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scos Apr 16. 2021

집밥을 홈스토랑으로 바꿔드려요

요똥도 할 수 있는 플레이팅 방법by.신발끈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닌 일을 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과제를 제출 기한보다 빨리 내는 일, 아침에 이불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일, 약속 시간에 조금 일찍 나가서 기다리는 일 같은 것 말이다.


반면, 꼭 해야만 하는 일은 대부분 생각보다 금방 적응이 된다. 대학생 때는 오전 아홉 시 수업이 힘들어서 웬만하면 피했는데, 회사를 다니다 보니 여덟 시 출근도 그럭저럭 잘 다니게 되는 것처럼 그런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 점차 익숙해져 간다.


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은 아닐지라도 ‘하면 좋겠다’하고 생각하는 일들을 해내는 힘, 바로 그게 내 인생을 내가 바라는 대로 이끌어가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런 힘은 오로지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런 일들은 아주 작은 부분이라 할지라도 흘러가는 삶을 내 의지대로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음식을 예쁘게 담아 먹는 플레이팅도 그런 일들 중 한 가지라고 생각한다. 맛이야 어떻게 먹던 똑같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신경 써서 담은 음식은 그 노력과 정성만큼 더 귀하게 음미하게 되는 것 같다.


특히나, 혼자 먹을 음식은 더욱 그렇다. 다른 사람에게 대접하기 위한 음식은 아무래도 모양에 좀 더 신경을 쓰겠지만, 혼자 먹을 음식을 예쁘게 담아 먹는 일은 더 큰 의지와 정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만큼 그 음식을 먹는 동안 좋은 음식을 대접받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혼자 때우는 끼니가 아니라 혼자서 즐기는 식사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 한 번의 터치로 평범한 혼밥도 근사하게 만들어 주는 플레이팅을 더욱 쉽게 해주는 재료들이 있는데, 두고두고 여기저기 많이 사용할 수 있어 내가 애용하는 기특한 재료들을 소개한다.


1. 파슬리

이탈리아에서 “파슬리 같다”라고 하면 어딜 가나 다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만큼 파슬리를 여기저기에 다 넣기 때문인데, 이탈리아 음식뿐만 아니라 집에서 먹는 많은 음식에 활용할 수 있다. 나는 인스턴트 수프에도 뿌리고, 닭가슴살에도 뿌리고, 카레에도 뿌리고, 계란찜에도 뿌리고, 야채구이에도 뿌린다. 파슬리는 맛이 별로 강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음식에 사용할 수 있는데, 주로 초록색 색감이 부족한 빨갛거나 노란 컬러의 음식들에 뿌려주면 훨씬 먹음직스러워진다. 오래 보관하려면 드라이 파슬리를 사용하고, 가끔 생 파슬리를 사용하면 비싼 맛집 느낌을 낼 수 있다.

피코크 머쉬룸 수프를 사서 데워 먹었다. 인스턴트 수프에도 파슬리와 약간의 데코를 해주면 수프 맛집이 된다.
양배추를 썰어서 구운 양배추 스테이크다. 누런 빛깔 때문에 심심해 보일 수 있는데, 파슬리를 올려주면 확 살아난다.


2. 그라나 파다노 치즈

보통 파스타 위에 갈아서 올려주는 치즈이다. 꼬릿 하거나 짠맛이 강하지 않아 대부분의 음식과 잘 어울린다. 이 치즈는 블록 모양으로 생겨서 강판이나 그라인더로 갈아서 쓰는데, 단단하고 수분이 적기 때문에 잘 상하지 않아서 오래 두고 쓰기 좋다. 나는 이 치즈를 냉동실에 한 개씩은 항상 떨어지지 않게 넣어두고 사용한다. 피자나 파스타에는 간단하게 파마산 치즈 가루를 올릴 수도 있지만, 그라나 파다노를 사용하면 맛도 모양도 한층 고급스러워진다. 샐러드나 계란말이 등에도 치즈를 뿌리면 부족한 요리 솜씨는 가려지고 잘 완성된 요리로 만들어 준다.

3분 미트볼을 으깨서 만든 파스타지만, 치즈와 함께라면 그럴싸하다.
닭가슴살 샐러드도 치즈를 뿌려주면 우아한 브런치 느낌이 된다.



3. 슈가 파우더

카페나 베이커리에서는 아주 흔하게 쓰는 재료인데, 생각보다 집에는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슈가 파우더는 설탕과 전분을 갈아 고운 파우더로 만들어 놓은 것인데, 설탕보다 약한 단 맛을 가지고 있어 부담 없이 뿌릴 수 있다. 하나 사두고 디저트를 담을 때 한 숟갈 덜어 채로 솔솔 뿌려주면 카페에서 많이 봤던 그런 비주얼이 된다. 그릭 요거트에 넣고 섞으면 슈가 파우더의 전분이 수분을 머금어 조금 더 꾸덕한 질감으로 바뀐다. 자른 오렌지나 딸기처럼 물기 있는 과일에 뿌리면 슈가 파우더가 녹으면서 반짝반짝 광이 나게 해 준다. 은은한 단 맛은 보너스다.

그냥 밥공기에 담아 비벼먹을 수도 있지만, 예쁘게 접시에 담아 슈가파우더를 뿌려주면 근사한 느낌이 든다.
슈가 파우더가 물기 있는 과일에 닿으면 반짝반짝 코팅이 된다.



요즘은 하루 한 끼 집밥을 정성껏 차려 먹으려고 하는데, 몇 년간 대부분의 식사를 밖에서 하고, 집에서는 대충 간단히 먹던 생활에서 벗어나 혼자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이 참 좋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대 정리하기는 여전히 잘 되지 않고, 바디로션 바르는 습관도 몇 달 열심히 노력하다 조금 느슨해지니 금방 다시 살던 대로 살게 된다.


그런데, 멋진 인생은 멋진 습관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 오늘 밤엔 올해 초에 세웠던 새해 계획들을 다시 점검해 봐야겠다.



매일 올라오는 인스타그램 집밥 계정은 요기!

goosoo_yeon



코스코스는 매주 금요일 찾아옵니다.

NEXT: 독버섯


작가의 이전글 30대도 해봤다, 메타버스 “제페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