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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Jun 03. 2023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사실을 팀장에게 말했더니…

간략한 회사 회고.

안녕하세요. 악어입니다!

꽤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6월 3일 토요일입니다. 

지난 5월 27일부터 29일 '부처님 오신 날 대체 휴일' 그리고 30일(화), 31(수) 2일 연차 휴가를 쓰고 약 5일 정도 울산 부모님 댁에서 푹 쉬고 돌아왔습니다. 부모님 집에서 특별히 뭔가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저,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가끔 차를 타고 풍경 좋은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한 참 연예 중인 여동생이 집에 돌아오길 기다리다가, 마카롱을 굽거나, 고등학교 미술선생님 30년 생활을 정리하고 퇴직한 아빠가 가꾸고 있는 텃밭에 들러 양파와 마늘을 수확하고 다듬고, 눕기만 하면 잠드는 그런 나날을 보냈습니다. 울산으로 향하는 ktx열차에서 팀장의 추가 업무 요청 빼고는 모든 것들이 편안했습니다. 


(상식적으로 7시 30분에 당도한 타 팀의 추가 요청을... 진행하라고 지시하면서,... 휴가 가기 전에 업무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는? 개지랄을 또 마주하게 됐지만요!) 달리는 열차 안에서 노트북을 열어, 업무를 하는데,... 기가 차서 "쌍년을 어떻게... 하지? 미친년이 진짜!!"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마무리 안 하고 간 게 아니잖아!!!" 미친년이....
(졌다, 졌어... 네가 다 헤쳐먹어라! 그리고 꼭 지옥 가시길)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 사내망에 접속하여 추가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이... 팀장이 전달해 준 타 팀의 수정 요청은 메일로도, 메시지로도,... 심지어 개인적인 카톡 메시지로도... 그 어떠한 매체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어요! 모든 수정 요청들은... 일반적으로 메일로 전달되는데, 말이죠... 기가 찰 노릇이죠! 


"미친년이,.. 진짜 대가리를 이상한 곳으로 굴리네..., 어디서 떠보고 있어!!!" 

노트북 배터리는 30%를 향해가고 있었고,... 인터넷도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업무를 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환경임을 판단하고, 팀장에게 1. 지금 부모님 댁에 가고 있는 열차에 있고, 2. 노트북 배터리가 없고, 인터넷도 잘 잡히지 않아서,... 3. 업무 마무리가 어려우니, 4. 다음 주 화요일 30일 연차 휴가이지만, 잠시 사내망에 접속하여 업무를 마무리하겠다. 5. 이년아, 이러면 되냐?라는 것에 대한 양해를 구했습니다.


"혹시 팀장이시거나, 팀장이 될 것 같은 분들! 애써 머리 써서... 사람 떠보지 마세요! 아랫직원들 다 압니다. 기분 더럽고, 유치하고, 구차하고,... 당신들 인격의 한계를 부하직원에게 광고하는 행위이니,... 절대 하지 마시길!" 


저는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무튼. 푹 쉬다가 왔습니다. 


오늘 글.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게요! 


01 번아웃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과 실행

사실, 뭐든 스스로 겪게 되면, 그 사건이나 혹은 병에 대해 매우 해박해지는 경향? 이 있죠. 정신과 약을 먹기 시작한 후, 번아웃에 대해 그리고 정신적 우울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찾아보곤 했었는데요. 그중 하나는, 아주 가까운 지인이나, 마음을 편하게 공유할 수 있는 대상에게 현재 상태를 말하는 것, 이라고 합니다. 


회사 밖에서는 주변 지인 몇 명과 심리상담사, 정신과 주치의, 등에게 이 사실을 공유했고, 회사 안에서는 비교적 마음이 편한 직장 동료, 임원님께 '번아웃'으로 진단을 받았다고, 간략하게 말씀드렸습니다. (뭐, 알아서 판단하시겠지! 했던 것 같습니다.) 


업무 내용이 기억나지 않고,... 평소보다,... 처리 속도가 느리고,... 문서를 읽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등의 증상을 겪고 있으며, 상담으로 해결되지 않아, 5월 1일부터 약물 치료를 병행하게 되었다고,... 매우 구체적이고 소상하게 말하긴 역시,...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상반기 고가평가 개인면담을 팀장고 하게 되었는데,... 되려 팀장에게는 임원님에게 말한 것보다, 더 세부적으로 현재 상황을 말하게 됐답니다. 


01 '번아웃 커밍아웃' 후, 팀장의 답변

팀장은 "제게 그 사실을 왜 바로 말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래도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등의 답변을 했습니다." 음... 제 상황에 대해서 공감받고 있는 것... 아니, 공감받고 있다는 느낌은 안 들었어요. 애초에 번아웃 커밍아웃 목적이 공감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놀랐습니다. 팀장의 반응이 꽤나 로봇...처럼 무미건조 했거든요. 그녀의 답변은 역시! 네 가지가 없었지만, 저는 조금 후련했습니다. 아니요. 많이 후련했어요!  


02 팀장에게 해버린 '번아웃 커밍아웃'에 대한 정신과 주치의 선생님의 반응

'번아웃 커밍아웃' 며칠뒤 진료를 위해 정신과를 방문했습니다. 저의 정신과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는… 팀장에게 말 함으로써 얻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냐? 고 물어봐 주셨습니다.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에 대한 원인을 말하고, 더 이상 관계가 악화되고 싶지 않아서..."가 진료실에서의 답변이었지만, 전 사실 그녀에게 얻고 싶었던 것이 없습니다. 굳이 있다면,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할 정도로 힘든 상태에 빠져 있을 때, 들이닥치는 그녀의 거친 말과 행동, 그리고 굳은 표정 등을 저지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음,... 싹수없는 팀장이 더 이상 제 인생과 회사생활의 만족도를 헤집고 다니는 것을, 그렇게 무식하게 행동하는 것을... 정말 전 막고 싶었던 것 같아요! 


무튼, 그렇게 저의 '번아웃 커밍아웃'은 마무리되었습니다. 


03 '번아웃 커밍아웃' 후! 회사 생활

싸가지 없는 팀장의 마이크로 한 업무 메니지는 10% 내외로 많이 줄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개트집과 용트림을 마구 시전 하긴 하지만,... 사람을 미치게 하는 강도는 아닙니다. (분명, 정신과 약의 효과도 있을 겁니다. 약 덕분에 똑같은 상황도 다소 유연하게 반응하게 된 부분도 있을 겁니다.) 어쨌든, 팀장이 조금은 저를 덜 괴롭힙니다. 


저를 바라보는 임원님의 표정에서 '약간의 걱정이 영력 하게 묻어납니다.' 


팀원들? 음... 이 분들은 여전히 은근히 저를 따돌리긴 하지만,... (왜 그러는지? 는 모르겠지만!)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팀장이 저의 상태와 상황을 제게 소리 지른 팀원에게 말한 건지?... 그 사실을 알 수 없지만,... 제게 소리 지른 친구가,...  업무 요청을 할 때면, ''악어씨! 제가 저번에 이야기한 것들 기억하죠! ''라는 말을 꽤 반복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 말고는,...


... 기억한다고!!! 동네 개랑, 동업해서 계모임 하니?
... 수준이 왜 그러니? 팀원아! 


업무 집중도와 처리 속도,... 문해력 모든 것이 정신과 약을 먹기 시작한 후로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심리상담을 중단했고, 정신과 진료 2달... 딱 2달 정도만, 약을 먹어보고(물론 이 또한 주치의 선생님께서 판단할 일이지만요!), 일상 관리를 통해 자가 치료를 하는 방향을 고민 중입니다. 


04 정신과 방문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심리상담을 하는 것도 방법 중에 하나이지만, 급하면 정신과 방문을 주저하지 마세요! 정신과 방문, 정신과 약 복용 등에 대해서 거부하는 문화가 여전히 많지만,... 정신과 약 1달 정도 먹고 보니, 부작용보다는... 부작용을 걱정하기보다, 그저 '정신과 약이란 내가 집중해야 할 곳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이라는 인상을 가지게 됐습니다. 


다음글 예고)

번아웃 증상 완화를 위해 제가 했던 행동 중 하나를 또 공유 드리려고 해요.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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