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엉 Feb 21. 2022

지켜야 하는 대상이 있다면, 어제든 강해질 수 있으니까

비록, 취업은 막연하지만.  

퇴사한 지 64일


지난주 금, 토, 일 약 3일에 걸쳐 지원서류 작성, 직무 역량 강화, 구직 활동 등 취업에 관련된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었다. 2달 만의 휴식. 아침 8시 30분 책상 모니터 앞에서 이번 주 주요하게 할 일을 체크했다. "음, 역시 3일 휴식의 후유증은 무시할 수 없다."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생활 습관의 1차 지지선이 살짝 붕괴된 기분이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던 포트폴리오 작업 또한 살짝 박자를 잃은 뜻한 느낌이다. "그래도 뭐 어쩌랴?"


어제 밤늦게, 지난날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퇴사 과정을 지켜본 나의 찐 친구로부터 카톡이 왔다. 2월부터 코칭 공부를 시작한 친구, 50회 실습을 해야 하는데, 본인이 수업시간에 배운 것들을 활용하여 무료 코칭을 해주겠다고 했다. 감사한 일이다. 나의 취업 여정을 근거리에서 지켜보고 있는 그녀. 지원서류가 서류전형을 넘지 못할 때마다, "하긴 하는데..., 어차피 안 될 것 같아..."라는 나의 혼잣말에 진심을 다하는 표정으로 안쓰럽게 응답해준 사람.


그녀와 함께하는 코칭 프로그램 일정을 구글 캘린더에 등록하고, 이번 주 주요하게 할 일들을 하나, 둘, 상기해 본다. (1) 재정 정리-전월세, 각종 공과금 납부 (2) 직무 역량 강화 - 웹퍼블리싱 html, css 복습 (3) 포트폴리오 완성 (4) 매일 1곳 지원 (5) 헤드헌터 접선을 위한 이력서 등록 (6) 퇴사한 회사 대표님 및 팀장님 미팅 (7) 4월을 버틸 수 있는 생활비 확보를 위한 프로젝트 메이드 등... to do list를 작성하는 내내 머리가 아파온다. 음... 숨 막히는 to do들


취업 기간이 힘든 이유는 아마, 어제 끝날지? 모르는 미로를 걷는 '막연함' 때문일 것이다. 3월에는 꼭 결판를 봐야 하는데... 사실 나는 1월 안짝으로 취업을 외쳤다. 하지만, 나의 계획은 무기한 연기되어 2월의 마지막을 목전에 두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2월 28일까지 쉬고 싶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3일 쉬니, 자꾸만 쉬고 싶은 것이다.)


날씨가 다시 추워졌다. 아마, 봄으로 가는 길목에 만나는 마지막 추위가 될 것이다. 나 또한 이 추위와 함께 포트폴리오를 마무리 지을 것이다. 3월 면접을 넘어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나와 내 지인, 친구, 가족을 지키기 위해,


웹 퍼블리싱 수업이 끝나고, 이번주 금요일에 예정되어 있는, 퇴사한 회사 대표님과의 미팅을 위해,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정돈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나의 전담 디자이너님. ^^ ~ 



나 : 

"저, 잠시 일 쉬고 있어요!" "이번 주 금요일에 퇴사한 회사 대표님과 미팅이 있는데..." "머리 이쁘게 정돈해 주셔서 한결 가볍게 미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해요." 


전담 디자이너님 : 

"아이구, 그간 마음 고생이 많으셨군요! 고객님"



나라는 존재보다, 타인의 손길로 풍성해지는 내 삶. 

이 여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슬픔 가득한 고비에도, 웃음 가득한 능선에도, 언제나 감사하며 살 수 있길. 고통스러운 협곡을 만나도 너무 자책하지 말고, 혼자 삭히지 말고, 다음에 나와 비슷한 공경에 처한 어떤 이를 만난다면, 내 경험을 사전 삼아, 작은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길. 그렇게 성장해 나가길. 


진심으로 바란단다. 

샤샤야. ^^ 


밤 9시 10분 ~ 9시 42분 씀

매거진의 이전글 창업가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