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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cos Oct 30. 2020

스페인어 공부를 마음먹은 이유 part.1

Español? No... 

올해 새로 들인 멋진 습관들 중에 <스페인어 독학>이 있다. 

물론 공부하는 것처럼 하는 건 아니고 앱 스토어에서 '스페인어'를 쳐서 리뷰가 좋아 보이는 'D'앱을 다운로드하였다. 게임하듯 목숨이 있어서 하루에 1분~1시간 정도를 한 지 벌써 50일째다. 


 내가 스페인어를 새로 배우는 것을 두고 사람들의 반응은 '왜..?' 거의 왜였다. 왜냐면 한국어 영어 할 줄 알면 거의 중국어나 일어를 배워야 취업이나 드라마 보기 등에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외여행할 때도(가지도 못하지만) 공용어인 영어가 있으니 딱히 해외여행에 문제 될 일이 없을 것 같고,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방대한 자료는 주로 영어로 기록되어있다. 


한마디로 스페인어를 한국 사람이 배워서 딱히 써먹을 데가 없다. 


 그래서 D앱도 한국어로 공부하는 스페인어가 없는 걸까? 어순이 비슷한 영어로 스페인어를 공부하게 되었는데 의외로 영어 문법도 느는 중이다. 이 앱은 무료인데다(자린고비라 무료인 점이 중요함) 재밌어서 "함께 스페인어를 공부합시다!" 하고 영업하고 싶지만 오늘 글의 주제는 D앱 사용기가 아니고 스페인어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다. 


 스페인어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4년 미국에서였다. 


 플로리다 주 올랜도라는 곳에는 디즈니월드가 있다. 학생 신분으로 잠깐 거기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처음으로 가게 된 곳은 리조트의 푸드코트였다. 푸드코트에서 내 일은 주로 손님들이 원하는 메뉴를 말하면 요리된 음식을 건네주거나 간단한 조리 혹은 조립을 해서 내놓으면 되는 일이었다. 로테이션 형태라 샐러드 코너에도 가고, 햄버거 코너에도 가고, 아이스크림 코너에도 갔다. 거기서 일할 때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병아리콩과 후무스도 처음 보고 이게 뭔 음식인지 몰라서 트레이너한테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내 첫 트레이너는 20년 넘게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남미 출신의 도날드 아저씨였다. 기억 안 나지만 아무튼 이름이 도날드일 것 같은 얼굴의 아저씨였다. 나는 대학생이고 식당에서 알바는 안 해봤으니 어리바리하며 열심히 듣고, 눈치 보고 따라 하는데 도날드 아저씨는 영어도 잘했고 오래 일해서 프로인 점이 아주 멋졌다. 아무튼 그때  처음 배운 스페인어 단어가 'Gracias'였다. 음식을 건네주면 남미 사람들이 '그라~시아스- 그라~시아스-' 하니까 난 '유어 웰컴'을 해야 되겠고 그래서 도날드 아저씨한테서 'De nada 데나다'를 배웠다. 


 그렇게 스페인어 무식자이자 서비스업 무식자인 내가 남미 손님들과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내 얼굴(누가 봐도 스페인어 안 하게 생긴 동양인 여자애)을 보고 "에스파뇰?" 물어보고 나는 "노.. "하면 그들이 손짓 발짓하면서 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디서든 열일하는 한국인이자, 영어 못 알아들을까 봐 오지게 눈치를 보던 나는 그들이 뭘 원하는지 싹싹 알아맞혔다. (친구랑 대화하다 생각 안나는 단어 맞추는 것도 즐기는 나..) 영어랑 비슷하게 '아구아' 하면 물이고 '까페' 하면 커피인 거는 자동으로 알아버렸고, 커피를 들고 '리체?' 하면 우유인 것도 알게 됐다. 우유는 레체와 리체의 중간 발음인데 뭔가 유리체 생각나고 예쁜 거 같아서 내가 아는 스페인어 중 가장 좋아하는 단어로 등극시켰다. 같이 일하는 어떤 요리사한테서 까르네가 소고기인 거랑 뽈료가 닭고기인 것도 배웠다. 


어쨌든 그렇게 내 인생 처음으로 마주친 스페인어 사용자들은 진짜 리얼로 영어를 땡큐조차도 모르는데도 잘 다니고 잘 사 먹고 심지어 싸갈스도 바갈쓰였다. (이 이야기는 패스) 스페인어를 얼마나 많이 쓰냐면 상품 라벨에도 무조건 영어와 스페인어가 병기되어있다. 몸은 미국에 있어도 스페인어 버블 안에서 충분히 살기가 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동시에 이들이 이렇게 영어를 모르는데 만약 남미에 가면? 왠지 거기에 영어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실제로 그런지는 모름) 이상하지만 어쨌든 그게 내가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첫 번째 사건이었다.


 내 두 번째 롤은 알라딘, 티키 룸, 트리 하우스의 놀이기구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그때 배정된 트레이너는 나이 든 이탈리안 쿼터 미국인이었는데 나는 이 트레이너 때문에 이탈리아 사람도 싸갈스가 바갈스라는 편견이 생겼다. (이때 꼬메띠끼아미를 해줬어야 되는데 생각이 안 났음. 그리고 그 편견은 아리아나 그란데를 통해 조금 더 견고해지고... )

아무튼 그 트레이너랑 1:2로 같이 트레이너였던 애는 스페인 본토에서 온 디에고라는 남자였다. (와! 스페인 남자 디에고가 까를로스보다 많다!). 디에고는 우리 아빠랑 얼굴이 닮아가지고 내가 기분이 약간 이상했다. 타국에서 만난 유럽 젊은이에게서 아빠를 느끼다니... 나는 얘랑 친해져서 너 우리 아빠 닮았다! 말해주고 싶었는데 얘가 약간 낯을 가린 건지 별로 스몰 톡도 안 하고 그러길래 나도 흥! 하고 별로 말을 안 했다. 


 아무튼 얘랑 둘이 새로 왔는데 이 싸갈스 바갈쓰 트레이너는 대놓고 디에고랑 나랑 차별을 했다. 디에고랑 말할 때는 웃고 나한테는 마녀같이 무표정을 했다. 나는 첨엔 인종차별...? 했다가 애써 부정하고 -> 그 트레이너가 디에고한테 관심 있나..? -> 다른 미국 남자애랑도 너무 화기애애 포옹하고 난리길래 남자라면 좋아하나..? 라고 생각하는 혼란스러운 3단 변화를 겪기도 했다. 난 영어도 잘 못 알아들어가지고 계속 다시 물어보고 가이드 문서도 느리게 읽는데 옆에서 싸갈쓰랑 디에고는 화기애애하게 스페인어+이태리어로 말했다. 나를 인종 차별하고 지들은 재밌어해? 나는 그때 그냥 말춤의 나라에서 온 이상한 이름을 가진 타이니 리를 동양 여자애였는데? 이런 수모를 당하다니 엄청 억울했다. BTS가 좀 만 더 일찍 떴어도... 그래서 내가 그 꼴을 보면서 영어 권력과 인종차별 속에서 무시 안 당하려면 하는 언어가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그러니까 남미에서도 쓰고 스페인에서도 쓰고 미국에서도 쓰는데 심지어 배워두면 유럽에서도 언어끼리 대충 통한다는 말. 와우 가성비도 점수드립니다. (말했듯이 난 자린고비이기 때문에 가성비를 중시함)


아무튼 이 두 가지의 미국에서의 경험이 맨 처음 스페인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공부를 해보자 방아쇠를 당겼던 계기는 또 따로 있는데 이것은 Part.2에서 다뤄본다. 


- 일단 배우고는 있지만 빨리 한국이 짱짱 통일을 이룩하여 세계 공용어가 되길 소원하는 청새치 씀.



코스코스는 매주 금요일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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