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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보호 구역 탐험 2화

코끼리들, 따사로운 햇살, 시원한 바람, 모두 안녕

by 무엉

코끼리를 만나러 가는 날 아침 나는 조금 긴장했다. 투어 가이드의 차를 타지 못하면 어떻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투어날 아침, 나는 내가 투어를 예약한 게스트 하우스 로비로 향했다. 담당 직원과 짧은 인사를 하고, 오늘 코끼리 보호 구역 투어를 갈 거라고 말하자. 담당직원은 "곧 있음. 가이드가 올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몇 분 후 별문제 없이 코끼리 보호 구역으로 향하는 픽업 차량을 탈 수 있게 됐다.


내가 머물렀던 11월은 건기이기에 날씨는 당연히 화창했다. 나는 가이드의 픽업차를 타고 치앙마이 도심을 벗어났다. 몇 분이 흘렀을까? 건물하나 보이지 않는 들판과 바나나 나무(아마 열대과일 나무들일 것이다.)로 둘러싸인 열대 우림이 보였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나는 창박을 신기한 눈으로 보면서, 마음속으로는 ‘와, 열대 우림이 저런 거구나…' 했다. 픽업 차량 내부에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온 일행도 있었지만 특별히 말을 주고받지는 않았다.


나는 계속 창 밖 풍경에 빠져 있었다. 평지를 달리던 투어 차량은 시간이 지나자 숲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숲길을 얼마나 달렸을까? 나는 숲 풀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코끼리를 보았다. 붙임성이 좋은 코끼리들은 사람들과 꽤 가까이 교류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코끼리들의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 우리는 베이스캠프에 도착해 조심 스럽게 차량에서 내리자 2~3마리의 코끼리 무리가 보였다.

IMG_1923.HEIC 베이스 캠프에서 본 코끼리들
IMG_1926.HEIC 우리가 사용한 베이스 캠프의 모습


그리고 얼마 뒤 코끼리를 보호하고 있는 가이드가 자신 있게 우리에게 인사했다. (그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것이 아쉽다.) 그는 우리에게 바나나와 사탕수수가 가득 들어 있는 가방과 푸른색 옷을 나누어 주었다. 중국, 독일, 영국, 프랑스,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 모두가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베이스캠프를 떠나 강가로 향했다. 가이드는 "매일 많은 사람들이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기 때문에 코끼리가 우리를 보고 긴장하지 않고 친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코끼리에게 먹이 주는 방법과 교감하는 방법 등을 알려 주었다.

IMG_1928.HEIC 베이스 캠프에서 코끼리에게 먹이주러 갈 채비를 하는 사람들

투어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보였다. 덕분에 나도 행복했다. 혼자 와서 외롭지는 않았다. 내게는 코끼리들이 있었고, 뭉글 뭉글해진 분위기로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쨍한 날씨, 적절한 바람과 흐르는 강물 모든 것이 완벽했다.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먹이 가방을 챙겨 강가로 향하자 코끼리들도 아무런 경계없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먹이를 주니, 코끼리들이 무척 행복한 얼굴로 먹이를 받아 갔다. 먹고, 먹고, 또 먹는 코끼리 덕분에 먹이 가방은 빠르게 빈 가방이 되었다.

IMG_1964.HEIC 행복해 보이는 코끼리의 모습
20231122_105629_Original.jpg 코끼리와 나


먹이 가방의 먹이가 다 사라질 때쯤, 우리는 점심 식사를 하러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그날 점심은 팟타이와 수박, 파인애플이었다. 시장이 반찬이라 했던가… 치앙마이에서 먹었던 팟타이 중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점심 식사를 하며 내 옆에 독일에서 온 4명의 가족이 있기에 짧게 독일어로 인사를 건넸다. 독일어는 대학교 때 배운 적이 있어, 간단한 인사 정도는 주고받을 수 있다. 나의 독일어 지식이 신기했던지, 엄마로 보이는 여자와 나는 몇 마디를 더 나눌 수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 왔고, 대학생 때 독일어를 조금 배웠고, 독일 여행 경험은 아직 없어, 등의 대화를 나누었다.

IMG_1975.HEIC 베이스 캠프에서 먹은 팟타이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뗏목 타기를 하러 다시 이동했다. 뗏목은 3명이 한 팀이 되어 타는데, 가이드가 혹시 혼자 온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상황을 보니, 모두 지인 친구들과 함께 온 상황이라 혼자 떨어져서 다른 뗏목을 타게 되는 것을 꺼리는 눈치였다.

가이드의 물음에 나는 번쩍 손을 들며, 나 혼자 왔는데!! 했다. 나의 당당한 태도에 사람들은 함께 웃었지만,게의치 않았다. 나는 핀란드에서 온 커플들과 뗏목에 몸을 싣고 급류를 타게 되었다. 코끼리,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시원한 바람 모두 안녕! 내가 왔어!!! 내가 왔다구!!!

IMG_1977.HEIC 강가 선착장에서 출발하려는 댓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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