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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Oct 30. 2022

내 생에 첫 임원 면접(2)

당황함과 신선함이 난무했던, "질문 다섯 개만! 해봐!!! 면접"

현재 재직 중인 회사의 임원 면접 경험을 회고하면서, 그날 임원님과 주고받았던 대화에 관한 기억을 드문 드문 꺼내어 상기해 봤다. 앞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당시 나는 임원 면접 이전에 7~8번 정도의 면접을 경험한 터였고, 내가 만든 면접 대비용 스크립트(면접의 예상 질문과 답변이 담긴 원고)의 내용을 거의 외우고 있었다. 그 동안 여러 경험으로 축척된 안목으로 임원님께서는, 매우 숙련된 수준으로 면접 훈련이 되어 있음을? 알아채셨을까? 나는 40여분 소요된 임원 면접에서, 조금은 당황스럽고, 신선한 요구를 받았다.


취업 코치님과 나의 대화


나 : 코치님, 저... 면접 끝났는데요! 면접 끝나고 20분 만에 합격 통보를 받게 되었어요. 허더 더 하죠... 


코치님 : 와우! 20분 만에 통과라니,... 우선 축하드려요!!!! 세상에나!!!! 드디어!!! 그런데,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군요! 보통은 하루나... 이틀 후에 결과를 알려주는 기업들이 많은데요! 이번 면접은 어떠셨나요? 


나 : 아 그러게요... 면접 결과를 알려준, 취업 담당자님 말씀으로는 제가 무척 마음에 드셨데요. 임원님께서... 전, 조금 이상한 면접이었어요. 자기소개 한 줄 말했더니,... "다 됐고, 질문 5개만 해봐!"라고 요청하셔서..., 전 질문 5개 한다고 약 40분 동안 두뇌의 에너지를 풀가동해서 쥐어짜 내며 질문과 답변을 받은 그런... 


코치님 : 질문 다섯 개라니,... 독특하네요! 샤아~, 어떤 질문을 하셨어요?



면접에서 내가 임원님께 한 질문 "다섯 개" 


1. 처음 시작한 일(업무)은 무엇이고, 어떤 경로로 현재의 전문성을 쌓게 되었나요? 

2. 그 과정에서 경험했던 '어려움'과 '극복한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3. 저는, 말이 경력자이지, 지나온 길 보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많은데요!(제가 알면 뭘 알겠습니까! 이제 고작 30세인데, 말이죠!) 이런 제에게 추천하고 싶은 도서가 있다면? 

4. 회사 홈페이지에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핵심 가치가 있더군요! 사실, 영리든 비영리이든 모든 조직은 '성장'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까?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의미하는 바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귀사가 정의한 '지속 가능한 성장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5. 귀사는 좋은 일이 있을 때, 구성원과 어떤 방식으로 기쁨을 나눕니까? 


내 생애 처음 경험하는 임원 면접에서, 나는 위의 다섯 가지 질문을 했다. 준비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나의 첫 번째(위 리스트의 1. 번) 질문을 했을 때, 임원님은 조금 당황한 기색이 영력 하셨고, 두 번째(위 리스트의 2. 번 )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주셨을 때는... 자신의 경험과 당시 있었던 일, 그리고 감정 등을 매우 진솔하게 말씀해 주셨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리고, 네 번째(위 리스트의 4번) 질문에 답할 때 즈음에는 아주 신나셔서, 회사의 비전과 앞으로의 방향성 여러 가지 구상에 대해 구구절절, 여쭤 보지도 않은 부분까지 매우 자세하게 말씀해 주셨다. 



취업 코치님과 나의 대화


코치님 : 아,... 매우 면접관스러운 질문이었군요! 샤아,... 임원님 입장에서는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으셨겠지만, 신선하기도 하셨을 것 같아요! 그리고, 뭔가.... "기특한 청년이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나 :... 흠,... 제  스스로에게도 참 신기한 면접이었어요. 전 왜 저런... 면접관스러운 질문을 한 걸까요? 



나는 왜? 면접관스러운 질문을 임원 면접에서 한 걸까? 


이 글을 쓰기를 준비하면서, '어떤 말'과 '어떤 글'을 쓸까?를 생각하면서, 지난주, 일요일로부터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무료하고 아무 일 없는 그런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주 드문 드문,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던 것 같다. 왜? 그런 질문을 한 걸까? 나는. 그리곤, 그리 어렵지 않게 나는 내 안에서 답을 찾았다.


난 지금까지? 의도하진 않았지만, 꽤 다수의 대표 또는 부대표 아래에서 일을 받으며 일해왔다. (나와 일한 대표들은 주로, 기존 구성원을 통해 실현하지 못했거나? 진도가 좀처럼 나가지 않았던, 그런 일들을 나와 함께 하고 싶어 했다. 본인의 머리에는 있는데, 그것을 세상에 꺼내 줄,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몇 가지 것들을 임원 면접에서 꼭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경영학 학자들은 리더십을 3개 또는 4개로 유형화시키기도 하지만, 나의 경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인구가 80억이라면, 80억 개의 리더십이 있다.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리더십은 개인의 성향과 특성 그 자체를 이어받는 것이기 때문에, 정형화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다면, 리더십은 어디서 형성될까? 아마, 개인의 경험 그리고 환경적인 여러 요인에 의해 형성되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각자의 방정식이 리더십의 특성을 결정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리더십은 회사의 말단 직원부터, 최고 의사결정자 회사에 관련된 모든 구성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영량력은 일상의 소소한 활동으로 이어져, 켜켜이 쌓여 기업의 문화가 된다. (경영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조직 심리학을 배운 적도 없지만,... 그냥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조직 리더의 생김에 따라, 기업은 그 형태를 갖추어 가고, 성장하며, 소멸한다. 심지어, 사람까지도 그 결에 맞추어 간다. 그 결에 맞지 않는 사람이나 구성원 집단은 내쳐지거나, 퇴사라는 이름으로 자발적 이탈을 선언한다.


가끔, 기업 문화 개선을 위한 워크숍이나, 각종 컨설팅을 받는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리더십의 채질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가 기대하는 대단한 변화나 혁신은 현실화 되지 않는 것 같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문제로 주저 앉을 뿐! (적어도 내가 경험한 회사와 조직들이 공통적으로 그랬다!)




나는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500명 조직을 이끄는 임원님의 과거와 지금까지 커리어 여정에서 발현된 문제 해결 방식을 통해 형성된 '리더십의 결'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 리더십이 가리키고 있는 이 회사의 방향과 정체성을! 


다음 글 예고)

언제나 등장하는 회사의 빌런 이야기! 

빌런들을 통해 내가 경험한 리더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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