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메타버스 재밌나?
투자에 관심이 있거나 적어도 IT 뉴스를 보는 사람이라면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한 번쯤은 만났을 것이다. 우리 세대 싸이월드나 큐플레이 같은 서비스와 별 다를 것도 없어 보이는 이 메타버스 개념이 요즘 투자가에서 매우 핫하다.
2년전인가, 회사에서 광고 매체로 알게 된 앱이 바로 국산 메타버스 대표주자인 '제페토'다. 전 세계 1억 명의 사용자가 있다기에 내가 모르는 대세 앱인가 싶어 다운로드 한 제페토의 첫인상은 '10대들이 아바타 꾸며서 과하게 보정하는 카메라 앱'이었다. 그때는 아바타를 꾸미는 것 외에는 끌리는 점이 없어 잊고 지내다 보니 '메타버스' 'Z세대'의 시대가 왔다.
그렇게 오랜만에 다시 접속한 제페토는 많은 발전이 있었다.
우선 어딘가 허접해 보였던 그래픽이 디즈니 영화에 나와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예전에 만들어뒀던 캐릭터에 어울리는 몇 가지 옷을 샀다. 의외로 어색함 없이 몸에 착 달라붙었다. 그때는 있는지도 몰랐던 월드에 접속해봤는데, 그래픽이 너무 좋은데도 버벅거림이 없었다.
잘은 모르지만 게임을 하려면 크루에 들어야지 하며 일단 성인들이 모여있는 크루에 가입했다. 마침 그날이 그 크루 가상세계 정모 날이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모르는 이들과 숨바꼭질을 하겠다고 디스코드(음질이 아주 좋은 음성채팅 서버)를 깔았다. 과몰입의 시작이었다.
위 테마는 BT21과 콜라보한 놀이공원 테마이다. 제페토에서는 정기적 업데이트를 통해 다양한 월드를 제공한다. 특히 내가 감탄하며 한 맵은 '밀키웨이'라는 월드로, 마치 우주에 있는 것 같은 배경과 점프 요소들, 그리고 신비로운 음악이 특징이다. 점프를 통해 위로 올라가면서 퀘스트를 깨면 특별 아이템을 준다.
참고로 10대들이 좋아하는 월드는 교실이라고 한다.
젬과 코인은 현금 결제가 가능하나 앱 곳곳에 광고를 보고 코인을 받는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다. 광고를 보는 것으로 코인은 쉽게 모을 수 있는 반면 젬은 앱 다운로드 후 ㅇ레벨 달성과 같은 꽤 인텐션이 높은 오퍼 월 형식이었다. 젬 규모가 큰 걸 보니 광고 단가가 꽤 높을 것 같다. 이렇게 모은 젬과 코인으로 이용자는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아이템을 살 수 있다. 제페토 측에서 제작한 아이템들 일부는 코인으로 살 수 있었지만 이용자가 제작한 유니크한 아이템은 오직 젬으로만 살 수 있었다.
이처럼 자신만의 아이템을 디자인해서 파는 이용자들(크리에이터)는 본인 아이템이 젬으로 팔리면 이를 현실의 돈으로 정산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제페토에서 옷을 팔아서 돈을 버는 10대들이 있다고 하는데 마인크래프트 때처럼 패션 디자인 산업의 미래가 밝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똥 손이지만 언젠가 제공되는 템플릿을 이용해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멋진 옷을 입은 제페토 캐릭터를 이용하여 사진을 찍고 필터를 씌우고 스티커를 붙여서 사진을 저장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다. AR 기능으로 내 표정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증강현실처럼 자연스럽게 캐릭터 합성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만화나 뮤직비디오를 2차 창작하는 제작 기능도 있다. 제페토 웹드라마를 유튜브에 올리거나, 잘 꾸민 캐릭터로 SNS 스타가 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별안간 제페토에 빠져버려서 아직까지는 30대 이용자도 재밌게 하고 있다. 실친 6명을 가입시켰는데 그중 대다수가 캐릭터를 꾸미는 것은 재미있으나 월드에 적응하기는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점프 컨트롤이 어렵다는 의견) 나도 첫날 숨바꼭질을 너무 열심히 해서 급하게 멀미난 경험이 있었던 터라 공감이 됐다. 캐릭터를 꾸미는 유형은 달랐는데, 대다수가 비현실적으로 예쁜 얼굴과 몸매를 선택하여 스타일링했으나 한 명은 본인을 똑 닮게 꾸민 뒤 머리색만 바꾸는 등의 커스텀을 했다.
앞으로 제페토에 바라는 게 있다면 지금 제공하는 포즈를 검색 적용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또 월드에 내 세계를 빌딩 하는 샌드박스 모드가 있으면 좋겠다. 사실 일반 사용자들도 월드를 만들 수는 있지만 3D 프로그램을 이용해 제작해야 해서 도전하기 쉽지 않다. 마인크래프트처럼 빈 월드를 제공하고 거기를 직접 꾸미게 해 주면 정말 무한정 시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마인크래프트보다 발전된 그래픽에 동물의 숲의 아기자기한 디테일을 더하면 차별화된 서비스로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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