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에서 90년대 생의 경제적 격차를 봤다.
나의 이직 성공기에 대한 글을 쓰기 전에 '현실 직시하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시작해보려 한다. 글을 발행하고 나면, 내 글에 '라이킷'을 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편이다.('라이킷' 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학교 선생님, 언론인, 작가, 취준생, 직장인, 취업 컨설턴트 등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내 글을 주로 읽는 독자인 것 같다. 아마, 취업에 관한 고민이 많으신 분들일 것이다.
감히 말하건데, 내가 동네 구멍가게 보다 못한 중소기업에서 외국계 회사 이직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이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이전 글에서, 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해 언급했는데, 표현이 "기울어진 운동장"이지, 자세히 들여다 보면, 넘을 수 있는 "운동장"이긴 한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노력하면 넘을 수 있는 운동장인가?"
나는 "이런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라는 버킷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구내 식당이 있는 곳, 어학 역량 강화를 위한 사내 지원이 있는 곳, 등이 었는데, 나는 이번에 이직에 성공하면서 버킷 리스트 중 2가지를 성취했고, 이 곳은 내가 상상한 것 그 이상의 복직가 있다. 휴지통 치워주는 직원분, 화장실에 비치된 가글 용액, 때 되며 채워지는 간식과 종류별로 구비되어 제공되는 컵라면(야근 할 때 먹으라는 양식), 복지 포인트, 통신비 지원, 체력단련비 지원, 개인 법인카드, 얼음 나오는 정수기, 층 층 마다 있는 커피 머신, 사내 심리 상담 서비스 등 몰라서 못쓰는 복지가 더 많은 곳. 환경이 이렇다 보니, ... 회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한 카드와 행정 절차를 셋팅하는데, 기본 일주일 정도 걸린 것 같다. 개인 법인카드를 신청하고, 배송 기사님으로 부터 카드를 수령했을 때의 새로움... 매달 1회 인당 소정의 회식비가 제공되는 색다름. 물가 상승 했다며, 인당 회식비의 단가 비용을 올려 제공하는 사내 문화, 난 아직도, 이곳의 복지가 적응이 잘 안 된다.
여기서 일하는 나보다 2살 ~ 3살 어린 친구들을 보면 많이 부럽다. 이런 환경에서 조금 더 일찍 일했다면, 수학적으로 통장에 돈이 얼마 정도 쌓였을 것이고, 매년 지급 되는 복지 포인트로 얼마나 많은 이로움을 누릴 수 있었을까? 언론에서 말하는 소위 MZ라이프를 나도 조금은 어린 나이에 누릴 수 있었을까?
만 30세, 인턴 제외하고 사회에서 밥벌이 한 기간이 만6년 정도인 나는 명품백 하나 없고, 명품 지갑 하나없다. 정말 돈 없고 힘들었을 때, 유0클0 에서 1~2만원 짜리 옷들로 버틴적도 있었고, 겨울 패딩은 아직 내 돈으로 사본 적이 없다.(사회 초년생 때 부모님이 사주신 패딩 딱 한 벌있다.) 블라우스 한 벌에 5만원 ~ 7만원 정도 하는 준 브랜드에서 옷을 사기 시작한 것도 아주 최근의 일이다. 아디00 운동화도 내 돈을 딱 한번 사봤다. 지금은 5만원대 브랜드도 어딘지? 모르는 곳의 러닝화를 신고 종 종 집 뒷편 공원을 달린다.
이 곳에서 일하는 내 또래 친구들의 옷과 가방 들을 유심히 본다. 들어 봤음 직한 브랜드들의 로고들이다. 샤0, 에0메0, 디0 등, 입고 있는 셔츠도 1장에 10만원 대 가격을 훌쩍 넘는 브랜드들 이다. "도대체 다들 무슨 돈으로 이런 브랜드들의 제품을 사입고, 쓰는 거야?"
평범한 고등학교 미술선생님으로 30년 이상 일하고, 내년에 조기 퇴직을 선언한 아빠는 내 말에 이렇게 답해 줬다. "서울에 부자가 얼마나 많겠니?" (우리 부모님이 나를 포함한 동생 2명을 부족하게 키웠냐고? 물어 볼 수 도 있겠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삼시세끼 못 먹고 학원 못 보낼 정도로 어렵게 자라지는 않았다. 시간이 흘러 사회라는 공간에서 내가 몰랐던 계층의 사람을 만나고, 교류해 보니, 세상이 조금은 보이는 것 같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이제 넘을 수 없는 운동장인 것 같다.
얼마 전, 나보다 1살 많은 90년생 지인이 한강에서 자살 시도를 했다. 직장 없이, 창업한다고 1~2년 전부터 동분서주 했다. 하나에서 열까지 다 안 됐던 모양이다. 잠실 대교에서 자살 시도를 하고, 다행히 경찰에 인계되었다. 보통 자살 시도를 하고 경찰서에 인계 됐을 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보호자가 자살 시도자를 인수 받아야 한다. 현행 행정 절차가 이렇다 보니,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왜 내가 그날 인수자로 선정 됐는지?) 일요일 주말 오후 3시 자취방 바닥에 누워 영화 보다가 옷가지를 대충 주워입고, 자살 시도를 한 친구 인계를 위해 택시를 타고 옆 동네 경찰서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의 경제적인 상황은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이전 회사에서 대표에게 돈을 빌려주기도 했고, 최근 1~2년간 경제적으로 계속 어려웠던 그 친구의 상황을 볼 때, 카드 돌려막기는 당연할 것이고, 사금융에서 돈을 빌리는 상황까지? 내 몰리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경찰관에게 나의 간단한 개인정보를 남기고, 친구를 인계 받은 후, 경찰서 옆 분식집에서 김밥, 돈까스 등을 함께 먹고 헤어졌다. 애써 돈은 빌려주지 않았다.(고통은 상대적이지만, 나도 서울에서 직장 다니며 돈이 없어 인터넷 끓긴 적도 있었고, 당장 일은 해야 하는데, 사용하던 노트북이 고장나, 24개월 할부로 노트북을 구매하여 사용하면서 갚아 나갔다. 상황이 어쨋든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자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 친구에게 남긴 말은 "힘들겠지만, ... 창업은 잠시 접고, 고정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건 어떠냐?"였다. "정부에서 진행하는 청년 단기 일자리도 많고, 그런 일자리라도 도전해 보는 건 어떠냐고?"
이런 말을 하고, 이런 글을 적는 나도, 이 친구의 상황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한국사회에서 30이 넘었고, 경력이 없다면 신입으로 어디든 들어가기도 어렵다. 중간에 업을 바꾸면, 바꿀 수 는 있지만, 으례 짐작되는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고, 이전에 업에서 받았던 대우보다 더욱 박한 환경에 처하게 된다. 현실은 이러하지만, 달리 방법은 없다.
나는 사회에서 다양한 모습의 MZ들을 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지어, 머리를 묶는 악세사리까지 샤0 브랜드를 걸치는 직장 동료와 당장 내일 밥 먹을 돈이 없어, 잠실 대교에서 자살 시도를 한 내 친구 사이에서, 이 둘다 90년생이다.
내가 속한 MZ세대의 경제적 격차는 극단적이다.
화려하지만 살벌한 서울에서 '존버 : 존나게 버티다.'하다가 내가 이직에 성공한 건, 내 노력도 있지만, 80~90%는 그저 운이다. 서울에서 살아남으려면 기본적인 DNA가 독해야 한다.가 오늘 글의 결론 인 것 같다.
다음 화) 예고
인터넷 기사를 읽고, 무릎을 쳤다.
- 갑 제외 을, 병, 정 모두 다 해본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