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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Feb 18. 2022

서류전형 탈락과 사유 그리고 서울의 평범성

평범한 것이 가장 어렵다.

퇴사한 지 61일


나의 커버레터를 받은 푸드 '스타트업 C사'로부터 서류전형 '불합격'이라는 결과가 도착했다. (커버레터는 정말 가고 싶고, 나의 커리어 방향과 회사의 미션 그리고 비전이 일치한다고 생각되는 기업에게만 보내고 있다.)  이들은 나의 지원서류에서 "진심을 봤고 보여준 관심에 감사하고, 직무를 수행하기에 필요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실행한 프로젝트들의 산업 분야, 기간, 규모, 역할, 기술 적합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라는 불합격에 대한 짧은 사유를 알려주었다. 비록 불합격했지만, 내가 받은 불합격 사유가 기업 이미지 관리를 위해 존재하는 매뉴얼 메시지일지라도, 기업에 대한 나의 진심과 관심을 알아봐 준 것 같아서 '좌절감' , '서운함' 등의 감정은 들지 않았다.


이래서, 채용시장에서는 미스매칭이라는 영역이 필수 값으로 존재한다. 푸드, 교육, 리쿠르팅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경험한 나와 핏이 맞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위의 C사처럼 핏이 다소? 맞지 않다고 판단 내리는 경우도 있다. (아마 데부분의 기업이 후자의 이유로 나의 지원서류를 탈락시킬 것이다. 나는 신입이 아니고, 경력자이며, 회사는 직무를 수행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원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불합격 메시지를 받고 보니, 조금은 진드거니 특정 산업군, 비교적 안정적이고 제대로 된 기업에서 커리어를 쌓았어야 했구나!라는 생각이 뼈에 사무치게 든다. 하지만, 달리 방도가 있나?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5~6년이라는 시간은 나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조금 더 빨리 채용시장의 언어를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후회는 없다. ~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만 존재할 뿐이다. 


어제 UXUI수업을 마치고, 오랜 지인을 만나 '도삭면'을 먹었다. ('도삭면'은 밀가루 반죽 덩어리를 썰어서 만들어낸 국수를 의미한다.) 나의 바람 잘날 없는 서울 정착기를 비교적 근거리에서 지켜봐 온 사람, 나 또한 그의 서울 곡절을 가까이서 지켜봐 왔다. 


"인생의 권태기"에 대해 

나 : 5년 ~ 6년 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 빠지 뜻 시간만 흘렀고, 일구어 놓은 건 딱히 없는 것 같고 참 모양 빠져요. (웃음)


지인 : 샤샤님, 그거 인생의 권태기예요! 


나 : 와,,, 명쾌하다. 이 증상을 "인생의 권태기"라고 하는군요. 그래서 돌연 30대 초입에 회사 관두고 여행 가고, 그러는 거구나. 


지인 : 맞아요! 숨이 턱까지 숨차요. 진짜. 


나 : 진짜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인데, 말이죠. 내가 좋아하는, 대화하면 즐거운,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 만나서 얼굴 보고, 근황 이야기하고, 맛있는 거 먹고, 이런 거... 이런 일상성을 조금 더 안정적으로 하고 싶은 것뿐인데, 이게 참 어려워요. 


인생 모 있나!


지인 : 샤샤님. 제가 원하는 것도 그렇게 큰 게 아니거든요. 근데 이게 참 어렵다는 거죠. 


나 : 지인님의 want는 뭐예요? 


지인 : 저는 월세 안내는 거요. 진짜 딱 5년만, 월세 안 내고 싶어요. 


나 : 아... 그건 나도, 사실 집만 해결되면 뭘 못해... 평범하게 사는 게 너무 어려워요. 


지인 : 아마,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성 "월세 안내는 내 집을 가지는 것" 이것, 자체가 가장 평범하지 않을 거예요. 아마도...!! 서울은 매력적인 도시이지만, 이곳을 향유하기엔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많아요. 그렇다고, 지방으로 내려가기엔,... 제외해야 하는 가능성이 너무 많아요. 하물며 배달 앱에서, 선택할 수 있는 중국집의 수가 현격히 달라지잖아요! 세상을 보는 보폭이 좁아지는 거죠. 그래서, 인구 절반에 가까운 수가 서울과 경기권에 모여 사는 건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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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C사의 불합격 사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나의 구직활동과 지원서류의 전략을 수정해야 함을 캐취했다. 조금 더 고민하고 전략 수정하여 재도전 해봐야지! 나를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치는 기업과 수장님이 어딘가?는 있겠지! 


오전 7시 1분 ~ 28분에 씀

다음 편 예고. '리더십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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