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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Sep 19. 2024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인생사

어차피. 어떻게든 살아질 테니!


사실. 난 참 질기고 질긴 사람일지도 모른다. 명절이기도 해서, 대학 동기에게 연락을 했다. 나도 먹고살기 바빴고, 그녀 또한 먹고살기 바빴다. 30을 넘은 우리, 우리 각자 모두 잘 살고 있는 걸까? “잘 지내지?” 라며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곧이어 그녀로부터 답이 왔다. 상반기에는 “대장게실염”으로 고생했고, 하반기에는 “부정맥”으로 고생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대장게실염?”…. 부 정맥…


(중략)

나는 26세에 5인 미만의 디자인 회사에 취직했고, 대학 동기인 내 친구는 취업 준비를 했던 것 같다. 당시 난 큰 기업이 목표가 아니었다. 지방대 출신인 나는 어차피, 원서를 내 봤자. 내가 대기업에 들어갈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될 가능성도 없는 그 기회에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쓸데 업는 짓!이라는 것이 당시 나의 결론이었다. 나는 그 후 회사를 오래 다니지 못하고, 1년 하고 1.5년 단위로 이직을 했다. 내가 선택한 회사는 모두 하나같이 작고 변변치 못해 1년 이상 다니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반면 대학 동기는 대기업 취업에 실패했다. 그 때 즘 아버지 사업이 망하고… 어머님이 급한 마음에 사업 전선에 뛰어들어 불교대학을 차리곤… 실패하였고,… 가세가 기울면서 내 친구의 취업은 더 더 어렵게 됐다. 취업 지원처가 없어져 버렸기에…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고, 꽤 규모 있는 회사의 인턴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인턴 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와 밥을 먹으면서, 내심 그녀가 부러웠다. 난 당시 규모 있고, 튼튼한 회사에서 일했으면 했다. 그게 나의 희망사항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녀는 인턴에서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 그 후 어떻게 되었냐고?


디자인 전공을 했고, 기획도 할 수 있었고, 사업 감각도 있었던 내 친구는 집에 있는 여유 자본을 끌어 에어비엔비로 개인 사업을 했다. 한 참 그녀의 사업이 잘 될 때 가 있었던 것 같다. 취업도 잘 안 됐고, 주도적이고 진취적인 성향의 그녀였기에… 회사보다는 개인 사업이 역시 적성에 맞지! 하며 그녀를 응원했던 것 같다. 그즈음 나는 취업 시장에서 흐르고 흘러 임직원 500명 규모의 중화계 회사에 취업하게 됐다. 최근 2년간 인간의 탈을 쓴 꼴에 팀리더라고, 쓰레기들과 조우하면서 우울증 진단도 받고, 휴직도 하고, 하위 평가도 받고, 연봉 동결도 되어 봤다. 이 고물가 시대에. …. 나도 참… 난 나라서 이런 불합리한 대우에 대해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나니까! 사실 내가 지금까지 직장 생활하면서 이번 회사에서 만난 쓰레기가 처음이었겠나? 팀 리더들이 나보고 개념이 없다고 하는데, “아, 니들은 개념 있나? 꼴에.. 개념 따위 왜 바라는 건지… 나이들 쳐 먹고 부끄러운 줄 모르고 거짓말만 하는 비겁한 것들이… 말은 또 잘해요! “


꽤 연락을 안 하다가 또 1년 ~ 2년이 흘렀다. 오랜만에 연락했더니, 대장게실염에… 부정맥이라니… 우린 곧 한국 나이로 서른 중반에 진입하고, 외국나이라 불리는 만 나이로 이제 서른 초반이다. … 아프고, 병들고, 죽는 것에 순서 없다고 하지만 너무 빠르지 않나?


(중략)


내년에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여동생이 남자 친구도 없고 결혼 생각은 1도 없는 내게 질문을 했다. “언니, 그런데 회사 다니면 매일 똑같을 테고, 언니는 무슨 재미로 살아?!”


무슨 재미?


재미라… 사실 나는 인생살이의 재미를 찾지 않는 스타일인데, 갑자기 여동생이 재미라는 화두를 던지니? 명절 내내 내 인생의 재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재미라… 남자 친구 없고, 결혼 당연히 안 했고, 심지어 애도 없는 내 인생이 남들이 볼 때는 단조로워 보일 수도 있겠다.


재미라…


회사에서는 팀장들의 정치질 사이에서 내 자리를 찾기 위해 고공분투하고, 퇴근하면 헬스장으로 간다. 이젠 운동이란 걸 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40대에 체력적으로 또 꺾일 것이 뻔하니, 미리미리 운동을 하는 것뿐이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한다. 남들 움직이는 시간을 피해서 사람이 비교적 없는 시간대에 집을 나선다. 10시까지 출근하면 되지만 난 8시 30분에 회사에 도착하여 영어 공부를 하고 9시 20분에 전화 영어 선생님의 전화를 받는다. 아침에 굳이 전화 영어를 하는 이유는… 저녁에 전화 영어를 하면 잠 자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회사, 집, 헬스장… 이 거의 주된 나의 활동 장소이고, 특별한 취미는 없다.


취미를 두지 않는 건, 그럴 시간이 없기도 하고, 올 4월 2억대 집을 매입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 다달이 월급으로 300만 원 정도가 들어오는 것 같은데… 2억 대출 원리금 55만 원, 이자 40만 원, 주택청약 12만 5천 원, 청년도약 저축 … 15만 원, 보험 10만 원…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것이 아니라 묶여 있거나 고정된 비용이 많다. 굳이 정의하자면 나의 취미는 최소한의 재테크인 걸까? 어쨌든 다달이 갚고 있는 원리금 55만 원이 내 자산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취미. 취미라. 삶의 재미라? 주말에 뭘 하는지? 생각해 본다. 주말에 주로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난 여름과 비 오는 날에 해산물을 잘 먹지 않는데, 이제 가을이 되었고 해서, 가을, 겨울 내 내 신선한 해산물을 사서 파스타를 즐기는 편이다. 사실 먹는 것에 난 좀 진심이다. 먹는 것에 진심이어서 아무것이나 먹지 않는다. 단, 어릴 쩍부터 라면은 끓기가 어려워서… 라면은 허용하는 먹거리 트렌드 세터랄까? 요즘에는 뇌과학에 또 관심이 생겨서 특히… 뇌와 제2의 장이라고 불리는 장에 좋은 슈퍼푸드나 지중해 식단에 또 관심이 많다. 물론, 마라탕이나… 볶음 곱창 등 자극적인 음식도 무지무지 좋아한다.


굳이 취미를 찾자면… 운동. 요리 정도 될 것 같다.


그래, 어차피 인생은 흘러 갈 테니, 오늘 글은 여기서 그만 써보자. 난 디자인 전공을 했고, 현재는 채널 관리라는 미지의 포지션에서 일한다.사실 나의 커리어 패스에 대해 제 3자가 의견이 더 분분한데, 댁들 그 아가리 닥쳐라… 난 내 쪼대로 사는 사람이라… 솔직히 10년 일했다고 하는 사람 들 중 제대로 된 사람 난 아직 못봤다. 진짜 제대로 일한 사람들은 이 일 10년 했구요. 라는 말 안한다. 10년이나 일했는데, 조직적으로 인정 받지도 못하고 부하직원도 존경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꼴에 인정 받으려고 하는 말 들이다. 난 안 물어 봤고 안 궁금하니까. 말하지말라!


내 인생의 재미. 미지를 탐험하는 것.


탐험하자. 오늘이 새롭고, 내일이 또 새로운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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