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 책방 - 그녀는 어쩌면, 아치 창문의 감탄을 아는 사람일지도!
상반기 고가 평가 중간발표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하나도 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5월부터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7살 터울의 [막내 남동생]과 저녁식사를 하고, 카페에 들러 커피까지 야무지게 먹고 집에 돌아와,... 중간발표 자료를 만들려고 했는데, 그만 노트북을 덮었습니다.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남동생을 보니, 저의 그 혹독했던 사회 초년생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인정하게 됐습니다.
"아, 한 숨, 깊게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할 때인가 봐!"
어제, 5월 19일 금요일 23년의 첫 연차를 쓰고, 오랜만의 여유를 즐겼습니다. 미친년 팀장, 미친년 팀원과 동거동락한 지... 벌써 4개월이 다 되어가네요! 뭐 한다고, 연차 한 번 쓰지 못했을까요? 저는.... 금요일 오후 1시, 모두들 점심식사를 하고 회사 사무실로 향하고 있을 때, 저는 그 물길을 거슬러 평소 가고 싶었던 '최인아 책방'에 방문했습니다.
그녀가 만든 공간이 퍽하고 마음에 들었지만, 책방에서 책은 사지 않았어요. 굳이 제 눈길을 끄는 책이 딱히 없었거든요. 모두를 위한 책방이지만, 결국 최인아 그녀만의 언어로 그녀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책들이 추천되어 있는 책장 앞에서 여러 권의 책을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아이스 카페라테'만 들이키고 있었습니다. 허공의 시간을 그렇게 흘려보내며, 저의 두 눈을 사로잡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고심 끝에 추천한 책이 아닌, 책방의 아치형 창문이었습니다.
"어쩌면, 최인아! 그녀는... 아마도,
아치형 창문의 감탄을 아는 사람일지도 몰라!"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아치형 창문이 직사각형의 일반 창문보다 비싸고, 만들기 어렵다는 것은 압니다. 아버지가 4층짜리 건물을 지어 올리시는 것을 고등학생 때, 본 적이 있거든요! (참고 : 저의 아버지는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 이셨고, 여름과 겨울 방학이면 어머니의 잔소리를 피해 집을 짓는 노가다 현장으로 나가 육체 노동을 하시곤 했습니다. 그리고 집 짓는 방법을 터득해 오셨고, 다시 어머님 몰래, 동네 어귀의 적당한 땅을 매매하고, 몇 주에 걸쳐 도화지를 펼쳐두고, 집을 설계하시더니... 결국에는 새하얀 건물에, 파란색과 빨간색 차양이 있는 4층 짜리 건물을 지어 올리셨죠! 당시, 아치형 창문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예산 부족으로 아버지 머릿속에 있던 아치형 창문은 직사각형이 되었답니다.)
저는 그녀가 꾸미고 정돈한 공간에서, 아치형 창문을 멀찍이 바라보며, 아치 창문이 있는 이 고풍스러운 건물을 선택한 그녀의 안목을 생각했습니다.
꼭, 아치형 창문이 있는 공간에서 숨 쉬어 보시길 바랍니다.
분명. 획일적이고 효율적인 직사각형 창문이 주는 감성과는 다를 겁니다.
상반기 고과 평가 발표 자료 준비는 내일의 악어에게 맡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