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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Dec 31. 2019

파수꾼(2011)

*스포일러 있습니다.


감독 윤성현

출연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조성하 등등.


보고 나면 멍하니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영화가 있다. 그리고 눈가가 미세하게 떨리곤 한다. 이 영화를 나는 가끔씩 꺼내 보곤 한다. 투박하지만 심연을, 치부를 드러내는 듯 아련한 영화 파수꾼이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기태(이제훈)가 동윤(서준영)을 찾아가 한 말이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기태의 말이 가슴 깊이 다가온다. 비극이지만 사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기태가 이렇게 생각을 했다면, 동윤이 기태를 외면하지 않았다면 기태는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아들 기태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당혹스러운 아버지(조성하)는 기태의 물건을 살피다 서랍 안에 보관되어 있는 사진을 발견한다. 기태와 동윤 그리고 희준(박정민)이 나란히 찍힌 사진을. 아버지는 사진을 보고 아들의 죽음을 알아간다. 사진 속 한 아이는 전학을 갔고 한 아이는 자퇴를 하고 장례식장에 오지도 않았다는 사실. 


영화는 아버지가 아들이 죽음을 선택한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며 기태와 동윤 그리고 희준의 미묘하게 엉킨 비극을 보여준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미성숙한 소통으로 치부하기에는 영화가 주는 여운이 오래도록 남아 나를 돌아보게 한다. 


"처음부터 잘못된 거 없어. 처음부터 너만 없었으면 돼."

동윤이 자신을 찾아온 기태에게 한 말이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기태와 동윤, 그래서 더욱 잔인한 이 한마디 말에 기태는 모든 게 무너졌다. 기태는 벼랑 끝에 서 있었던 것이다. 학교에서의 짱 노릇도 주목받기 위한 거라곤 하지만 사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어머니 없는 가정으로 살면서 세상에 낙오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많다. 기태에게는 어머니의 부재가 자존심이고 열등감이었다. 동윤이 기태가 원하는 말을 해줬다면 희준이 기태의 사과를 받아주었다면 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누구나 소중한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다. 그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살아가고 그렇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 소중한 게 무너진 사람은 어떻게 세상을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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