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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cos Sep 19. 2020

빵 길 따라 걷는 가로수길 산책 part2

빵순이의 사심 가득 빵집 이야기

빵 꽤나 먹어본 빵순이의 사심 가득한 가로수길 빵집 소개! 빵 길 따라 걷는 가로수길 산책 2탄이다.



[르 알래스카]

가로수길 끝자락, 고추튀김이 맛있는 한추 가는 길에 있는 꽤나 오래된 빵집이다. 이곳은 뭐니 뭐니 해도 팔미까레가 가장 유명하고, 팔미까레는 어딜 가봐도 여기가 제일 맛있다. 어릴 때 먹었던 동네 빵집표 수제 빼빼로가 어른 버전으로 고급화된 느낌이다. 적당히 단단하고 바삭한 느낌과 입 안에 들어가면 부드럽게 녹는 초콜렛이 한번 먹으면 딱 기억하게 된다.


팔미까레와 함께 르 알래스카에서 많이 먹은 빵은 감자 시금치 빵이다. 감자가 들어갔다는 것부터 맛있을 상인데, 그뤼에르 치즈까지 들어가서 짭짤함과 담백함과 구수함 사이의 풍미가 폭발하는 빵이다. 다른 빵집에도 비슷한 조합의 빵이 많은데, 효창동 우스블랑의 감자빵은 감자와 치즈 맛이 좀 더 확실하게 나는 편이고, 연남동 블랑의 시금치 치아바타는 안에 베이컨과 크림치즈가 들어 맛이 더 풍부하다. 세 군데 다 다르지만, 다 쟁여놓고 먹을 만큼 맛있다.



[에뚜왈]

아우어 베이커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에뚜왈은 여러 가지 종류의 마들렌과 몇 가지 페스츄리 종류를 팔고 있다. 손님이 많으면 가게 문 앞에 줄을 서 한 명씩 들어가 빵을 사고 나올 정도로 아주 조그마한 빵집인데, 가로수길에서 벌써 몇 년을 버텼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주말이면 밖으로 늘어선 줄이 보이고, 이젠 3호점까지 생긴 대단한 빵집이다. 평범한 오리지널과 레몬 마들렌부터 말차, 얼그레이, 쑥 인절미, 초코, 호지차 등 갖가지 종류의 마들렌이 먹음직스럽게 수북이 쌓여있는데, 그 앞에 서있으면 나도 모르게 금방 한 박스 가득 채워서 사들고 나오게 된다.


감질맛 나는 사이즈에 쫀득함과 퍽퍽함 사이의 약간 묵직한 식감 그리고 은은한 단맛이 있는 마들렌과 함께 오후의 티타임 갖기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기본에 충실한 오리지널과 씹을수록 향긋한 얼그레이가 최고다. 아니다. 말차와 호지차는 겉에 달콤 바삭한 말차 글레이즈, 호지차 글레이즈까지 더해져 두배로 맛있다. 제일 좋은 건 이것저것 다 먹는 거다.


하지만, 내가 요즘 에뚜왈을 가는 목적은 마들렌이 아니다. 겉은 아주 바삭하고 안에는 쫄깃하고 촉촉한 속살을 가지고 있는 크루아상 같은데 위에는 찹쌀 도넛처럼 설탕이 솔솔 뿌려져 있고, 바닥은 마치 크렘 브륄레처럼 설탕이 캐러멜 라이즈 되어 바삭하고 끈적하게 되어 있는 퀸아망이란 녀석에 중독됐기 때문이다. 에어프라이에 살짝 돌려서 먹으면 겉은 더욱 바삭해지고, 버터리하고 깊은 단맛이 한껏 올라와 두 번, 세 번 더 찾아가게 만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인다.



가로수길에 밀도도 있지만 거긴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고, 소개하고 싶었던 또 다른 빵집은 다시 가보니 언제 없어진 건지 사라져 버려서 가로수길 빵 길 산책은 여기서 끝내야겠다. 어디 놀러 가지도 못하고, 끝날 기미도 안 보이는 코로나 사태에 지쳐가는 요즘, 맛있는 빵 먹고 다들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빵을 사랑하는 신발끈 씀




코스코스는 매주 금요일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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