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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Nov 05. 2022

직장 내 폭력! 내가 만난 빌런이야기

저는 오늘 한국의 사회적 경제를 고발합니다. 

약 2~3년 전, 최 고위직(기업 대표, 임원, 국회의원 보좌관 등) 리더십 교육 보조강사로 고액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 오는 수강생들은 다들 어디선가 한 자리씩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소위 '돈' 꽤나 있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 중, 꽤나 사업 수완이 좋아 엄청난 부를 일군 여성 교육생 분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부자 옆에 가야, 따뜻한 밥이라도 얻어먹는 거지,
거지 옆에 가봐라! 밥은커녕... 같이 궁상맞아져~~" 


그 말을 들은 다음 해, 사대보험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작장이 필요했던 나는 사회적 기업 S기업에 취직하여 내 인생 최악의 빌런을 만났고, 동네 강아지 보다 못한 그의 몹쓸 인성으로 하여금 내 생에 태어나 처음 "인간적 모멸감"이라는 감정과 마주하게 됐다. 그리고, 주 1회 진행되는 회사 전체 회의에서 '회사에 돈이 없다.'라고 말하는 대표와 경영기획팀을 경험하면서,... 사실상 "부자 옆에 가야, 따뜻한 밥이라도 얻어먹는 거지 ~~ "라고 말했던 그 여성 교육생분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가치관을 가지게 됐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

모두 한 번쯤 들어 봤음직한 단어이다. 내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직전 회사에서 경험한 일들의 일부분이 잘 기억이 안 난다. 약 2주 전, 금요일 업무를 마무리 짓고, 직전 회사에서 좋은 기억을 나눈 직장 동료들과 '야채곱창'과 '술'을 먹으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지금 이 글을 쓰는 과정에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려고 하면, 누군가 검은색 가위로 기억 세포를 다 끊어 놓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기억나지 않는다.  


직전 회사 빌런에 대한 잔상. 


1. 성희롱 

내가 만난 직장 내 빌런의 직급은 부대표였는데, 이혼한 경력이 있는 '돌싱'에 40살이었다. 성희롱의 범위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인지? 법률적인 규정을 찾아보진 않았지만, 손을 내밀며, 본인의 향수 냄새를 맡아보라고 한 적도 있었고, 왁싱샵 이야기를 여러 번 하기도 했었다. 여자 직원에게 굳이! 왜?? 이런 행동과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혹시, 왜 그러는지? 짐작이라도 되시는 남성분들에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당시, 동네 개만도 못한 빌런 부대표께서 하는 행동과 언사들은 한국 나이로 이제 30에 접어든 내게 무척이나 생경했던 것 같다. 나는 그의 행동이 아주 극진히 불쾌하진 않았다. 불쾌의 감정이었다면, 성희롱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려나... 조금 더 불쾌감을 느꼈어야 했을까? 결혼도 해봤고, 40년 이상 살아 봤으니, 40대에 접어드는 남성은 내가 주로 만나는 30대 남성들과 다른 것인가? 혹은 남자의 성욕이 여성에 비해 2000배 가량 강력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오피스 와이프" 또는 "19금이라도 함께 연출해 보자는 의도인가?" 등의 생각을 살짝 했었던 것 같다. 정리하자면, 딱히 신경 안 섰다. 내가 가진 상식선에서 조금 많이 벗어난 것 같은 요구가 올 때마다,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는데,... 아주 지랄을 한다. 개세끼!"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게 맞다. 당시 내 솔직한 심정은, "돌싱이고, 40대 접어드니 외로워서 몸에 있는 DNA가 미쳐 날뛰나! 보지!" 라고 무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 "미쳐가지고..."


2. 언어폭력과 비방

내가 퇴사할 때쯤, 업무적으로 오해가 생겨 전사 직원이 다 있는 장소에서 부대표는 본인의 화를 참지 못하고 내게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 소리를 지르긴 했는데,... 무슨 말을 하면서 소리를 질렀는지? 기억이 나진 않는다. 다만, 기억나는 말은 "왜 이렇게 버릇없어! 자리로 돌아가!"였다. 본인 감정은 다 쏟아붓고 내게 설명할 시간적 여유 따위 주지 않았다."지 말만하고, 지 감정만 표출하고, 그게 끝이었다. 니네 부모는 너를 왜 그렇게 키웠니?"  내 인생에서 몇 안 되는 큰 사건이라 난 다음날 연차를 쓰고 회사에 출근하지 못했다. 이틀 후 회사에 출근했는데, 회사 복도에서 만난 인턴 직원들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쓰레기 피하 뜻 움찔하며 몸을 최대한 숙이며 내 옆을 지나갔다.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직원들도 내 얼굴을 보자마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파김치가 된 직원분들도 있었다. 그리고 내 책상 위에는 빨리 짐을 정리하고 나가라는 압력을 암시하는 것처럼,... 작은 박스 하나가 놓여 있었고, 박스 안에는 회사에 두고 다닌 소지품 일부가 들어가 있었다. 쥐 꼴만 한 월급(당시 나는 4년에 가까운 경력에 요즘 신입도 받지 않는 276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으로 사람 쓰면서 정말 더럽고 치사하다.라는 말이, 그 조차 너무 아까웠다. 하느님은 뭐하시나, 내가 하느님이었다면,...


이 사건이 있기 전부터, 팀원이 있는 자리에서 나는 수차례 "넌 봐도 몰라, 넌 해도 못해!"등의 모멸적인 언어폭력에 노출됐었다. 과연 내가 "봐도 모르고, 해도 못하는 그런 인재였을까?" 


결정적으로 나는 부대표라는 사람이 본인과 근거리에서 일하는 부하직원 욕(나에 대한 욕)을 하는 모습을 정확히 2번이나 봤다. 사람 뒤에 버젓이 세워두고, 빌런이라는 부대표는 대표에게 쪼르르 달려가, 비방을 했다. "이거 봐라... 예가... 지금까지 이렇게 일 처리를 했다. 아주 몹쓸 직원이다." 


그 모습을 보는 내 심정이 어떠했냐고? "아주, 가지가지 하는구나!" 딱히... "할 말이 없다.", "네가 승자다. 직원 하나 제대로 못 써가지고, 대표한테 쪼르르 달려가 욕이나 하는 니 능력의 한계를 인정해^^. "어디서 못 보고 배운 것들이 못 배운티는 더럽게 잘 내요!"



3. 잦은 업무 변경과 퇴사 권유

부대표가 부임하고 나서, 내가 경험한 업무는 꽤 다양해졌었는데,... [콘텐츠 마케터 - 콘텐츠 디자이너 - 성공사례 취재기자 - 에디터 - 서비스 기획자 - 콜드 콜 전화 상담사] 등 길게는 3개월 ~ 2개월, 짧게는 1달에 한 번 업무가 바뀌었었다. 잦은 업무 변경에 대해 항의했을 때, 나에게 돌아온 피드백은 퇴사 권유였고, 이직 권유였다. "솔직히 디자인 전공자한테, 경력자 디자이너한테. 저런 태평양 같은 업무를 시키고, 소화를 해주면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거야... 빌런 세끼야!"


퇴사하기 두 달 전, 난 나의 모든 에너지를 완전히 소진한 상태였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박해일이 연기한 형사의 말을 빌리자면, (뭐, 상황은 다르지만) "난 완전히 붕괴됐어요!" 즉 나는 나 스스로를 지켜주지 못할 정도로 붕괴된 상태였다. 그 때쯤 부대표는 나에게 "수동적이지 않고, 진취적으로 원하는 것을 개척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 갖지도 않은 조언을 했다. "진심으로 분노했다."


진심으로 깊은 분노가 느껴졌다. 


겨울 하늘에 떠다니는 먼지 같은 그 개세끼의 '말'을 듣고 참다못해 한 마디 날렸다. "1년 동안 쓸려 다니면서, 이일 저일 해보세요. 진취적이고 주체적임을 생각해 볼 수 있나!!!" 



난 신중했어야 했다. 최고위자(대표, 임원) 리더십 교육에서 만난 여성 교육생분의 말을 꼽씹었어야 했다. 나는 그 여성분의 말을 아래처럼 바꾸고 싶다. 

"부자 옆에 가야, 따뜻한 밥이라도 얻어먹는 거지,
 거지 옆에 가봐라! 밥은커녕... 재수 없어진다.~~" 


모든 정황이 사내 폭력이라 할 만했고, 나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이 신고해! 미친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 정확한 상황은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나의 상황에 몇 마디 전해 들은 엄마는 "나쁜 세끼네... 뭐 그런... 놈이 부대표를 하고 있냐!!"고 화를 냈다. 하지만 나는 사내 폭력으로 신고하지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가장 큰 이유는 당시 내게, 신고라는 것을 생각할 대단한 에너지가 없었다. 나머지 이유는 진흙탕에서 이 억울한 문제를 해결하겠다. 는 생각으로, 저 미친 개세끼랑 허우적거리면서 내 손과 몸에 진흙 묻히기 싫었다. 너무 역겨웠고, 더러웠다.


상상해 보시라, 몰상식한 직상 상사를 직장내 폭력으로 신고한다고 해서, 나와 같은 말단 직원이 얻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 있겠는가? 그 더러운 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발을 잘 못 뒤뎌 함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는 일만 있을 뿐!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이런 몰상식한 빌런들은 신고를 당해도 반성과 늬우침이 없다.) 정녕 내가 그 자리에서 신고라는 것을 했다면, 발 뱀했을 것이고, 미친뜻이 달려 들어서 나를 미친 여자 사람 취급했을 것이다. 



빌런을 통해 본 두 가지 리더십

세상에 빛과 어둠이 존재하는 것처럼 '리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하나는, 자신의 성과 내지는 조직의 목표를 위해 책임을 다하며, 아랫 직원을 살피며 당장의 성과보다 사람을 남기려는 리더이고, 조직 내 자신의 입지 또는 지키고 싶은 독보적인 우월감을 위해 주변 사람을 깎아 내리고, 없신 여기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리더이다. 슬프게도,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후자의 리더가 더 많다. 우월의식에 가득 찬, 식혜에 둥 둥 뜬 밥풀보다 못한 같잖은 우월을 꼭 지켜야 하는 맹신적인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 리더가 되면, 국가는 대참사를 맞고, 회사는 크던, 작던, 그 규모를 떠나 매일매일이 시끄럽게 섞어 들어간다. 그 섞은 악취를 참지 못한 유능한 직원은 회사를 떠나고, 그 자리를 메운 새로운 사람들 또한 얼마 안가, 그 몹쓸 인격이 내뿝는 탁함을 인지하고 짧게 6개월 ~ 1년 뒤 회사를 떠난다. 1년 단위로 사람이 '들어오고 - 나가기'를 반복하는 회사는 성장이 없다. 외형적인 성장은 가능하겠으나, 내실을 다지는 성장은 거의 불가능하다. 회사의 역사와 노하우가 쌓이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을 읽고, 나와 비슷한 사내 폭력을 경험했거나, 경험 중인 분이 있다면, 부디! 가해자로부터 물리적으로 멀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가시라고 말해주고 싶다. 회사 내에서 조직 이동을 적극 시도해 보고, 여의치 않다면 일정 기간 회사와 멀어질 수 있도록 "사내 연차 및 휴가 조항"등을 확인하여 경영지원팀 등과 [휴가]를 협의해 보는 것 또한 방법이다. 


나는 그 미친 부대표, 빌런 개세끼와 진흙탕에서 싸우고 싶지 않아서, 사내 폭력 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부디... [성희롱], [언어폭력과 비방], [잦은 업무 변경과 퇴사 권유] 등 등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면, 신고를 주저하지 마시라. 나처럼 퇴사 후, 심지어 이직한 후에 인간적으로 "아, 그때 그 개세끼 신고할 걸...." 정말 인간적인 충동이 들어도 그때는 늦었다.


다 때가 있다. 


나의 직전 회사 홈페이지 : http://sangsangwoori.com/


그리고, 올해 8월. 내가 만난 내 인생 최악의 직장 상사. 그 이름 빌런은 퇴사했다고 전해진다. 


내가 하느님이라면, 아마. 사지를 갈기 찢어서, 불 태운 다음, 그 잔해 고이 모아, 원자와 원소 보다 낮은 단위로 아주 쪼개어 박살내 줄 것이다. 사람의 신체는 원자와 원소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는데, 다음 생에, 환생 조차 꿈꾸지 못하게 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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