침대 하나, TV 하나 등, 우리가 쉽게 접하는 물건도 오직 하나뿐이다. 세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 그 방에서는 생존하기 위한, 없어서는 안 되는 도구이다. 조이와 잭은 삶을 사는 게 아니다. 생존이다. 그 방에 갇혀 지내는 시간을 견뎌야만 했다.


영화 상영 시간의 반 정도는 그 방에서 생활하는 조이와 잭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한된 공간에서 그들의 활동 반경도 제한된다. 그러면서 조이와 잭의 세계가 나타난다. 조이는 납치되기 전까지는 커다란 집에서 가족들과 사는 평범한 여학생이었다. 그런 조이의 세계는 불행하게도 납치범에 의해 파괴된다. 조이가 감옥과 다를 바 없는 그 방에서 생활하는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하나뿐인 아들 잭 때문이었다.

잭이 자고 일어나 눈을 떠서 천장에 난 창으로 보는 하늘이 유일한 진짜 세계이다. 하지만 잭이 생각하는 세계는 조이와 그 방의 물건들이 전부이고 유일한 실체이다. TV로 보는 세상과 사람도 가짜라고 여기는 잭은 아침마다 방 안의 물건들과 인사를 한다.   


잭을 위해서라도 조이는 진짜 세상으로, 그 방에서의 탈출을 결심한다. 영화의 포인트는 이 부분이 아닌가 싶을 만큼 뭉클한 장면이 나온다. 죽은 척하는 잭을 카펫으로 감싸 납치범에게 바깥세상에다 묻어달라는 조이. 잭은 카펫에 말려 있는 것보다 자신의 세계가 속한 방을 벗어나 트럭에서 흔들리는 상황이 더 무서웠다. 5살 아이 잭, 흔들리는 트럭 위에서 처음으로 본 하늘은 잭만큼이나 나에게도 소름 돋는 장면이었다. 잭의 그 작은 몸뚱이만큼 제한된 세계는 현실에 나오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조이에게는 방에서의 탈출을 의미하지만 잭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잭은 그 방으로 돌아가자고 말하기까지 한다. 


조이가 납치되기 전 속해 있던 세상은 납치된 시간보다 더 큰 괴리감을 조이에게 안겨준다. 그 세상은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 조이와 잭에게 또 다른 공간으로 몰아넣는다. 익숙하지만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세상에 절망과 좌절을 느낀 조이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하지만 조이에게는 잭이 있었다. 잭은 단 한 번도 자르지 않은, 여자아이보다 긴 머리카락을 잘라 조이에게 가져다준다. 잭은 조이의 말대로 그녀를 절망에서 두 번 건져냈다. 


그리고 진짜 세계라고 여기며 그 방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던 잭은 자신이 한때 머물렀던 세상에게 인사를 건네며 작별한다.



세상에는 볼 게 정말 많아. 그런데 넓게 펼쳐져있어서 다 볼 수가 없어. 버터가 발라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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