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대를 맞이하는 서른 살의 이야기 by. 신발끈
올 해로 딱 서른 살이 되었다. 주변에서는 “니가 벌써?” 하기도 하고, “서른이면 아직 어리지” 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삼십부턴 몸이 다르다”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서른이 된 것에 아쉬움은 없다. 처음으로 이십 대를 맞이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삼십 대의 시작에 들어선 것이 기쁘고 기대되기도 한다. 대학생과 직장인으로 보낸 이십 대는 즐겁고 자유롭기도 했지만, 불안하고 치열하기도 했고, 욕심 많고 미성숙하기도 했다. 반면 서른이 된 나는 여러 가지로 예전보단 조금 더 여유로워졌고, 그렇지만 여전히 젊고 자유롭다고 느끼기 때문에 삼십 대의 시작이 설렌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서른 살이 된 이후로 나이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너무 빨리 나이를 먹은 것 같아서는 아니고, 흔히 말하는 ‘앞자리 숫자’가 바뀌며 삼십대라는 십 년의 장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학교에 입학하면 앞으로의 학교 생활을 그려보듯이, 삼십 대에 입문을 하고 보니 어떤 삼십 대를 보낼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많이 생각하는 게 좋은 습관에 대한 것이다. 밤을 새워도 끄떡없고, 야식을 먹어도 살 안 찌는 이십 대는 지나갔으니, 지금부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좋은 습관을 만들어 놓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올해 새해 목표로 세 가지를 정했다. 첫 번째는 겨울이면 피부가 갈라질 듯이 피부가 건조하지만 귀찮아서 일년에 한두 번 바를까 말까 했던 바디로션 매일 바르기. 두 번째는 작년에 충치 치료로 치과에 큰돈을 쓰면서 뼈 아프게 배운 교훈인 매일 치실하기. 세 번째는 매번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근육량이 훅훅 줄어들고 점점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결심한 운동 시작하기다.
삼월이 된 지금 바디로션과 치실은 거의 습관이 되었다 싶을 정도로 익숙해졌지만, 운동은 제대로 시작도 안 했다. 계획은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하게 세워야 한다는 책에서 봤던 말들이 역시나 틀리지 않았다. 그래도 두 가지는 열심히 하고 있으니 나름의 뿌듯함을 느낀다. 삼십 대를 매일 바디로션을 하고, 치실을 하고, 운동을 하면서 보냈다면, 십 년이 지났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예전과 똑같이 산 것 보다 훨씬 건강하고 단정한 모습이지 않을까.
어렸을 때는 화려한 게 좋았다. 좋은 옷 몇 벌을 오래 입는 것보다, 유행에 맞는 다양한 옷을 여러 벌 많이 입는 게 좋았다. 그런데 이제는 많은 옷 보다, 나에게 잘 맞는 옷이 좋고, 옷에 생긴 얼룩이나 보풀 같은 것들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이런 것들이 어렸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내실인가 보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전에는 퇴근하면 배고프니까 빨리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좋았다. 또 채소나 과일을 좋아하면서도, 점심은 늘 회사에서 먹고, 저녁도 종종 먹고 들어오고, 주말은 무조건 나가서 먹다 보니 상하는 일이 많아 사기가 망설여졌었다. 요즘엔 건강하게 잘 살고, 잘 늙어가는 것에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장바구니도 달라졌다. 시금치도 사고, 토마토도 사고, 양파도 한 망 샀다. 귀찮더라도 부지런히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해 먹으려고 한다.
그런데, 귀찮음은 이겨 내기가 힘들다. 채소들이 또 상할 위기에 처했다. 그래서 급하게 간단하지만 맛있고, 좋은 재료들이 듬뿍 들어간 간단 카레 레시피를 꺼내본다. 십분 완성 토마토 시금치 카레. 온센다마고 추가도 됩니다!
시금치는 씻어둔다. 토마토는 씻어서 반으로 자르고, 양파는 있으면 채 썰고, 없으면 안 넣어도 된다. 재료 준비 끝.
냄비에 양파를 볶다가 물과 카레를 넣고 끓인다. 카레가 끓으면 토마토와 시금치를 넣어 휘휘 섞고 일분 정도 더 끓여주면 완성! (카레는 어떤 제품을 사용하던 다 맛있다.)
온센다마고를 좋아한다면 카레를 만들기 전 끓는 물을 밥그릇에 담고, 찬물을 한 숟갈 넣은 뒤 계란을 담가두면 된다. 이대로 십삼 분 기다리면 온센다마고가 완성되니 카레를 끓이고 나면 딱 맞는다.
접시에 밥과 카레를 담고, 치즈도 좀 올렸다. 카레가 뜨거울 때 바로 올리면, 따로 전자렌지에 돌리지 않아도 잘 녹는다. 온센다마고도 올려주고, 매운 가루도 살짝 톡톡 해줬다.
집에서 혼자 먹는 밥이라도 예쁘고 정갈하게 담아 먹으면 음식이 더 맛있고 가치 있게 느껴져 기분도 좋아진다. 카레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십분 남짓. 콩나물도 씻어 넣고 파 좀 썰어 넣고 계란 톡 깨서 끓인 라면이랑 비슷하다. 쉽고 빠르지만 대충 살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 담긴 레시피이다. 정성 들여 먹고, 정성 들여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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