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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Mar 09. 2022

전우를 잃은 심정이 이럴까?

어느 날 노트북에 회색 금이 보이기 시작했다.

퇴사한 지 곧 90일


다음 주에 면접이 잡혔다. 고대하던 면접이 잡혔는데,... 기쁜 게 정상인데, 기쁜 것은 딱 10분이었다. 단지, 산적해 있는 문제를 풀어가는 인생의 고해 한가운데 있는 뜻 했다.


어제부터 노트북 화면 맨 아래쪽에서, 회색 빛의 금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정규직으로 취직에 성공하여 처음 만든 신용카드로 24개월 할부를 끓어 구입한 노트북이다. 24개월간 은행에 돈을 빌려, 구입했지만, 스스로 일구어낸 환경에서 처음 구입한 노트북이다. 그 후 약 2년 동안 카드 할부로 고생 꽤나했지만, 지금으로 부터 2017년 약 5년의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을 이 노트북으로 완성했다... 프리랜서로 S전자 신입 연봉을 벌어본 적도 있었는데,... 그때, 정말 월, 화, 수, 목, 금, 금 그리고 24시간, 프로젝트 3개를 돌리며 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투여한 시간 대비 돈을 많이 번 것도 아니지만,... 정말 많은 회사의 프로젝트가 이 노트북을 거쳐갔다.


중간중간에, 상태가 안 좋아지기도 했었고, "아, 이제 수명이 다했나 보다, 곧 새로운 노트북을 사야겠다."라고 하면서 몇 번의 고비를 잘 넘겨 왔는데, 며칠 동안 노트북 화면의 "회색 금"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왕 5년 함께 했으니, 22년 올해만 견뎌보자!! 했는데... (며칠 전, 진행한 운영체재 업그레이드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기를 제발....)


이젠 정말 보낼 때가 된 걸까?

3월 9일 수요일 대선이 끝나면, 기업들의 채용은 더욱 본격적인 국면으로 치닿을 것이다. 본격전에 사용할 실탄을 완성해야 하는데! 이제 곧 고지인데!! "전쟁에서 전우를 잃는 심정이 이런 걸까?" 대학 때 여러 가지 추억이 쌓인 노트북을 정리하고, 새 노트북을 장만했을 때도 아쉬웠는데,... 그런데, 이번에는 좀 감회가 다른 것 같다.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함께 시작한 나의 노트북은 나와 함께 무수한 새벽을 보내며, 다음과 같은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았다. 남들이 다 아는 유명한 브랜드, 회사가 아니지만, 이 노트북으로 완성한 결과물을 아직도, 여러 회사 대표님들은 더러 사용하고 계신데...


조금만 더 버텨주면 안 돼니!?



2017년 ~ 2018년

: (주)푸마시 신직업 농장 코디네이터 교육 프로그램 기획 / 디자인


2018년 ~ 2019년

: (농업회사법인) 뽕디이레농원 브랜드 로고 / 패키지 / 상세페이지 / 제품 사진 /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

: (비영리)그로어스 푸드테크 스타트업 네트워킹 모임 홍보 소재 및 페이스북 피드 콘텐츠 제작

: (주)디랩 초등학생 교육 교재 디자인

: 기타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


2020년 ~ 2021년

: 휴식기 (퇴근 후 저녁과 주말을 책임짐! 최고의 미니 극장을 만들어 줌! 이 노트북으로 영화를 참 많이 봤다.)

: 회사 노트북으로 중장년 재취업 지원 플랫폼 서비스를 기획 / 디자인 / 운영

: 두 번째 포트폴리오 완성


2022년 ~ 현재

: (개인 프로젝트) 캐치띵스 네이티브 앱 서비스 UX시나리오

: (개인 프로젝트) 퍼스널 로고 완성

: 세 번째 포트폴리오 제작 중

: 노트북으로 만든 3번째 포트폴리오 0.5ver으로 3월 15일 J기업 '1차 면접' 확정


딱, 1달 ~ 2달만 더 버텨주면 좋겠다. 새로운 노트북을 구입하기 위한 돈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 능선을 난 꼭!! 지금까지 정말 많은 어려움과 난국을 함께 해결해 온 이 노트북과 넘고 싶다. 어딘가 북박이장이 될 때까지! 취업이라는 이 미션을 클리어할 때까지! 정말 짧게 30일 ~ 60일만 버텨주면 되는데... 제발! (그리고, 퇴사한 회사의 자회사로부터 넘어오는 각종 일들도, 최소한 아니 최대한 해결하고 싶다.)


앞으로 2주, 4주 뒤에 연이어 올 면접의 기회들, 소소한 애피소드 그리고 기쁨, 좌절, 슬픔, 등 등의 감정을 이 노트북으로 기록하고 싶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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