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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Mar 25. 2023

팀 빌딩은 실패했습니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안 맞는 것이면, 아닌 겁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이번주 한 주도 무탈하셨을까요? 저는. 무탈했습니다. 비교적이요. 저의 요즘 회사생활은 엉망진창이지만, 반대로 모든 사람들이 이 엉망진창 속에서 살아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정말 제가 힘들긴 한가 봅니다.) 지난 글에서 '회사 생활이 꾸질할 때는 사주팔자! 를 봐요.'라는 글을 예고드렸는데요. 오늘은 지난주에 있었던 대사건과 제가 지금 당하고 있는 팀 내의 은근한 따돌림? 에 대해서 복기해보려고 해요. 


저는 경력직이고, 연차가 쌓일수록, 같이 일하는 사람의 결, 조직의 결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글을 읽는 분 중, 회사의 인사와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이 있다면,...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는가? 아닌가? 는 무척 중요하고, 2개월이 지났는데, 합이 안 맞는 것이라면... 그것은 결이 안 맞는 것이고, 합이 안 맞는 것이며, 최종적으로 팀 빌딩에 실패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2개월이라는 시간이 조금 경솔하게, 그리고 야박하게 느껴지지만... (동물적인 직감으로 그냥 안 맞는 겁니다.)


(경험 공유)

현재 제가 소속된 팀은 지난 2월 1일 신설된 디자인 팀인데요! 정규직 2명, 파견직 2명, 팀장 1명, 총 5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재 저는 정규직 팀원의 업무를 30~40% 정도 인수인계받으며 진행하고 있고, 기존에 제가 했던 업무와 병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간간이 들어오는 사업 제안서 업무와 기타 회사에서 요구하는 리서치 업무 등 등도 참여합니다. 사실, 여러 가지 업무에 투입되다 보니,... 전 팀에서 그리고, 조직 내에서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급하게 요청되는 업무들이 많고, 들어오는 요청들을 쳐내기 급급한 상황이라... 업무가 손에 익기도 전에, 결과를 도출하여 내보내야 하거든요. (자꾸 저의 업무환경에 대한 하소연 같지만, 무튼 그렇습니다.) 


일주일에 주 2일 ~ 3일 억지로, 요가를 하고, 억지로 달리고... 매주 심리상담을 받고, 일상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하고 있는 제게... 무슨 정신이 있을까요? 방청소 할 시간이 없다기보다,... 청소할 에너지가 없어서... 내다 버려야 하는 물건들과 거의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정신이 없는 거죠. 그렇다고, 이런 상황을 하소연할 곳도 마땅히 없고요! (아, 하소연은 브런치에서 하고 있군요! 다행스럽게도!)


결론은. 요즘 업무가 잘 안 됩니다. 실수도 많고, 정말 간단한 것들도 잘 잊어버립니다. 지력(사물을 헤아리는 능력)이 쇄한 것이지요. 지난주 저는 업무적으로 좀 많은 실수를 했습니다. 저와 같이 일하는 팀원이 말을 좀 강하게 하는 편인데, (네에, 그 친구도 많이 쌓인 것이겠죠.) 지난주 금요일 아침부터 언성을 높이며, 저에게 매우 공격적이고 지시적으로 말하거든요. "샤샤!, 이거 샤샤 업무니까. 샤샤가 마감 기간 챙겨야죠!!!!!!" , "샤샤!!!!!" , "샤샤!!!!!" , "샤샤!!!!!" , "샤샤!!!!!".... 네에, 그 친구가 그날 제 이름을 음... 한 10번을 불렀을 겁니다. 정말 사람 미치게 하더군요. 그리고, 사건은 터지고야 말았습니다. 계속 언성을 높이기에,... 순간, 저도 참다못해. 그 친구에게 한 마디 했습니다. 


나 : "000님. 답답하고 화나는 거 아는데요. 저도 지금 이 업무가 처음이에요! 그렇게 감정적으로 화내고, 소리 지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 후, 언성을 높이고 감정적으로 돌변한 그 팀원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온몸을 떨면서, 제게 또 소리를 지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팀원 : " 제가 다섯 번이나 말했는데, 전혀 이해를 못 하니까. 그렇죠!!!! 샤샤!!!!!!!!!!!!!! 이거 정상적인 상황 아니에요!!!!!!!!!" (몸을 부르르 떨면서, 다소 펄쩍펄쩍 제자리에서 뛰면서) 



다른 팀 팀원과 팀장이 있는 공용 사무공간에서 벌어진 대참사였고, 그 소리를 듣고 놀란 임원은 조심스럽게 나와서 동태를 살피셨습니다.(동태를 살피신 게 아니라... 저희 팀 정 중앙에 임원님의 안테나를 꽂은 것이겠지요.) 그 대사건의 현장에 저의 팀 팀장님은 재택근무 중이셨습니다. (신입 팀장님 아주 훌륭하세요!) 


팀이 결성되고 1개월 그리고 17일 만에 대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팀빌딩은 실패했습니다. 실패로 봐야 하고, 합이 안 맞는 겁니다. 굳이 3개월까지 갈 이유가 없는 것이죠. 저는 그날 사건을 경험한 뒤로, 나와 정말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한 팀이 됐구나!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대사건의 다음 주 월요일!

엉망진창이고, 창피스러운 그 사건 이후, 월요일 첫 출근일이 되었습니다. 다른 팀의 팀원, 팀장까지 모두가 있는 공용 사무실에서 그 사달이 났으니, 저의 표정은 죽상이 되었고, 사무실 분위기는 싸했습니다. 다른 팀의 팀원, 팀장 모든 구성원들이 눈치를 보고 숨죽이게 된 것이이죠. (이게 도대체 무슨 경우인지?) 그날, 저의 신입 팀장은 임원께 불려 가셨고, 저와 저에게 소리를 지른 그 팀원은 순서대로 팀장에게 불려 갔습니다.


대사건 이후 그녀의 피드백

사실, 저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상처받은 것은 저인데요! 그런 것들은 헤아리지도 않으시고, 다짜고짜 업무 역량이 너무 없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사실, 저는 그녀의 피드백이 그리 놀랍지도 않았습니다. 이미 예상이 되었거든요.) (미안하지만, 제가 제안성 업무만 했던 사람이라,... 지금의 운영성 업무가 저와 정말 안 맞습니다.... , 결론은 운영성 업무를 하기 위한 역량이 전무하게 없는 상태인데요! 신입과 거의 동급이긴 한데... 뭐, 이 사실을 이야기 한 들... 이해 못하시니까! 말하지 않는 겁니다! ^^, 그리고 다행으로 아세요. 제가 심리상담까지 받고 있을 정도로 상태가 위중함을 아직 임원님께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


대사건 이후 회식

대사건 이후, 회식이 있었습니다. 타이밍 참 절묘하죠. 회식자리에서 신입 팀장은 나머지 구성원 앞에서 저를 낙인찍어 주셨습니다. 네에, 팀장님 감사합니다. 저의 과거 커리어를 팀원 앞에서 만천하에 공유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 덕분에, 전 팀원들 사이에서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게 됐고, 그리고 당신 옆에 앉아 있는 그 소리 지르는 팀원의 공갈협박이 더 심해질 것 같네요. 당신의 팀원이 어디서 못 보고 배운 사람이라고 공공연하게 홍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입 팀장 당신은 진짜! 팀장이 되기 위한 준비가 참 잘 된 사람입니다. 

"샤샤가 정말 많이 신경 쓰이고, 우리 샤샤는 프리랜서로 일을 오래 해서, 디자인 작업을 누군가 봐준 사람이 없는 환경에 많이 있었다고" 



제가 작업한 디자인을 팀장의 컴펌과 승인이 났음에도, 훈수 두고 간섭하는 파견직원이 있습니다. (파견직원 이분도 참 웃기죠. 야, 너는 좀 자빠져 있어 줄래? 미쳐가지고.) 제가 작성하여 공유한 주간리뷰에 단체 카톡방에서 공공연하게 지적하는 팀원이 있습니다. (팀원아, 팀장의 영역 막 건드리는 거 아니지 않니?) 협업 요청자가 아무 문제없다고, 검수까지 완료한 사안에 대해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난리를 치는 팀원이 있습니다. (야, 요청자가 아무 문제없다고 하잖아!) 이런 것을 우리는 은근한 따돌림이라고 합니다.


은근한 따돌림당하고 있는 사람이 쓰는 글 치고는 너무 담백하군요! 금요일.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려던 차에, 저보다 연차가 5년 정도 높은 파견직원의 일장 훈화가 또다시 시작됐습니다. (속 마음 : 야, 이거 팀장 승인 난 건데,... 그만 좀 간섭할래?.... 그리고 그거 요청자랑 광고주 컴펌 다 끝난 거거든.... 오지랖 참 대나무숲이다.) 


저는 일 할 때, 상호 신뢰를 매우 중시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일만 하면 되는 거지? 굳이? 이렇게 서로의 에너지를 갉아먹으면서 해야 할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믿음과 신뢰를 갈구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닐까? 일이라는 것을 하는데, 신뢰와 믿음이라는 것이... 꼭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 않나? 기능적으로, 일이 굴러가게 만들기만 하면 되는 문제 아닌가? 나와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는 것도 힘든데, 신뢰와 믿음이라니... 개 뼈다귀 같은 비논리적인 일 아닌가? 이런 젠장할! 




모든 구성원이 함께 쓰는 그 사무실에서 팀원이 제게 소리를 질러준 덕분에, 저의 팀은 임원이 주시하는 팀이 됐습니다. (팀원아, 고맙다.) 목요일 회식. 부득이 임원님의 카드로 결제를 하게 되었고, 카드 반납을 제가 하게 되었습니다. 


금요일 아침. 임원님의 카드를 반납하기 위해, 임원님의 방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카드를 돌려드리는 찰나, 임원님께서는 제게 '어제 이야기 많이 했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저는 그저 '네'라고 아주 짧게 말씀드리고, 황급히 나왔습니다. '네'라고 대답하는 순간 임원님은 깊은 한 숨을 내쉬더군요. '대충 눈치채셨겠죠.'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못했구나!' 라구요. 


네 맞습니다. 회식자리에서도, 창피함은 제 묷이없습니다. 보통은 팀원의 과거를 그렇게 공공연하게 팀원들 앞에서 이야기하지 않죠! 제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직접 살아보지도 않은 사람이 말이죠. 감히! 미숙한, 준비되지 않은 리더십이 참... 더럽고, 때론 엽기적입니다. 


저는, 이번에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팀원의 신뢰와 믿음 따위 일을 하는데에 있어 필요 없음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를 인정해 주지도 않는 그런 팀원과 팀장에게 신뢰와 믿음은 없습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입니다. 


나와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굳이 애써서 같이 걷지 않습니다. 외나무다리에서 같이 걷다가,... 죽을 수도 있어요. 저는 제 자신이 너무 대견합니다. 이런 악조건에서, 몸과 마음이 많이 약해진 지금의 상황에 포기하지 않고, 운동을 하고, 심리상담을 받고, 나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회사에 나가고... 일상을 유지하려고 하는 제가... 눈물 나게 훌륭하고, 안아주고 싶습니다. 무척이나 잘하고 있거든요. 


더이상 제가 감당할 수 없는, 돌덩이를 가지고... 감당하겠다고, 애쓰지 않을 겁니다. 제안성 업무에 특화된 저를 운영성 업무를 해야만 하는 구조에 둔 것은 회사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팀장을 배치한 것 또한 회사이지, 제가 아닙니다. 팀원의 역량을 사용하지 못하고, 뽑아 먹지 못하는 것 또한 ... 제 역량 권한이 아니라, 팀장의 역량 권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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