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scos Mar 05. 2021

스페인어를 배우는 이유 Part.2

내가 겪었던 스페인/남미 남자들

벌써 스페인어 공부 연속 180일을 돌파했다. (짝짝짝) 지난번 내가 스페인어를 배우게 된 계기에 대한 글에 어떤 분이 재밌게 봤고 다음 편 기다린다는 댓글을 써주셨는데, 그는 이미 까먹었을 수 있겠지만 따뜻한 댓글에 감동했고 꼭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 글에 이어, 스페인어 공부를 꾸준히 해서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지, 그리고 이를 지속하는 힘이 어떤 사건에서 나왔었는지 파트 2를 써볼 생각이다. 작은 스포를 하자면 이번에도 미국 에피소드가 많다.


1. 스페인어를 하는 남자를 만날 수 있다.


작년에 마라 맛 드라마라는 넷플릭스 '엘리트들'을 봤는데, 잘 생긴 사람이 무려 3명 이상 나온다. 그래서 결심했다. '살면서 한 번쯤 스페인어 하는 남자를 만나보자'


 사실 현실 스페인어 문화권 사람들은 청새치가 좋아하는 남자 스타일의 대척점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이상형은 <비율 좋은 조신한 남자(그런데 이제 멋진 얼굴을 곁들인)>인데 아무래도 정열적인 문화를 가진 에스파뇰 남자들은 연애나 성에 꽤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것 같다. 표본이 충분치 않지만 내가 살면서 만나본 스페인어를 쓰는 남자를 생각해보자. 일단 지난 글에 언급했던 스페인 출신의 남자 '디에고'는 우리 아빠의 이미지를 가졌지만 수염이 너무 많았다. 난 깔끔하고 상쾌한 미소를 좋아하기 때문에 수염도 극혐이었지만 그 친구는 아무튼 좀 껌 씹고 싸가지가 없었기 때문에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또 다른 표본은 남미 에콰도르 출신인 '프레디'인데, 얘는 전형적인 남미형 얼굴의 코 큰 남자였다. 일단 수염 없고 어리고 마른 편이었다. 얘는 나를 보자마자 적극적으로 말을 걸었다. 사실 내 인상 탓인지 뭔지 한국이든 미국이든 나한테 먼저 다가오는 사람이 남녀 통틀어 많이 없다. 근데 프레디는 쉬는 시간이 겹칠 때마다 활짝 웃으면서 말 걸어주고 맨날 나 너무 뷰리풀하다고 해서 기분 좋았는데 딱 거기까지였다. 이유는 언젠가 그 친구가 쓰고 온 무지개 모자에서 찾을 수 있겠다.


요런 느낌... 참고로 무지개의 꽃말은 성소수자입니다...


 그는 자기 집에 하우스 메이트(남자) 이사 오는 날 케이크 구워서 서프라이즈 한 적이 있고, 남들이 그에게 게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자신은 결코 게이가 아니라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결국 나한테 데이트하자고 해서 같이 동물 보러 가고,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도 선물로 줬지만 우리는 결국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가 자신의 성적 취향을 알아보기 위해 나를 이용하는 것은 아닐지 계속 의심이 들기도 했는데 사실은 코 큰 게 생각보다 거슬려서 거절했다. =)


아쉽게도 내가 지금까지 만나 본 스페인어 사용남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나에게도 언젠가 우연한 기회로 엘리트들 같은 미남이 다가온다면? 아껴뒀던 스페인어 실력으로 그를 휘어잡을 것이다. 낄낄


2. 여행 중 옆 테이블이 스페인어로 인종차별/욕하면 알아들을 수 있다.

코시국이 끝나면 스페인 여행을 갈 텐데, 여행 중 만난 스페인어권 사람들이 언제나 나에게 프렌들리 하진 않을 것이다. 그들은 타이니 리를 동양인을 보고 저열하게 웃는 얼굴로 인종차별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내가 스페인어를 할 줄 안다면 놀라 자빠지겠지? 그때는 웃으면서 당하진 않을 거라고 다짐해본다. 


 사실 나는 친구와 해외여행할 때, 우연히 만나는 현지인들에 대해 한국어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외모에 대한 감상평일 수도 있고 진상 욕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한국어를 못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하고 우리끼리 하는 말이긴 하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내가 여행에서 누군가의 표적이 되었을 때, 스페인어를 알아듣는다면 나에 대한 욕이나 칭찬을 알아들을 수 있겠지? 그게 칭찬이라면 기분이 좋으니까 여유 있는 미소를 띠면서 '나 스페인어 할 줄 알아. 고마워. 이것도 인연인데 친구 할까?' 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욕을 한다? 최소한 나도 알아듣고 째려본다든가 (상대가 좀 싸움 못할 것 같아 보일 경우) 맞서서 똑같이 욕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미국에서 일하던 어느 날, 일 가던 버스에서 어떤 키 작지만 잘 생긴 외국인이 올라탔다. 그걸 보고 친구한테 '야 엘프다 엘프... 개존잘이다... 임시완 같음..." 했다가 그 외국인 표정이 우릴 보고 약간 이상해지더니(그 한국인들이 눈만 보고 서로를 알아보는 듯한 표정, 약간 소울이 통하는 느낌으로) 우리 앞에 섰다. 그러고는 그 버스에 탔던 다른 한국인 학생과 한국어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그 한국인 애한테 물어보니까 '존'은 한국에서 5년 정도 살면서 대학교도 다녔어서 한국어를 매우 잘한다고 한다. 칭찬이어서 다행이지 욕했으면 버스에서 머리채 잡을 뻔했다. 민망해서 다음번에 존을 소개받았을 때 기억을 잃은 척했다. 
 반대의 입장이 되어본 적도 있다. 중국 친구 시아, 지아웨이, 그리고 샤오웬한테 중국어로 예쁘다, 잘생겼다, 귀엽다, 내 남자 친구 할래? 이렇게 4종류의 중국어를 배웠다. 중국인인 3명과 한국인 1명이 친했으니 중국애들끼리는 중국어로 대화하곤 했는데, 그때 친구들이 내 외모에 대해 말하는 것을 알아들은 적이 있었다. 걔들 중 한 명이 중국어로 그랬다. '욘은 예뻐! 근데 눈이 좀 작아!' 이걸 왜,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게 바로 귀가 트이는 순간이었을까? 칭찬인 것 같긴 한데 애매하게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모르는 언어를 알아듣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렇게 스페인어를 통해 친구를 사귀고 말을 알아듣는 것이 내 스페인어 공부의 궁극적인 목표인 것 같다. 별개로 매일 언어를 공부하는 좋은 습관을 무려 반년 동안이나 지켜나가고 있는 것도 뿌듯하다. 따로 외우지 않아도 반복학습으로 실력이 쌓인다는 게 내가 학습하고 있는 D앱의 장점이기도 하다. 어쩌다 보니 글 마무리가 앱 추천 같지만 절.대.로. 앱 뒷 광고는 아니다. 위와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달성 과제로 D앱에서 연속 365일을 찍는 그 날까지 이 열정을 불태워 보자! 


- 한국어로도 안 생기는 존잘 남자 친구를 염원하는 청새치 씀.



코스코스는 매주 금요일 찾아옵니다.

NEXT: 신발끈

작가의 이전글 제천에 놀러 오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