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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cos Jul 28. 2020

우리가 헤어진 진짜 이유

그남들과의 연애 by.독버섯

서른 살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생애 6번째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새로운 연인도 생기고 앞자리도 바뀔 기념으로 지난 10년간의 연애를 간단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 연애는 23살 동아리에서 시작되었다. 친구가 회장으로 있던 기타 동아리에서 다른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그 사람을 만났다. 나이는 2살 연상에 이름은 외자, 그리고 나름... 잘생겼었다. (13% 정도 모자른 잘생김 이었다.) 생각해보면 이 연애가 가장 스펙타클 했던 것 같다. 사귄 기간은 6개월 밖에 안되는데 그 안에 참 별일이 많았다. 그 사람의 가장 친한 선배한테 취중 고백을 받기도 하고(들으면 뭔가 소설같지만 진짜 싫었음), 그 사람 집에서 다른 여자의 속옷도 발견하고(미친놈...), 친구가 그 사람 바람피우는 증거를 잡아서 나에게 알려주고(진짜 또라이..).. 지금 생각해보면 주변 인물들도 별로고 자라온 가정 환경도 건강한 환경은 아니고 결정적으로 나한테 잘해준 것도 없는데 그때는 뭐에 끌렸는지 그 사람이 참 좋았다. 결국엔 마지막에 친구가 알려준 바람 증거를 계기로 헤어지게 됐지만... 첫 연애라 그런지 헤어지고 많이 힘들었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증거를 잡아준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만 남아있다.


 두 번째 연애는 토익 학원에서 시작되었다. 몇살에 만났는지는 기억이나지 않는데, 상대방은 나보다 5살 연상이었다. 착하고, 어깨 넓고, 눈도 동그랗고, 머리는 반삭이었다. 3개월 밖에 만나지 않았고 진도도 손잡는 거에서 끝났는데 외모는 누구보다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이 사람과는 썸 기간이 길었다. 일주일에 한두번씩 3개월 동안 만나고 나서야 사귀자고 고백을 했다. 가을에 망원동 한강을 걷다가 고백했는데 알겠다고 대답하자마자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에는 두번째 연애였기에 그래도 한번 사귀어 보자 라는 마음으로 연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나이에 비해 대책 없는 미래와 생각보다 비어 있는 머리(...) 에 정이 뚝뚝 떨어졌고, 길거리에서 손잡는것 조차 질색하게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면서도 성격상 헤어지자는 말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참 못됐다.) 결국엔 이 상황을 참지 못한 상대방이 먼저 헤어지자고 말을 했고 나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3개월 간의 짧은 연애를 끝냈다. 그 이후로 서로 주고받은 연락은 없지만 우연히라도 연락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정말 미안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세 번째 연애는 홍대 별밤에서 시작되었다. 여느때와 같이(?) 별밤에서 친구와 놀고있는데 친구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발견했다고 나에게 번호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번호를 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같이 술집으로 향하게 되었고, 그 날을 시작으로 그 친구와 썸을 타며 얼마 가지 않아 사귀게 되었다. 이 친구랑도 그리 오래 만나진 않았다. 3개월 정도 만나것 같은데 이때도 한창 술먹고 다닐 때라 둘이 만나면 매일 술만 먹었다. 하루는 설날 기차표를 예매해야 하는데 이 친구랑 술먹느라 예매를 못해서 오빠들한테 혼난 적도 있다. 이 친구랑도 참 신기하게 헤어졌다. 말로만 듣던 잠.수.이.별. 어느 순간부터 전화도 안받고 카톡도 보질 않았다.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걱정이 앞섰는데, 친구의 핸드폰으로 전화 를 걸었을때 태연하게 받는 것을 보고(ㄱㅅㄲ) 만나서 담판을 지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연락도 안되는데 어떻게 만나야하나 생각하다가 그놈이 일하는 술집에 손님으로 찾아가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에 가니 흠칫 놀란 눈치였다. 친구와 자연스럽게 술을 시켰고 과자와 술을 바닥에 버리며 진상짓을 했다. 맘같아선 술을 얼굴에 뿌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 행동까지는 못하겠더라. 2시간 동안 진상을 부리다가 가게를 나왔고 그 이후로 그 친구와 연락한 적도, 본적도 없다. 만약 길에서 마주친다면 잘지냈냐며 아직도 잠수 타냐고 물어보고싶다.


 네 번째 연애 상대는 평소 알고지내던 친구였다. 정확히는 친구의 친구였다. 이렇게 쓰면 친구의 남자친구를 뺏은 느낌인데 그런건 아니고 친구가 같이 놀자고 불렀다가 눈맞아 버렸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 친구와는 2년 정도 알고 지내다가 어느 순간부터 관계가 급진전 되었다. 항상 셋이서 만나다가 어느날 둘이 만나자고 훅 들어오는 그 모습에 반했나보다. (아니면 애초에 얼굴보고 반했을 수도 있다. 난 얼빠니까) 어쨋든 이 친구와 가장 오래 만났다. 사귀면서 별다른 일은 없었지만 연인으로서 최악일 수 있는 조건을 많이 갖고 있는 친구 였다. 1. 주변에 친구가 많고 2. 나대기 은근 좋아하고 3. 술 좋아하고 4. 감성적인 편이라 혼자 있는 시간 이런거 꼭 필요하고 (혼자 있을 때 연락 잘안됨) 5. 한가지에 빠지면 다른건 안중에도 없고 6. 그와중에 쓸데없이 착한척 한다 (=질질끌며 헤어지자는 말 못함) 지금처럼 연애에 쿨한 상태였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그때의 난 취준과 졸업, 미래의 불안함에 기댈 무언가가 필요한 나약한 영혼 이었기에 그런 그의 행동 하나에 의미부여 하며 슬퍼하고 우울해했다. 그리고 이런 나약한 영혼을 견디지 못한 친구가 먼저 이별 얘기를 꺼냈고 그렇게 1년 2개월의 연애가 끝났다. 살면서 가장 좋아했던 친구여서 헤어지고 많이 힘들었다. 흔히들 말하는 이별의 감정, 이별의 후유증이 무엇인지 이 친구와 헤어지고 깨달았다. 지금도 가끔 그 친구 생각이 나지만 그리움의 감정 보다는 안부가 궁금할 뿐이다.


다섯 번째 연애 상대는 소개팅으로 만났다. 소개팅은 질색이었는데 팀장님이 소개시켜줘서 거절하지 못하고 만났다가 사귀게 되었다. (거절해야했다) 이 친구는 처음부터 적극적이었다. 두번째 만났는데 사귀자고 했다. 너무 급하다고 생각좀 해보겠다고 했더니 세번째 만났을 때 생각해 봤냐고 물어보더라 (물어본지 이틀됐다 새꺄 ;) 괜찮겠지 싶어서 만나보자고 했는데 괜찮지 않더라. 무엇보다도 이 친구는 눈치가 0에 수렴했다. 흔히들 말하는 눈새였다. 친구가 눈새여도 짜증나는데 남친이 눈새니까 돌아버릴것 같았다. 지금 글을 쓰는 와중에도 답답해서 글을 길게 쓰고싶지 않다. 어쨋든 이 친구는 눈새짓을 끝없이 하다가 내 입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나오게 했다. 크게 잘못한건 없는데 눈치 하나로 헤어지자는 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놀라웠다. 이 친구에게는.. 진짜 별 감정도 없고 안부조차 궁금하지 않다. 평생 안보고 연락 안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불행을 바라진 않는다. 서로 안보이는 곳에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연애를 많이 해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적어놓고 보니 글이 꽤 길어졌다. 오랜만에 지난 연인들을 뒤돌아 보니 기분이 조금 더럽지만.. 그남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연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난 지금의 연애에 충실하기 위해 이만 글을 줄이겠다.


- 언제나 현재의 연애에 충실한 독버섯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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