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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Oct 17. 2021

번아웃 해결합시다!

서비스 기획자의 문제해결 일기 DAY - 1

서비스 기획자는 문제를 정의하고, 개선안을 제안하며 종국에 문제 해결에 도달하여, 최종적으로 서비스 개선과 성장을 이끄는 사람이다. (어디까지나, 현재 내가 이해하고 있는 서비스 기획자라는 직군에 대한 정의이다.) 비단, 서비스 기획을 할 때만, 문제정의와 해결이라는 사고 프로세스가 필요한걸까? 아닐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하루 8시간 일하는 회사에서 우리는 시, 분, 초 간격으로 엄청나게 많은 문제적 상황과 만나고 해결한다. 아니 해결해야한다. 


10.12.화요일 문제해결 일기


1. 에피소드

디자이너로서 기획과 디자인을 병행하는 프로젝트와 업을 주로 진행하다가, 2020년 웹 서비스를 기획하는 업무를 하게 됐다. 드디어, 나의 업무 역량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전환기를 맞이하는 것인가?!! 하는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심장 한켠이 충만한 것도 참 짧았던 것 같다.


난생 처음 시도해 보는 온라인 기획과 운영을 하면서, 나는 참 많이 깨졌다. '깨짐'의 원인을 돌이켜 보면, 


첫 번째. 함께 일하는 협업자들의 이해도와 너무 달랐다. 

둘 째. 나의 업무 처리 방식과 협업자들의 업무 처리 방식이 참 달랐다. 다르면 시간을 내어 합이라도 맞춰보겠는데,... 조직적으로 여러 이슈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발에 떨어진 일을 쳐내고, 개발 단계로 넘기고, 급하게 넘긴 기획안을 본 개발자의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나는 졸속 개발을 부탁하고. 부탁하고. 주장하고! 의 무한 매들리를 반복해야 했다. 상황이 이러니, 깊이 있는 벤치마킹과 시장조사를 통한 기획은 임금님 머리위에 살포시 놓여진 왕관 같은 존재가 되어갔고, 협업자들의 '인간적 다름'을 알아가는 것 또한... 먼나라 이웃나라 이야기였다. 당연히 의사소통은 점 점 꼬여만 갔다. 

셋 째. 전략 수정이 빈번이 이루어 졌고, 이럴 때 마다 개발 요건은 수십 번 변경되었며, 실무자들의 눈에서 총기가 사라졌고, 사기가 떨어졌다. 

넷 째. 웹 서비스 기획 업무는 거의 처음이고, 개발 언어가 낮설다보니 회의 때마다 나는 협업자들에게 신뢰를 잃어갔고, 개발자에게 완전히 먹혀버렸다. 

최종적으로 나는 내가 기획하고 작성한 화면설계서를 보고도 기획요소와 서비스의 기능들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고, 내가 작성한 요건들을 기억해내기 위해 꽤나 많은 시간을 들여 기획 문서를 읽고 또 읽어야 했다.


건망증을 동반한 아주 심각한 "번아웃 증상"을 경험하고 나서야, 서비스 기획자의 업무 특성상 요건 변경에 따른 고달픔은 뭐 이 업을 하는 사람들의 애교 같은 옵션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2. 문제정의

1) "번아웃"으로 인해 심각한 "건망증" 증상을 경험했다.

2) "번아웃"으로 업무 집중도가 떨어졌다.

3)  "건망증" 증상이 심해지면서, 구성원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그리고, 신뢰를 잃었다.

     (특히, 최종 의사결정자와 'align'을 맞추기 어려웠다.)

4) 잦은 변화(전략 변경, 조직적 인사이동, 모호한 R&R)로 인한 '저성장'과 지금 쌓아 나가고 있는 시간이 물경력이 될 것 같은 극심한 걱정과 고민이 많아졌다.


3. 문제해결

1) "번아웃"의 원인 정의 

- '쉼'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 '쉼'을 선택하지 않고, '일'을 선택했다.

- 전략 변경으로 애써 작성한 웹 서비스 기획안이 필요없어졌다.

- 갑작스러운 팀내 퇴사자 발생으로, 퇴사자의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게다가, 해당 업무는 나로서는 납득가지 않는 업무 중 하나이다.)

- 나와 절대 맞지 않는 스타일의 상사와 일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 입사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나의 팀 소속이 여전히 모호했다. 

   (현재 소속된 팀은 B2C IT팀이고, 행정상으로는 마케팅 팀이다.)

- 직장 상사의 "강한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었다. 힘들었지만, 꽤 참았다.

- 잦은 업무 변경으로 일구어낸 성과가 없었다. 아니, 성과가 없다고... 생각했다.

- 업무에 대한 자신감 상실, 이로 인한 자존감 상실을 경험했다.

- 하루 아침에 "일 못하는 사람"이 됐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을 경험했다.


우리의 삶은. 

어쩌면, 


상황에 대한 시의적절한 문제정의와 잔잔바리 같은 문제해결의 총합일지도 모른다. "건망증"을 동반한 "번아웃"은 잠시 멈추고, 숨 고르기를 하라는 인생의 신호등일지도? 모르겠다! 2021년 늦가을에 만난 "번아웃"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 번아웃이 내게 던진 질문들

- 왜? 그렇게 과도하게 "일"에만 몰입하는가? 

- 어떻게? 어디서? "쉼"을 즐길 것인가? 

- 주변 사람과 어떻게 의사소통할 것인가? 

- 나의 전문성, 강점 역량은 무엇인가? 

- 나의 약점 역량은 무엇인가?

- 어떻게 나의 약점을 상쇄하고 강점을 강화시킬 것인가? 

- 나에게 성장이란? 무엇인가? 

-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가? 

- 지금까지, 나는 성장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 앞으로 성장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 내 인생의 목표, 비젼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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