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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Jan 19. 2022

취업 준비 중 방 안에서 하는 독백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퇴사한 지 32일


오늘 [하루 한편 퇴사 에세이]에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다가, 문뜩 전문성!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2년 정도 경력을 쌓은 내가 2020년에 회사라는 곳에 들어가기로 결심하고,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이고 싶어서 선택한 것이 회사라는 곳이었지만, 회사라는 곳의 일원이 되면 나의 업을 전문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에 와. 다시 생각해보면, 


회사라는 곳은 업을 전문화시킬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다. 아니었던 것 같다.라는 표현이 더 맞는 걸까? 그렇다면, 업을 전문화시킨다는 것은 뭘까? 나는 꼭 전문가가 되어야 할까? 전문가가 되면 행복한 삶을 사는 걸까?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회사에서 나와서 다시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만,... 눈 오는 날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던지니, 새삼 인생이 새롭다. 


정성 들여 서류를 준비하고, 지원했는데... 서류 통과 내지는 불합격 여부도 알려주지 않는 기업 채용담당자가 야속하기도 하지만, 덕분에 진지한 고민을 던지게 되는 공백의 시간이 퍽하게 소중하게 다가온다.


오늘도 벽에 붙여진 엽서를 본다. 엽서에는 파란 대문이 그려져 있다. 언젠가 준비됐을 때, 파란색 뒷문을 열고 나가면 만날 수 있는 아주 멋진 정원의 주인이 되는 것이 꿈이다. 난 분명 초록빛이 가득한 꽃들로 둘러싸인 정원 한가운데 앉아서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관경을 아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파란 문과 빨간 단풍_앨리스 브라운 달튼


그런 관경 속에서 차 한잔을 마시고, 슬그머니 작업실로 기어 들어가 정원에서 받은 에너지로 패브릭 패턴을 그리고, 지우 고를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디자인으로 누군가 행복한 삶을 사는 미래를 꿈꾸며, 때때로 바다 건너 외국 파트너들과 화상 회의를 하며... 


30대와 40대는 도시에서 IT기술과 브랜드와 관련된 디자인을 할 테지만, 40대 중반에서 50대 언덕 즘에는 자연 속에 둘러싸여, 도시와 농촌의 경계에서 패브릭 패턴을 디자인하며 살고 싶다.


22년 1월 19일 수요일 오후 11시 10분 ~ 11시 33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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