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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cos Dec 18. 2020

이직을 했다

3개월간의 이직 일지 by. 독버섯

지난 8월 10일, 3년 2개월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이유는 지난 글에 있으니 따로 적지는 않겠다.


퇴사할 때만 해도 1개월만 놀고 재취업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눈떠보니 추석이고, 눈떠보니 한글날... 더 이상은  미룰 수가 없었다. 그렇게 2개월에 진입하던 때부터 본격적인 구직 활동을 시작했고, 오늘은 그동안의 구직활동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 면접관으로 아는 사람이 들어왔다.

 말 그대로 면접을 보러 가서 아는 사람이 면접관으로 들어왔다. 이 회사는 헤드헌터에게 제안을 받고 지원한 회사인데, 사실 전 직장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이메일을 주고받고 일 년에 한두 번 미팅을 하는 거래처였다. 마침 제안받은 포지션도 전 직장에서 나와 컨택하던 담당자의 포지션이었으나 해보고 싶었던 일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시한 연봉이 높았기 때문에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면접 당일.. 혹시나 했던 일이 역시나였다. 회의실에서 면접관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딘가 익숙한 실루엣이 회의실 문에 비췄다. 전 직장에서 컨택했던 거래처의 팀장이었다.. 그분도 들어오자마자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요?" 라며 너스레를 떨었고, 이력서의 내 이름과 전 직장을 보자마자 핸드폰 연락처를 뒤져봤다고 한다.(심지어 카톡도 있는 사이였음..)

 아는 사람이라 그런지 면접은 굉장히 순조롭게 흘러갔다. 심지어 면접 자리에서 내 전작장 동료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1차 면접이 20분 만에 끝났고 2차 면접 날짜가 잡혔다. 솔직히 이때까지만 해도 이 회사에 붙어서 많은 연봉받으면서 그냥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팀장이 아는 사람이다 보니 회사에 적응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웬걸 진짜 병크는 2차 면접에서 터졌다.


 2차 면접이 있던 날도 어김없이 15분을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무슨 일인지 면접 시간보다 10분이나 지나서 면접관이 들어왔다.(그렇게 그냥 앉아서 총 25분을 기다림..) 2차 면접관은 본부장이었는데 들어오자마자 본인은 사람의 배경을 봐야 판단할 수 있다는 개소리를 하면서 나의 신상을 탈탈 털었다. 가족 관계에서부터 부모님은 무슨 일 하시는지, 형제들은 어디서 무슨 일 하는지, 고등학교는 여길 나왔구나, 나 아는 사람이 충청도 사람인데~~~ 등등... 이제는 시간이 지나서 더 자세한 질문들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정말 이런 구닥다리 구시대적인 면접은 머리 털나고 처음 봤다. 그리고선 끝에 덧붙이는 말이 '나는 직원들을  가족같이 생각해서, 직원들의 가족관계를 다 알아야 해'였다. 정말 병신 같은 말이었다. 그럼 본인 가족부터 소개해주던가 아님 가족끼리 만나서 밥을 먹지 왜 나만 면접에 불러냈는지 이해가 안 갔다. 결국 2차 면접에 붙었지만 가지 않았다. 



2. 기업은 스타트업, 면접관은 꼰대

 이 회사도 헤드헌터의 제안을 받아 지원한 회사다. 지금 꽤 뜨고 있는 스타트업이었기에 관심이 갔고, 직무는 별로였어도 스타트업의 기업 문화를 느끼고 싶어 면접에 참석했다. 면접관으로는 2명이 들어왔는데 한 명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베레모 같은 모자가 아니라 그냥 캡 모자. 머리 안감을 때 쓰는 모자 말이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들어오면서부터 표정이 안 좋았다. 나는 일찍 일어나서 면접 준비하고 씻고 화장하고 구두 신고 갔는데. 뭐 하지만 그날이 월요일이었고 나도 몇 달 전 까지만 해도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두 명은 들어와서 앉자마자 본인들 소개도 없이 "우리 회사에 대해 많이 알아봤죠? 우리 회사에서 더 개선해야 할 점이 뭐라고 생각해요?"라고 물었다. 뭐지 싶었다. 최소한 자기소개나 서로 아이스브레이킹을 좀 하고 저런 질문을 하지 않나? 내가 너무 착한 면접만 봐왔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첫 질문에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답변을 제대로 못하자 다른 면접관이 "우리 회사 기사 안 찾아봤나 봐요? 대표님 글 이런 거 안 읽었어요?"라는 식으로 말했다. 진짜 어이가 없었다. 여기가 스타트업인가 싶었다. 조금 떴다고 본인들이 대기업인 줄 아는 (중)소기업 같았다. 처음부터 기분이 나빠서 대답이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답변을 원래 그렇게 짧게 하냐며 핀잔을 줬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정말 가관이었다. 본인들은 적극적인 사람을 원하는데, 헤드헌터를 통해 들어온 사람들은 적극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뽑기 싫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그럴 거면 헤드헌터를 통해 지원한 나를 애초에 왜 불렀는지가 이해가 안 됐다. 물론 면접이 나를 평가하는 자리는 맡지만 나도 그들을 평가하는 자리고, 서로의 핏을 맞춰보는 자리인데 저런 식으로 본인들은 기본적인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를 일방적으로 평가하려고만 드는 것 같아 기분이 굉장히 나빴다. 

 면접을 끝내고 나오면서도 아쉬운 마음보다는 여기 왜 왔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면접관이 면접자를 평가하는 만큼, 면접자도 면접을 통해 면접관과 그 회사를 평가하게 되는구나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렇게 몇 번의 면접을 거쳐 3개월 만에 취업을 했고, 이제는 다닌 지 한 달이 다되어 간다. 면접자의 입장에서도 회사를 평가하는 데 있어 면접이 중요한 요소는 맞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지금의 회사에 다니고 있다. 물론 우리 팀장님도 면접자를 평가하는 데 있어 면접이 중요한 요소는 맞지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오늘 엎지른 실수를 내일 어떻게 덮어야 하지 생각하며 독버섯 씀.



코스코스는 매주 금요일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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