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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Mar 26. 2023

직장 스트레스 & 심리상담 대응론

물 먹을 힘조차 없는 날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일요일입니다. 저의 글이 오늘 발행되면 다음 주 금요일이나, 토요일까지 저의 새로운 글이 발행되길 기다리는 구독자님이 계실까요? 무튼 잔잔히 눌러주시는 라이킷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아침 6시 즈음 눈떠, 휴대폰 시계를 한 번 보고, 다시금 잠들었습니다. 단잠을 살짝 자고 오전 8시에 일어나, 집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상담실로 향했습니다. 벌써 3년 이상 저와 교류하고 있는 상담선생님이 계신데요. 사람 만나는 걸 즐기지 않지만, 한 번의 만남을 꽤 오래 이어가는 편이라, 꽤 알고 지낸 사이가 됐습니다. 오늘 그녀와 무슨 대화를 나눌지... 상담실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고민해 봤습니다. 현재 회사생활에서 나를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 등에 대해서요.


상담사이지만 발명가 기질이 있는 그녀가 만든 감정일기  앱에 현재의 불편함을 차분히 기록했습니다. 회사생활의... 불편함... 적고 보니... (정상적으로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는 스스로가 대견할 뿐이네요. 하.)


현재 제가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어렵고 불편한 이유는 주로 아래와 같습니다.


1. 나를 무시하고 인정해주지 않는 팀장.

2. 나의 업무에 토시 하나까지... 훈수 두는 팀원.

3. 결론 팀 내에 내편 아무도 없음.


3번 팀 내에 내편 아무도 없음... 이 부분은 자주 경험 했던 터라.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사실 저는 힘들다. 는 감정보다, 지겹다는 감정을 더 많이 느낍니다. (이런 류의 상황이 정말 많았거든요. 요즘엔 그저 이런 상황이 닥치면, 또 시작이구나! 지겹다, 지겨워 ~라고 외친곤 합니다. 물론 마음속으로) 


그리고 생각합니다. 팀장이 날 왜 무시하는지? 팀원은 왜 제 업무에 자꾸 토를 다는지? 거기에 더해 파견직원은... 팀장. 협업 요청자. 광고주의 승인이 끝난 안에 대해 왜 훈수를 두는지? 등 등이요.


네에 저는 압니다. 흠집을 자꾸 내려는 것이겠죠. 저를 제외한 팀장, 팀원 모두 그림만 그리는 디자이너입니다. 반면 저는 그림 그리기보다... 설계를 하고 기획을 하는 기획자 성향의 디자이너이지, 보편적으로 생각되는 유려한 시각물을 만드는 디자이너는 아닙니다. 동물적으로 다른 종족이고, 이렇다 보니 그들도 직감적으로 불편감을 느끼는 것이겠죠. 동류애라는 것이 있는데, 동물적인 그런 동질감이 안 느껴지는 상황인 것이죠. 이런 경우 팀원을 배척하며, 업무적으로 흠집을 내고, 공개적으로 협박이 들어오곤 합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우리 모두 합리적이고 젠틀하게 일하는 것 같지만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저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을 잠시 들여다볼까요?


1. 내 업무에 훈수 두는 파견직원

이 분은 왜 저의 업무에 자꾸 훈수와 잔소리. 그리고 일장 훈화를 할까요? 첫 째는 본인보다 연차가 높은 저에게 본인의 풍부한 경험과 업무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은 선한 마음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유 없는 지나친 친절은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저는 과도한 친절을 조심해야 함을 배웠습니다.)


좀 더 아래로 내려가 볼까요? 파견 직원의 경우 매년 저의 회사에 와서 약 3년간 비슷하거나 동일한 업무를 해주십니다. 이 분이 지금의 위치를 차지하고, 긍정적인 인상을 얻기 위해서 1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현재하고 있는 일에 대한 긍정적인 성과입니다. 여기에  나아가서 2차적으로 파견 나온 회사의 정규직 보다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면, 더욱 좋은 고지로 올라갈 수 있겠죠.  (제 추측일 수도 있지만) 팀장이 승인했고, 협업 요청자, 광고주 그 모두가 확정안 안에 대해서도 훈수를 두는 것은 조금 과도하지요. 이 과도한 참견의 목적지는 단 하나입니다. 우월한 고지를 획득하는 것. 그것이죠. 전 이분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존하기 위한 본인의 방법론 이겠죠. 나쁜 거 아닙니다. 살아내기 위해서 희생양이 늘 필요한 법이니까요. 가끔 우리가 이런 인간상을 보고 비열하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만. (저도 무결한 인간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제가 또 어떤 시점에 저렇게 비열하게 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


2. 단톡방에서 제 업무를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정규직 팀원

사실 전 이분을 그저 제외수로 두는 것을 고려 중입니다.  업무적으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 기만했을 뿐인데, 제가 질문하는 그 순간... 머리에서 기포와 김이 보입니다. 그리곤 제가 질문한 것에 대해 마치 레퍼처럼 설명하곤 하죠. 이 팀원은 왜 그러는 걸까요? 제 가정은 딱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팀장이 관여해야 하는 사한에도 관여하고, 제 업무에 대한 피드백도 팀의 모든 구성원이 있는 단톡방에서 공공연히 공격적으로 하는 것이겠죠.)


둘째. 다른 팀의 팀원과 팀장 모든 구성원이 함께 쓰는 공간에서 제게 소리를 지른 것 또한 위 사한의 연장선에서 우월의식의 과시겠죠. 서열 정비라고 할까요? 팀장 아래 정규직은 저와 제게 소리 지른 팀원 딱 두 명입니다. 저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깍아내리고, 우위를 차지하면 딱 금상천화죠. 상 하반기 고과 평가를 할 테고, 경쟁자 1명이 자연스럽게 제거되는 형국인데,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죠! 


질문만 해도 부글 거리고. 머리에서 기포와 김이 보이는데, 협업이 될까요? 진짜... 인간적으로 너무 과합니다. 하지만 이 친구 계속 그럴 겁니다. 왜냐면... 이 친구의 협업 방식이 소리를 지르고 감정을 표출하면서. 상대방을 깔아뭉개는... 것이여서요... 안타깝게 도, 21세기에 비교적... 정신병자 같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 이전 직장에서 나이 50에 저런 식으로 모든 사람들을 깔아 내리고, 훌륭하고 일 잘하며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는 우수한 몇몇 직원을 밀어내는 어른을 보았거든요.) 


좋게 말하면, 개성적인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음. 뭐... 손모가지를 부스든 입을 꼬메든. 저 머리를 하... 날려주든 해야 할 상이긴 한데... 인 것이죠.



(중략)

이런 류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상담 선생님은 대뜸 제게 질문을 주셨습니다. 


상담 선생님 : 

샤샤 그런데, 샤샤는 퍼스널 컬러가 뭐예요? 현재 회사에서 샤샤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 같이 각자의 색상이 정말 강한 사람들 같아요. 지금까지 샤샤가 정말 다양한 조직에서, 디자인 이외에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겠네요. 샤샤는 매우 수용력이 높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넓게 일할 수 있었던 거죠. 파견직원의 관계, 소리 지르는 팀원의 관계.... 팀 내의 모든 사람들을 흡수하고 있을 뿐, 샤샤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아요. 자꾸 받아주는 역할만 하고 있죠. 받아쳐도 되는데, 말이죠. 


받아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나 :

글쎄요. 그냥 너무 두려워요. 저의 정말 날 선 그리고 그 독한 말이 입 밖으로 나갔다가... 더 큰 회오리바람이 되어서 돌아오게 될까 봐. 그리곤 다시 시끄러워질까 봐... 그걸 매우 염두하고 있어요. 말할 시점을 보고 있다고 할까요? 


상담 선생님 :

독한 말이 나갈 수 도있죠. 그걸 그런 독한 말을 듣고 해석하는 건 또 그 사람의 몫이에요. 지금 회사에서 샤샤 편이 아무도 없잖아요. 놓여있는 환경도, 그리고 대우도... 매우 좀... 비인간적이고요. 


나 : 

네, 맞아요. 늘 그렇게 감당하고 있죠. 이전 직장에서도 지금도... 파견직원의 거슬리는 그 행동들에 대해서 딱 한 번쯤은 '그만 적당한 선을 지키라고 말할 수 도 있는 건데요... 말이죠.' 왜 전, 계속 받아주기만 할까요? 




내 평생의 절대 그리고 결코 풀리지 않는 숙제. 타인의 감정과 말을 불편함에도 받아주는 것. 내가 불편한데도, 물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든데도, 일주일에 2회 ~ 3회 운동을 하지 않으면, 이렇게 매주 주말 상담실을 찾지 않으면 유리구슬 같은 일상이 와르르 무너질까 봐 위태해서... 다 산산조각 날 것 같은 마음을 염두에 두면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 모든 것이 피폐해졌음에도, 타인의 무례함을 받아주고, 흡수하고, 그렇게 또 혼자 속으로 삭이는 것. 


그런데, 상담 선생님. 사실 좀 잘 모르겠어요. 감내하는 게, 흡수하는 게, 그리고 속으로 삭이는 그 모든 것들이... 경멸할 정도로 싫지만, 이런 행동은 마치 제게는 마치 공기 같아요. 끓을 수 없는 어떤... 뿌리치면 다시 그늘진 그림자 같은 어떤 존재 같아요. 숨 막힐 정도로. 



 (중략)

상담을 마치고, 쇼핑몰에 들러 정말 화려한 색상의 속옷을 샀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호피무늬 속옷 정도는 다 가지고 있다고, 중년의 여 사장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매번, 수수한 깔끔한 속옷들만 샀었는데,... 분홍, 빨강, 파랑 색색들이 속옷을 한 아름 사고 나오면서,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습니다. '너도 참... 다음에는 호피무늬도 사보자!'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에서 멍하니 사람들을 봅니다. 그리고, 작년 겨울 즈음 상담선생님께서 제게 해준 말이 생각났습니다. 샤샤,... 그런데, 왜... 샤샤는 힘든 고비가 오면, 왜 샤샤를 세우는 결정을 하지 않고, 스스로를 죽이는 결정을 하나요? 그리곤 어느 순간... 샤샤는 어디로 가버리는 것 같아요. 


도대체 어디로 가버리는 걸까? 나는. 


버려야 할 물건들을 버리지 못한 혼잡한 방에서 글을 씁니다. 다음 주 회사에서 벌어질... 난리 부르스를 걱정하면서, 그리고 깊은 한 숨을 내쉽니다. 이 터널을 나가긴 해야 하는데,... '그래, 브런치 글을 마무리하고, 마트에 가서 생수 한 병을 사자!' '당분간, 돈의 힘을 빌리자.' '전기포트에 브리타 정수기의 물을 넣고, 차 한잔 끓여 먹을 힘조차 없음을 인정하자' 



ps. 내가 나에게. 그리고 살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지금까지 너무 수고했어. 너무 수고해서. 지쳐서 그래. 별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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