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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cos Feb 12. 2021

이천원으로 체리 샤시 하얗게 바꾸기

 전셋집 초 저예산 인테리어 프로젝트 by. 신발끈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전셋집이다. 원래 그리 오래 살 생각이 아니었기에 도배 정도만 하고 들어와 인테리어는 크게 바꾸지 않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낡고 못생긴 부분들이 점점 더 눈에 들어오고 집이 갑갑하게 느껴졌다.


처음엔 이사를 생각했다. 보증금을 더 올려서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가겠다는 부푼 꿈을 가지고 집을 알아봤었다. 그러나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서울. 지금 집에 살고 있던 몇 년 사이 집값은 무섭게 올라갔고, 보증금을 두배로 올려도 지금 사는 집 만한 곳도 구할 수 없다는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매일 부동산 어플을 들여다보고 주말마다 부동산을 돌아다녔는데, 아무리 발 품을 팔아도 결과는 똑같았다. 그 집에 사는 몇 년 동안 돈을 열심히 벌고 또 모았지만, 그 사이 집값은 훨씬 더 앞서 나갔다는 사실을 아프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또 막상 이사를 계획하고 알아보니 보증금을 빼고도 돈 들어갈 곳이 많았다. 전세 값이 높아진 만큼 부동산 중개 수수료도 높아졌고, 그동안 늘어난 짐을 옮길 이삿짐 비용, 새 집의 입주 청소와 도배 등등 이사를 결심하는 순간 줄줄이 돈 나갈 일이 보였다.

그래서 드디어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인테리어를 하기로 결심했다. 다행히도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집주인 분께서는 집의 망가진 부분 보수에는 무관심하시지만, 인테리어는 맘껏 하게 해 주시고, 보증금도 올리지 않으셨다. 그래서 이사한 셈 치고 그 돈으로 지금 집을 고쳐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고쳐야 할 곳이 많다 보니 나름 큰돈을 쓰기로 마음먹었는데도 예산은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열심히 알아보고 또 알아보고, 직접 시도해 알아낸 초 저예산 방법들 중에서도 효과 최고였던 방법이 있어 공유하려고 한다.


이천원으로 체리 샤시 하얗게 바꾸기


우리 집 창문은 그 악명 높은 체리색 샤시인데, 크기까지 매우 커서 답답해 보였다. 그래서 요즘 집들처럼 멋지게 하얀 샤시를 가지고 싶었는데, 알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샤시는 감히 전셋집에 엄두를 내지 못할 금액이다.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고 폭풍 검색 끝에 샤시의 필름을 벗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생각해보니 샤시는 집 안에서 보이는 맨 앞쪽만 체리색이고, 뒤쪽은 모두 하얀색이었다. 원래는 하얀 샤시였던 것이다.


인테리어를 하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공장에서 하얀 샤시에 나무 무늬의 필름을 입혀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인테리어 시트지처럼 붙인 게 아니라, 칼로 끝 부분만 잘라주면 필름지는 끈적이지도 않고 떨어져 나가지만 샤시 위에 남는 노랗고 오돌토돌하게 말라붙은 접착제 제거가 난이도 극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샤시를 포기할 수가 없어 계속 끙끙대고 있었는데, 남자 친구가 엄청난 아이디어를 냈다. 바로 창문을 뒤집는 것이다. 필름과 접착제를 제거하는 수고로움도, 돈도 들지 않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엄청난 발견에 박수를 치며 바로 실행에 옮겼다. 창문의 잠금장치를 떼어내고 뒤집으니, 순식간에 집이 밝아졌다. 너무 쉬운 방법에 감탄이 나왔다.


그런데, 한 가지 더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벽과 창문이 만나는 곳, 네모난 프레임은 뒤집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긴 접착제 제거에 도전해보기로 하고 필름지를 제거했다. 필름지는 정말 칼집만 넣자 바로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누런 접착제는 초강력 아세톤도, 스티커 제거제도, 수세미도, 인터넷에서 찾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봐도 말짱하게 그대로였다.

시간은 계속 가고, 팔은 아파오고, 집안은 독한 냄새로 가득 차오르던 그때에 스윽 한번 문질렀을 뿐인데 샤시의 하얀색이 빼꼼 비췄다. 아세톤을 문지르려고 스펀지를 든다는 게 실수로 매직 크린을 들어서 대발견을 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보스몹 같던 접착제는 매직 크린과 아세톤 조합에 살살 녹아내렸다. 무적 조합과 함께 하니 작업은 금방 끝났다.


BEFORE) 체리색 샤시
AFTER) 뒤집기 후


그렇게 샤시의 순수하고 예쁜 본연의 모습과 만났다. 창문이 밝아지니 온 집안이 환해 보여, 시간이 꽤 지난 지금까지도 볼 때마다 흐뭇하다. 체리색 샤시에 고통받는 전세인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인테리어는 틈틈이 조금씩 하고 있어서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적은 예산으로 하다 보니 직접 해야 할 것이 많아 인생 첫 셀프 인테리어를 하고 있는데, 직접 알아보고 골라서 하는 시간과 정정만큼 만족스럽고 애착이 가는 것 같다. 너무 마음에 들어 공유하고 싶어 입이 들썩거리는 방법이 있어 조만간 인테리어 2탄도 적어볼까 고민 중이다.

코로나 시국에 모두들 집에서 라도 아늑하고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코스코스는 매주 금요일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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