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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Feb 19. 2022

리더십의 향기

수평과 수직의 언어

퇴사한 지 62일


30년 이상 살아내면, 대략 사람은 "내가 어떤 부류의 인간인지?" 알게 된다. (필자의 아버지는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이고, 어머니는 요가 학원 원장 선생님이다. 게다가, 여동생은 생명공학 석박사생으로 장래에 연구자나 교수가 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막내 동생 또한... 영화 시나리오를 공부하고 있지만, 이 친구 역시 선생님과 관련된 직업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한다. 어쨌든, 선생님 집안 맞다.) 가정환경이 이렇다 보니, 나 또한 자연스레, 선생님 마인드셋이 다분히 많은 사람이다. 내 주변의 작은 또는 시작하는 대표님들이 모두 하나 같이, "샤샤는 창업가야!! 창업을 해야 해!!"라고 입을 모아 말하지만, 나는 온몸으로 부인한다. 부인의 이유는 첫 째. 나 스스로 내가 대표자의 그릇이 못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둘째. 대표자보다는 교육자 내지는 조력자의 삶을 살겠다.라는 무의식의 선언이 있기 때문이다.


어제, 3월부터 프리랜서로 함께 일해보자는 퇴사한 회사의 팀장님 미팅과는 별개로 퇴사한 회사 대표님과의 미팅 일시를 잡았다. "회사 근처 오면, 차 한잔 하자!"는 그의 부름을 나는 미루고 뭉개고 있었다. 정신적으로 그리고 체력적으로 모두가 지친 상태에서 LTE급 속도로 진행된 나의 퇴사. 정작 내가 필요하여, 나를 영입한 사람과 깊은 대화는 나누지 못하고 마침표를 찍게 되어 마음 한 구석에 아쉬움 그리고, "아, 인생이 이렇게 흐를 수도 있구나"라는 당황스러움도 많았다. (원망이나 미움은 없다. 적어도 나를 영입한 대표님에게는) 


LTE급 퇴사에 이유를 찾자면, 당시 나의 상태가 인수인계할 수 있는 정도가 못 되었다. 단기 기억상실증 영화의 여자 주인공 마냥, 분 단위의 단순한 것들도 기억하지 못했다. 게다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틀 상간에 2kg씩 강제 감량되는 체재였다. 몸과 마음이 모든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이것이 퇴사의 개인적 사이다. 두 번째, 이유는 조직 관점의 명분이다. 나의 상태가 저러하다 보니, 직장 상사였던 부대표님 입장에서는 '나'라는 사람은 하루라도 빨리 도려내야 하는 어떤 것이 되었다.


리더십의 향기


나의 퇴사가 왜 이렇게 극단의 상황으로 전개됐는지? 마지막 이유는 "아마도 - maybe" 리더십의 차이가 아니었나? 한다. 나를 영입한 대표님은 다소 수평의 상생 지향적 관점을 가진 리더자(돈을 생각보다 못 벌 지라도,... 배고플지라도... 함께 살자 주의자)였고, 내가 입사한 지 8개월 이후부터 1년간 함께 일한 부대표님은 (조직의 생산성과 효율성에 관한 논리와 수식을 DNA에 새겨 놓은 수평적 리더자였다.) 사실은 수직적 관점을 가진 리더자였던 것이다. ("사실은"에 별표 100개 붙여 강조해본다. 개방적이라 말하는 사람 치고, 개방적인 사람 난 못 봤다.)


나 또한, 수직보다 수평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보니, 부대표님과 나는 안 맞을 수밖에 없었다. 함께 일을 하면 할수록, 부대표님의 날 선 수직적 프레임을 도무지 따라갈 수 없었다. 내 머리로는 당최 이해가 안 되는 영역이 존재함을 나는 그때 알았다. 세상이 유지되기 위해 존재하는 블랙홀의 알고리즘과 동격인 부대표님의 관념과 세계(알게 뭐람!) 그가 그려 나가는 그림 속에 그리고 논리의 알고리즘 체계를 꼭 지키며, 명확하게 포지션 하지 않았을 때, 나는 언제나 능력 없고 무능하며 이 조직에서 하루라도 빨리 퇴출되어야 하는 직원이 됐다. 결국 나는 그의 손과 발이 되었고, "원하는 것을 말하세요!" "해줄게요!" 체재로 전환 되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계속 능력 없고, 무능하고, 일하는 척만 하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사람이 되고, 또 되었다. (그리고 뭐... 단기 기억상실증 증상이 오고, 가만히 있어도, 체중이 감량되는 기적을 경험했죠)


"유유상종"


< 코로나 사태의 초입부 2020년 4월 나를 영입한 대표님과의 대화>


대표님 : "코로나 문제야... 정말! " 


나 : "코로나가 문제겠어요? 지구적으로 간간히 발생하고 있는 인종 차별, 앞으로 발생될 무수한 무시와 괄시, 오해, 은연중의 색안경, 사람들과의 소원함 이런 게 더 무서운 것 같아요!"


"비슷한 동류애"


이것이 아마, 나를 영입한 대표님의 무의식적 이유였을 것이고, 내가 대표님을 선택한 이유였던 것 같다. (그냥 뭐, 비슷하다고 생각되었! 내가 선택하는 대표들은 대게 인간적인 사람들이다.....  공통적으로 돈이 많이 없다. 아예 돈이 없는 대표들도 많다. 보통.) 


작은 회사에 몸을 담으면, 작은 배로 파고를 온몸으로 감당하기 때문에, 삶 자체는 불안정하지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스토리는 풍부해지고 깊어진다. 이것이 작은 회사의 매력 중 하나. (하지만, 이제는 청산하고 싶은 과거)


막장 드라마였던 나의 LTE급 퇴사와 관련된 이 글을 쓰기까지 2달이 걸렸다. 취업 시장의 비수기 1월~2월에 주말, 휴일 없이 달렸던 나의 취업 준비기,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지만, 퇴사의 당혹스러움과 분노를 해소할 방도가 없어서, 도무지 못 찾겠어서. 그렇게 달렸나? 하는 생각도 든다. 매일이 주말이 그리고 휴일이. 마음속에서 몰아치는 소용돌이로 부글 거렸던 나날들이다. 


분노의 질주


<퇴사한 회사의 팀장님과 카톡 대화>

팀장님 : 잘 지내지요! 샤샤 보고 싶어요. 


나 : 만나려면 500원 ㅎㅎ ( 사실 500만 원 적고 싶었다.) 잘 지냅니다. ^^


팀장님 : 곧 봬요! ^^ 맥주 콜!! 


나 : 그래요. 곧 만나요. 저 다음 주에 회사 들러요! ㅎㅎ. 


나 : 팀장님. 저 사실. 분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1월 2월에 구직 활동하고, UXUI수업 듣고, 포트폴리오 매주 수정하고, 인사담당자에게 소통 메일 보내고,... 쾌속 질주했어요. 


팀장님 : 분노의 질주였군요. 


그렇게 나는, 퇴사한 회사 대표님과 미팅 날짜를 잡고서야 아주 푹 쉴 수 있었다. 앞으로의 삶과 취업에 관한 그 모든 걱정을 내려놓은 날. 치킨 / 맥주 / 그리고 배우 유해진이 나온 영화 / "생각대로만 살면 생각지도 못한 행복을 느낄 수 없었다."라는 이상한 제목의 유튜브 플레이 리스트와 함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주 푹 쉰 날! 

치킨은 사랑.


행복해졌다. 


여전히 나의 지원서류는 서류전형을 넘지 못하고 있지만, 행복해졌다. 다음 장을 이제야 넘길 수 있을 것 같은 봄바람이 불어오는 게 보인다.



ps

변변한 것 없는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유튜브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공유 드립니다. 제가 요즘, 들으면서, 춤추는 음악이에요!


https://www.youtube.com/watch?v=WsFu6wmzRiY&t=2147s

첫 곳은 'Bobby Vinton'의  'Sealed with a Kiss'이 나옵니다! (참고) 


오전 10시 30분에서 오후 12시 20분 1시간 50분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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