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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Dec 17. 2022

쉼에 대한 진지한 질문.

3일 간 내가 머물렀고 먹었던 음식들 리스트

현대 정신의학은 10명 중 2명의 사람이 예민한 성격적 특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정의한다. 어렸을 때부터 난 나의 과도한? 때론 과도해 보이기도 하는 이 예민성을 어떻게 다루고 통제해야 할지? 전혀 몰라 늘 시안 폭탄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았다. 성인이 되면서, 대학교, 회사, 기타 모임 등 다양한 집단과 교류하면서 사회적 가면을 쓰고 부단히 나의 본모습과 성격적 특성을 감추고 무마시켜 보려고 애 섰지만, 아주 잠시 일 뿐,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나의 노파심으로 비롯된 피해의식일 수도 있지만, 이상하리 만큼 솔직하게 내 감정을 표현하거나 입 밖으로 뱉으면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했다. 때론 아주 작정하고 유치한 방법으로 복수라는 걸 나에게 특별히 시전 해준 사람도 있었다. (아주 최근에야 국적은 한국인인데, 감성이 서양인이라서 그런 거야! 이민을 가든지... 해야지!! 하! 하고 가볍게 넘기는 일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나는 한국 사회가 어렵고, 사회생활이 힘들다.)


도대체? 왜? 눈치만 보기 바쁜 건가요?
그리고, 예고편 없는 그 인생 참견은 또 뭐고요?


한 동안 1년 넘게 심리상담을 주기적으로 받기도 했는데,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거센 갈등의 파도 속에서 약간의 안전지대 역할은 해주었지만, 이것 마저도 내게는 속 시원한 해답을 주지는 못했다. 작년 늦가을 상담실에서 나는 상담 선생님에게 '주변 상황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지는 '전 이젠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은 기분인데, 다 소진된 제 에너지는 또 어디서 찾고? 어떻게 충전해야 하나요?'를 참 여러 번 물었던 것 같다.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안타깝게도 상담실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22년 1년 전 내가 겪어내야만 했던 사내 폭력의 기억이 찬바람과 함께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기 시작했을 때, 난 또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나에게 그 고통을 안겨준 회사의 부대표는 지금 쯤 두 다리 뻗고 잘 자고. 잘 먹고. 하고 있을 텐데... 왜 안 좋은 기억은 잔향이 오래가는 걸까? 


아차 했다. 나의 심리적인 어려움과 회사의 갈등이 겹쳐지고 있었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가,,, 또다시 주저앉아 감정적으로 무너지거나, 내가 의도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할 것 같다. 는 내 마음의 경고 신호가 들렸다. 3일의 연차 휴가를 냈다.  


연차 휴가가 다가오기 2~3일 전부터 어떻게 쉬는 게 맞는 건지? 꽤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간절함이 통해서 일까?  M브랜드에서 보낸 '쉼'에 대한 뉴스레터의 글귀 하나가 내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쉼'의 주제로 한 레터에는 아래와 같은 문장이 눈 길을 끌었다. 


나에게 어떤 휴식이 필요한지 알기 위해서는 지금 나의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차려야 해요!  1. 몸과 마음이 탈탈 털려 버린 :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 
2. 몸과 마음은 괜찮지만, 왠지 모르게 답답함 : 생산적이고 역동적인 휴식

 

레터의 본문에는 2가지 정도의 휴식 유형이 소개되어 있었고, 나의 경우 '몸과 마음이 탈탈 털려 버린' 쪽에 가까운 것 같았다. '그래. 3일 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을 해보는 거야. 뭐 물론, 성격상... 정말 아무것도 하지는 않겠지만....' '평소보다 조금 덜하고, 작년에 경험한 사내 폭력의 기억도 덜어내는 그런 여행을 떠나자!, 최근의 갈등으로 발생한 상처도 조금은 잊을 수 있는' 그런 여행을 떠나기로. 


3일 여행에 대한 대략적인 방향을 정하니,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 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에게 3일의 시간이 주어졌다는 그 사실 자체가 너무나 기뻤다. 비록 여행지는 서울이었지만? 12월 날씨가 무척 추웠던 날 들. 나는 아주 씩씩하게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12월 추운 겨울 어느 날 갑자기 떠난 여행! 주요 리스트 


<12월 14일 수요일>

place 

송파구 석촌동 - 석촌 호수 달리기

성동구 성수동 - 밑 미 감정의 방

종로구 익선동 - 청수당 스파 

food & eat 

성동구 성수동 - 소녀 방앗간 서울숲 시작점 : 잉홀한우산나물 죽

종로구 익선동 - 서울 집시 : 수제 맥주 + 메인 디쉬


<12월 15일 목요일>

place 

송파구 석촌동 - 석촌 호수 달리기

송파구 석촌동 - 월드타워 롯데시네마 : 올빼미

강남구 역삼동 - 호텔 도미인 강남

food & eat 

송파구 석촌동  - 육 장정 - 육개장 라면


<12월 16일 목요일>

place 

강남구 역삼동 - 호텔 도미인 강남

강남구 삼성동 - 마이 아트 뮤지엄 : 프랑코 폰타나 '전'

food & eat 

강남구 신사동 - 잇 숲 : 양송이 수프 + 빵 +  스프라이트

강남구 신사동 - 에뜨왈 : 마들렌 오리지널 + 마들렌 홍차

강남구 삼성동 - 스타벅스 : 아메리카노

강남구 삼성동 - 현대 백화점 식품관 : 얼큰한 버섯 샤부 샤부(밀 키트) + 분다버그 자몽


*

쉼에 대한 질문을 하게 해준 M사의 뉴스레터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evlcPF3ak0x115_n1dK2zzfsjQuX58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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