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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Feb 20. 2022

창업가란?

세상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사람

퇴사한 지 63일


며칠 전부터 약 2달 전 벌어진 LTE급 퇴사와 관련된 '분노'와 '당혹감'을 하나 둘 내려놓고, 마음속에서 덜어낸 터라 아주 푹 쉴 수 있게 되었다. 아무런 걱정 없이. 가만히 있어도 마음이 평온했다. 더 이상 폭풍 같은 불안과 들끓는 분노는 느껴지지 않았다. 드디어 잔잔한 바다로 나온 것 같은 설렘. 행복해졌다. 구독해 둔 유튜브 플레이 리스트를 틀고, 흥얼거리며 "아무런 의미 없는 춤"을 출 수 있게 됐다.


아무런 의미 없는 춤사위

침대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어제 만난 대표님과의 대화를 복기해 본다. 2년 전부터 나를 영입하려고 부단히 애 섰던 그녀, 2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시작된 그녀의 영입 노력, 그리고 다시 거절한 매몰찬 나,... 거절의 이유는 딱 하나이다. 더 이상,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하고 엉성한 상태로 마무리되는 그런 여정은 이제 싫다. 


두렵다. 


될 것 같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전략이 시장의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하고 의미 없이 아무것도 아닌 어떤 것이 되는 것,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원해지고, 상처 주고, 상처받는 그런 관계로 전환되는 것, 그런 것들이 두렵다. 


그녀의 영입 설득을 요리조리 피하며, 샐러드-파스타-피자-와인으로 곁들여진 상다리 부서지는 저녁을 얻어먹으면서, 나는 넌지시 물어본다. 

 



나 :

"진짜 이 친구랑 같이 가고 싶다. 오래 함께 하고 싶다.라고 생각한 친구가 어느 날 돌연 그만두고 싶다고 하면, 진짜 회사의 미래가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인가요?"


2년째 영입 제안 중인 대표님 : 

응! 진짜. 대표들은 그래, 1년 생각하고 사람을 들이진 않으니까... 매일 상상하니까. 이 친구의 미래, 나의 미래, 우리 모두의 미래. 정말 나랑 맞고, 마음 맞는 친구가 어느 날 그만두겠다.라고 말하면, 서운하고 그렇지! 


개인적으로 나는 선생님 기질이 다분히 많은 사람이라, 마음속에 나만의 단어 사전을 가지고 있다. 나의 세계관 안에서 창업가는 아래와 같이 정의된다.


< 창업가란? 

   세상의 외연을 확대시키는 사람


세상의 외연을 확대시키는 사람들이라서, 창업가는 힘들다. 힘들 수밖에 없다. 미래를 실현시키는 사람들. 인고의 고통을 넘고 사회와 인류의 사고와 관념이 담긴 대부분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사람들. 이들이 창업가다. 지난 5년의 시간 작은 회사에서 창업가 옆에서 여러 가지 일을 했던 나. 덕분에 나는 이들의 무게를 조금은 안다. 


"돈 벌어야지!!"


백팩 메고 "돈 벌어 올게!" 내지는 "돈 벌어야지!!"를 외치며 엘베를 타고 사무실을 뛰쳐나가는 그들. 그들 어깨 위에 있는 백팩이 나는 가끔 그들이 이번 생애 해결해야 하는 어떤 것처럼 보인다.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그냥 짠한다." 때론 "마음 아프다." 그 어께위에 나의 월급, 내 생활도 보인다. 내 시간 중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내 삶의 일부를 노동의 대가라는 명분으로 책임져주는 사람들. ... 그 책임들을 짊어지는 그 어깨들이 "참 그렇다." "돈 벌어오서소"  


"같이 하자!"


마음에 드는 재원을 만났을 때, "같이 하자"는 말을 꺼낼 때, 얼마나 두려우셨을까? 거절을 알면서도 거절을 예측하면서 하는 말. "야, 나 좀 도와주라" 도와달라는 말에 살짝 숨겨진 절박함과 약간의 간절함? 같이 미래를 그리고 싶은 사람에게 하는 고백에 대한 무수한 거절, 그 거절을 넘고 싶은 마음을 담아 하는 말.



창업가. "자주 벼랑 끝에 서는 사람들" 아주 가끔. 벼랑 끝에 있는 창업가와 옆에서 일하거나, 우연히 만날 때가 있다. 그런 그들을 볼 때마다, 나는 이런 말을 한다. 


"대표님" 제가 28살에 만난 투자 심사역께서 하신 말씀 중에. 이런 말이 있어요! 진짜 벼랑 끝에 있는 대표들의 발표를 들으며, 벼랑의 높이가 보일 때가 있데요!!! 뻘 소리 같지만,... 벼랑 끝에 있으면, 보통 투자받는 시점이래요. 대표님이 포기하지 않으면 회사는 망하지 않아요. 파이팅. 하이링 ~~ 


세상의 외연을 확대시키려고 아등바등하는 창업가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 특히 벼랑 끝에 있는 대표님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나의 최소한의 말 "식물들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얻는 시기와 절기가 다 달라요." 


"대표님도 분명, 대표님의 시간과 절기가 있을 거예요."

영입제안을 요리 조리 피하며, 야무지게 먹은 저녁.

백팩을 동여 메고, "돈 벌어올께!!"를 위치며 회사를 뛰쳐나가는 대표들의 뒷모습을 볼 때면, " 돈 벌어오소"라고 말하지만, 하다가 정말 힘들면 "내려 놓으소서"라는 말을 언젠가 꼭 해주고 싶다. --> 


대표님!! 내려 놓는 것도, 전략일지도 몰라요.

ps.

사실. 재원을 얻는 것도... 대표님 복이에요... 운명을 찾으소서.


오전 9시 10분 ~ 10시 5분 씀 (45분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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