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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cos Jun 11. 2021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나의 사적인 취향과 이 시대의 트렌드 by. 신발끈


  취향은 패션, 음식, 라이프스타일 등등 참 다양한 분야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취향 중 어떤 부분 여러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이기도 하고, 몇몇은 굉장히 유니크하고 마이너한 특징이기도 하다. 나는 대부분의 영역에 있어서 무난한 걸 좋아하고, 유행을 잘 따라가는 성격이라고 생각하지만, 나 역시도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 몇 가지는 남들로부터 특이하다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곤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까, 특이하다고 했던 취향이 어느새 대세가 되어있기도 한다.



마이 페이보릿 컬러: 그레이


  나는 어렸을 때부터 회색이 좋았다.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다른 친구들이 빨강, 노랑 등 화사하고 톡톡 튀는 컬러를 뽑을 때 나는 회색이라고 대답했었다. 어린 시절에는 그러면 “왜 회색이 좋아” 하는 질문이 꼭 따라왔었다. 나는 회색이 가장 편안하게 느껴졌었고, 그래서 내 주변에도 늘 회색을 많이 뒀다. 옷을 고를 때도 여러 가지 컬러가 나와있는 옷을 보면 항상 회색이 제일 예뻐 보였는데, 옷장에 회색 옷이 너무 많아서 일부러 회색을 제쳐두고 두 번째로 예쁜 색을 고르는 식이었다.


  대학생 때 잠깐 친했던 친구 수민이는 이런 부분에서 나랑 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어 너무 반가웠던 친구다. 그 친구는 방도 전부 회색으로 꾸몄었는데, 바닥뿐만 아니라 벽지까지도 회색으로 바꿔버려서 너무 멋져 보였다. 거의 십 년 전이었던 그때에는 회색을 인테리어 메인 컬러로 쓰는 게 흔치 않았어서 다른 친구들은 벽지가 회색이면 너무 칙칙하지 않냐, 부모님이 뭐라고 안 하시냐, 이런 식의 반응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집의 바닥을 회색으로 깔아버리고, 침구도 여름, 겨울 할 것 없이 온통 회색이지만 아무도 특이하다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게 내 취향이라는 생각도 잘 안 하는 것 같다. 그냥 요즘의 흔한 아이템일 뿐.



내 커피는 디카페인


  나는 카페인 최약체로 태어났다.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뛰고, 손이 떨리고, 잠이  오는 정도는 많이들 알고 있는 현상이지만, 술을 마신 것처럼 바닥이 솟아오르는 느낌의 어지러움이라거나, 열대야가 계속되던  여름밤에 수면잠옷을 꺼내 입고 덜덜 떠는 오한이라거나, 뱃멀미를  것처럼 나오는 것은 없는데 헛구역질만 계속 나오는 메스꺼움도 카페인의 부작용이라는 것을 겪어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일들을 겪고 나니  때는 커피의 냄새만 맡아도  좋은 기억이 떠올라 속이  좋아져서 카페에 들어가는 것조차 불편해했었다.


  그런 계기로  년간은 커피를 끊고 아예 입에 대지 않았었는데,  희한하게도 기억이 점점 멀어지자 다시 커피가 좋아졌다. 그래서 그때부턴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때는 카페에선 파는 곳이 없어서 카페에 갔을  에이드 같은 다른 음료를 마시고 집에서만 혼자 즐겼었는데,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점점 많아져 이젠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디카페인 원두를 취급하고 있다. 요즘에는 카페인을  먹는 사람뿐만 아니라, 커피를 마실  있어도 건강을 생각해서 디카페인을 선택하는 사람 많아진  같다.  반가운 변화다. 요즘엔 드립백까지도 디카페인으로 나오고 있어서, 조만간 인생  핸드드립 커피에 도전해  생각이다.



채소를 먹는 이유: 맛있어서


  편식을 안 하게 키우려는 엄마의 노력 덕분이었을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채소를 좋아했다. 집에서도 채소 요리를 많이 먹는 편이었고, 고등학교를 요리학교로 진학해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이후로는 직접 채소 요리도 많이 해 먹었다. 우리 가족은 모두 다 같은 마음인 줄 알았는데, 엄마는 채소를 별로 안 좋아하셨었다는 걸 엄마의 뒤늦은 고백으로 알게 되었다. 엄마는 채소가 50대가 되고 나서야 좋아지셨고, 그 전에는 건강을 생각해서 일부러 드신 거였다고 한다. 언니는 어릴 때 반찬이 온통 풀뿐인 적이 많아서 싫었다고 한다. 우리 가족의 반전이다.


  나는 정말로 채소가 맛있어서 좋아한다. 생명과학을 전공한 남자 친구는 내가 분명히 채소를 좋아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했는데,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한다. 나는 그냥 상추만 집어 먹어도 맛있고, 가지만 구워 먹어도 맛있다. 예전엔 내가 가지 요리를 하면, “정말 가지만 넣어?” 이런 반응이 많았는데, 요즘엔 비건과 키토 식단의 인기로 흔한 음식이 되어버렸다. 덕분에 그런 음식을 더 많이 자주 접할 수 있고, 밖에서도 많이 팔고, 그런 음식을 올리는 내 인스타에도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줘서 너무 좋다. 예전엔 “밥은 없어?” 이런 댓글이 달렸었는데, 요즘엔 “따라 해보고 싶어요” 이런 댓글이 달리는 게 신기하다.




유행은 돌고 돈다.

각자의 취향대로 즐겁게 살자.




코스코스는 매주 금요일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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