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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Dec 14. 2022

22년의 마지막 여행-계획

비우고, 채우고, 다시 회복하기

예민한 나 자신과 30년 동안 동거동락 하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

나는 감정이 참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늘 사회생활이 힘들고 고단하다. 타고난 예민성 때문에 내가 느끼고 싶지 않은 것,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정보도 모두 알아차린다. 문제는 그 알아차림이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향하면 좋겠지만, 나 자신에 대한 알아차림은 더디고, 더디다. 그래서 '힘듦'과 '지침'이 쌓이고 쌓이다가 나도 모르게 폭팔하거나, 내 감정하나 추스르지 못해 일을 망치거나, 도망치거나 참 많이 그래왔던 것 같다. 각자 감당해 낼 수 있는 어떤 무게가 있을 텐데, 감당해 낼 수 있는 허용치를 넘으면 감정적으로 무너져 버린다.는 것을 30살 넘어 간신히 알게 됐다. 독한 만큼 마음이 여린 구석도 많아서, 감정적으로 무너지고 일을 망치고,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빚게 되면 나는 또 더 2차적인 마음의 상처를 받곤했다. 


여전히, 나의 허용치는 어디인지? 내가 참을 수 있는 임계점이 오기 전에 알아 차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느 정도의 '힘듦'과 '지침'이 쌓였는지? 이 것은 또 어떻게 가늠하는지? 그리고, 이런 것들은 또 어떻게 덜어내야 하는지? 등 등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감정적이면 뭐 어때? 라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겠지만,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탓에 감정적으로 폭발해 버리면 타인에게 내 감정을 들켰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또 떨쳐버리기 어렵다. 기본 7일에서 14일 심하면 1년 이상을 마음에 담아 둔다. 


나이 30넘어 다시, 회사에서 감정적으로 무너졌다. 

회사에서 감정적이면 안 되는 것인가?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감정적이면 안 된다. 내 감정하나 추스르기가 너무 어려운 사람이기에, 감정적인 것에 극도로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것도 지엄한 회사에서 감정적이면 안 된다. 


지난 주 나는 다시 회사에서 감정적으로 무너졌다. 내 본연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내 감정은 그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생방송 됐다. 늘 그랬던 것 처럼. 30년 동안 축척된 나의 경험치에 의하면, 감정적으로 무너짐의 단계에 접어 든 후, 나는 주로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과 교류가 어려워 지고, 공감 능력이 없다.는 평가를 종 종 받다가, 갈등이 격화되어 불화로 발전하여 심한 경우 내가 퇴사하거나, 상대방이 나를 퇴사시키거나의 결말을 맞이하곤 했다. 


1단계 : 감정적으로 무너짐 

2단계 : 타인과의 교류가 어려움 

3단계 :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소통이 어려움 

4단계 : 타인과 갈등을 빚음 

5단계 :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파국의 상황에 직면함 


3일의 연차를 섰다. 

내 감정을 추스를 수 없을 정도로, 더 무너지기 전에 3일의 휴가를 가지기로 했다. 어떻게 쉬는 것이 잘 쉬는 것인지? 나는 어떻게 쉬어야 하는 사람인지? 궁금한 것 투성이지만, 내 안으로 들어가 나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예민한 사람의 스스로 돌봄.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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