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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Apr 16. 2023

코로나 자가격리와 배려 없는 팀장

흔한 직장인의 코로나 자가격리 중 고찰

안녕하세요. 악어입니다. 

새벽 내내 악몽을 꾸고, 오전 5시.... 이 이른 아침에 눈이 떠지고 말았습니다. 따뜻한 물 한 잔 먹고 자려고 했는데,... 두 눈이 감기지 않아, 브런치에 접속하여 이렇게 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지? 5일이 되었습니다. 아, 토요일이 5일째이니,... 일요일인 오늘은 6일째가 되는군요! 증상은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그래도, 다음 주 수요일은 회사 출근도 해야 해서, 근처 내과를 방문하여 진료도 받고 추가적으로 약도 받아왔습니다. (너무 성실한 직장인일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주 가는 공원을 가로질러 왔습니다. 공원의 나무, 꽃, 풀 들은 유심히 보는데,... 여전히 너무 낯설었습니다. 집 밖에 나온 지... 5일 만에 본 세상은 참, 많이 성장해 있더군요! 팀 내에서 은근한 왕따를 당하고 있는 제 상황과는 참 다르게... 온 세상이 너무나 파릇하고, 싱그러웠습니다. 비현실적인 싱그러움을 바라보다가,... 문뜩 입 밖으로 처참한 문장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내 인생이 없는 것 같아,... 어딜 가든, 사람 때문에 힘들고, 매일 일만 하고, 코로나로 아파도 또다시 일만 하고, 넌 니 인생이 없어!! 


질리도록 일만 하고, 공원을 잠시 걷는 이 시간에도 너를 괴롭히고 있는 회사 사람들, 소리 지르는 팀원, 또다시 소리 지르는 팀장, 내 업무에 훈수만 두는 파견직원 등 등의 사람들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있지!... 이렇게 내 인생에 등장해서,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 사람과 환경이 바뀌기만 할 뿐, 끓임 없이 등장해!


(회사 이야기)

1. 코로나 자가격리 기간 중. 쉬지 못하게 하고, 공갈협박하는 팀장과 일하기

코로나 확진 증명 서류를 회사에 제출하고, 인사팀으로 유급으로 공가를 쓸 수 있으니, 몸이 많이 좋지 않을 경우 무리하지 말고 휴식을 가지라는 내용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코로나 증상이 그렇게 심하지 않아 공가까지 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쉬고 싶은 마음은... 확진 2일과 3일에는 기침과 목통증이 심해서 쉬고 싶은 마음도... 아니, 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저는 소처럼 일만 해야 했고, 퇴근 2시간 전 타 팀으로부터 협업 요청이 접수되어 다음날 오전에 디자인을 달라는... 소위 말해 '급건'요청이 3개나 저에게 배정되었지만, 팀장은 업무 분배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제게... "다른 팀원들이 너 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 자가격리 기간에 약속된 작업 완료 시간을 맞추기 위해 야근을 하고, 아침 일찍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하여 업무를 해야만 했습니다. 


코로나 확진을 받은 화요일 아침. 사실 저는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침 8시에 30분에 집을 나섰고, 집 인근 내과에서 코로나 검사가 안 된다고 하여, 다른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해야만 했습니다. 확진 판정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하여 출근 버튼을 눌렀는데, 퇴근할 때 다시 보니... 출근 시간이 입력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인사팀에서, 출퇴근 시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안내 메일이 왔고, 전 출퇴근 시간 수정 신청을 팀장에게 올렸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 금요일. 9시 49분 팀장이 사내 메신저로 출퇴근 수정 신청 올리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날 저는 아침 8시 30분에 회사 노트북을 열어 오전 중으로 전달되어야 하는 디자인 작업을 완료하고, 최종 확인 후... 잠시 숨을 돌리고 아침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9시 45분 즈음에 '출근했는데, 메신저도 확인 안 하나요?'라는 팀장의 문자가 도착한 것을 보았고,... 9시 59분에... 팀장이 그날 최초로 보낸 "출퇴근 시간 수정 신청서 올리세요!"라는 메시지를 발견했습니다.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근무 시간인 오전 10시도 아닌 시간에, 본인이 보낸 메시지에 대한 답을 5분도 기다리지 못하는... 게 정상인의 범주일까?라는 생각이 들며,... 참고 있던 화가 머리끝까지 났습니다. 그리곤, 팀장은 제게 또다시 한 마디 던졌습니다. (네에, 화요일 출근 버튼을 누르지 않은 것은... 제 잘 못 맞습니다.) 


팀장 : 메신저 답에 제일 늦으니까 그렇죠! 재택근무 시, 근무태도를 측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악어(마음의 소리) : 회사가 정한 근무 외 시간에 메신저에 답 좀 늦다고, 이렇게 쏘아붙이는 너는 정상이냐? 그리고.... 너 팀장으로 발령받기 전에, 내가 했던 업무들 문서로 정리 2번이나 해줬는데,... 이해 못 해서 7번 물어보는 너는? 협업팀 수정 사항 반영해서 수정했는데,... 네가 수정하라고 한 거 반영 안 했다고, 다 원복 시키고... 협업자가 동일한 수정 요청을 또 하게 만드는 너는... 그렇게 일 잘하니? 달린 입이라고 막말하는데... 내가 언젠가 니 그 입 갈기갈기 찢어줄게! 
 

회사... 하! 글을 쓰는 이 순간, 저는 제 안에 형용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낍니다.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팀장에게 딱히 잘 보이고 싶지도 않고, 협력하고 싶지도 않은 저의 마음을.... 


맞습니다. 코로나 자가 격리 기간에 기침을 하고, 목이 끓어질 뜻 아파도, 저는 일만 했습니다. 제 업무 단 하나도 펑크 내지 않았습니다. 사실. 구독자님들. 전 매우 한계입니다. 한계 지점은 이미 지났고, 매달 수십만 원을 투여하여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공근함을 느끼면서,... 이를 악 물고 버티고 있습니다. 


버티고, 버티고, 버티고 있습니다.  


나른 괴롭히는 회사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퇴근 이후에도 그리고 주말에도 시도 때도 없이 계속 생각하면서, 괴로워하기만 하고 생산적인 활동이나 건전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브런치에 부정적인 글만 쏟아내기만 하는 제 자신이. 때론 너무나 답답하고, 화가 참 많이 났습니다. 스스로 개선의지가 전혀 없는 것 같았거든요. 


자가격리 2일째 되던 날, 벌써 수개월째 하지 않고 있던 싱크대 청소를 했습니다. 전 그때 느꼈습니다. "아, 나를 위한 활동들도... 결국에는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 거구나!" , "지금 나에게, 정말 에너지가 없구나! 내 삶을 돌보지 못할 정도로... 


미안해. 악어야.... 


(중략)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파견직원이 작업한 것으로 보이는 광고 배너가 화면에 떴습니다.... 이미지 합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보였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팀장. 쌍년.... 나한테만, 업무적으로 부족하다고 감정적으로 퍼부을 일이 아니라니까. 네가 그렇게 강조하느 이미지 합성의 자연스러움. 넌 이게 자연스러워 보이냐? 파견직원이랑 잘 헤쳐먹어라!



저는 '팀장 메신저 지적'이라는 제목의 구글 캘린더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지랄 맞은 팀장이 메신저에 대한 답이 늦다고 제게 용트림할 때마다, 몇 시 몇 분에 당신이 메시지를 보냈고, 제가 몇 시 몇 분에 메신저에 답을 했는지? 에 대한 기록을 하려고요! 오죽하면, 제가... 이 쌍년의 메신저에 대한 답이 조금 늦을 경우 7~10분 안쪽으로 답을 하는 편! 임.이라고 기억을 하고 있을까요? 


다른 팀 팀원에게 저는 물어봤습니다. 


악어 : 00님, 저,... 7~10분... 만에 메신저에 답하는 게, 늦게 답하는 걸까요? 한 달에 1번, 2번 꼴로 그러는데요.... 저는... 


직장 동료 : 음, 저도... 육아를 하고 있어서,... 아기 귀져귀 갈고 있으면 7~10분 정도는 메신저에 대한 답이 늦을 때가 있어요. 


그리고 저는 지인에게 물어 봤습니다. 팀장과 주고 받은 메시지에 대한 시간 간격을 공유해 주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지인 : 엄청 감시당하는 느낌이네요... 숨 막혀요.... 



야, 쌍년 팀장아..(비속어... 쓰고 싶지 않지만, 너른 양해를) 너,... mbti 성격검사 기준으로 'P'유형이지?... 아쉽게도 난 'J' 야... 니 감정대로, 네 생각대로 아무 말 다 뱉는데,... 문서로, 숫자로, 데이터로 조저 줄게! 기다려.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가 뭐냐고? 미안하지만, 나도 성격 있어! 그리고 꽤 집요해!...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 산전수전 많이 겪은 사람이야. 덕분에 맷집도 되게 쎄... 앞으로 기대해. 


아, 그리고 하나만, ... 내 머리로 이해 안가는게, 있는데... 지난 주에... 디자인한 것들 협업 팀 광고주가 필요없고, 다 원래대로 하자고 원복했잖아! '화나는 일 일 수도 있는데,...' 니가 화난다고, 팀 전체 단톡방에서 협업팀에 대한 욕을 하면서, 정말 화나네요!!!!! 이럴 꺼면 디자인을 해달라고 하지를 말던가!!!!' 라고 말하는 건... 팀장으로서 조금,,, 좀 아닌 언변 아니었을까? ... 앞으로 참 기대돼... (아, 한 마디만 더 할 께... 니가 아직 광고주가 어떤 사람들인지? 파악을 못해서 그런거야!...) 글을 적고 보니 알 뜻도 해, 나보다 10년 정도 경력이 많은 니가, 존경스럽지도 않고, 너한테 딱히 조언을 구하고 싶지도 않은 이유에 대해서, ... 스스로 정말 궁금했는데, ... 


넌 또 말하고 다닐테지, 근무시간도 못챙기는 팀원이랑 일하고 있는데, 미쳐버릴 것 같다고. 난 또 말하고 다닐테지... 메신저 답 5분을 못기다려서, ... 근무외 시간에 난리치는 미친 팀장 때문에 회사가 지옥이 됐다고,... 


(다음 이야기 : 나를 위한 선택이 있는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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