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서울에서 만난 두 번재 집

"희망. 을 중계하는 "희망 부동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by 무엉

다소 집 다운 집의 범주에 들어가는 집에서 늦잠을 자고, 오전 11시 30분 늦은 아침을 챙겨 먹는다. 일주일간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청소를 한다. 마지막 빨랫감이 세탁기에 탑승하는 오후 2시, 일주일만의 거사 청소가 끝난다. 물을 끄려, 적당히 먹고 싶은 '티백차'를 고른다. 찬장에 놓인 티백차 바구니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지난주 선물 받은 홍차 티백을 꺼낸다. 따뜻하게 홍차 한 잔을 내리고, 책상 위 노트북을 펼쳐 내가 서울에서 두 번째로 거쳐간 집에 대해 써 내려간다. 우연히 이 글을 읽게 된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를 남긴다. 나는 디자이너이고, 살벌한 서울에서 2년 가까이 살다, 서울이 아닌 광활한 자연이 있는 농촌에서 디자인하며 살고 싶어, 도시와 농촌을 아우르는 라이프 스타일로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그 결과를 공유하고 싶어 [존버 타지방 유목민의 디자인 일기]라는 글을 쓰고 있다.


차라리 국가가 없는 게 마음 편한 처사일지도 모른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도시, 서울. 문명화된 빌딩 숲 seoul에서 내가 살았던 두 번째 집은 참 할 말이 많다. 두 번째 집에서 나는 태어나 처음 국가에 대한 배신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 시절, 내가 살던 3층 빌라 주변에 거센 '재계발 바람'이 불었다. 누군가는 부동산의 상승으로 환호성을 질렀고, 누군가는 삶을 터전을 떠날 수 없어 공사 분진과 소음 그리고 진동에 끝없이 고통받았다. 남의 집에 세 들어 살아가야만 했던 어떤 이는 부동산 상승으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배 아파했다. 그 동네에 별다른 연고가 없는 젊은 청년들은 신속히 세입자를 넣어 그곳을 탈출했다. 엉망진창 난리 부르스의 매들리 속에 해당 지자체는 모르쇠로 묵묵부답. 차라리 국가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한 처사일지도 모른다. 분노해야 할 상황에 대해 우리는 분노하지 않는다. 우리는 분노할 정도로 여유롭지 않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부동산인 한국은 부동산으로 참 많은 '희로애락'을 나누었다. 대단위의 재개발이 진행 중인 서울의 핫플레이스 성스러운 지자체에 '희망 부동산'이 있다. '희망 부동산'의 손님들은 '삶의 희망'을 손에 넣기 위해 오늘도 분주히 '희망 부동산'을 방문한다.


첫 번째 손님.

"어머, 짜증 나!! 정말, ~ 귀찮아 죽겠네. 아주... 우리 집 1층 남자 나간데, 사람 또 넣어야 해! 세입자 좀 구해줘 ~" 하며 중년의 여성이 '희망 부동산'을 방문했다. "다달이 나가는 돈이 얼만데 미치겠네.. 201호도 비었는데... 요즘 세입자 많이 와?" "김실장님 세입자들 한테 말 좀 잘해줘요!" 하며, 세입자를 구해달라고 부동산 대표와 김실장을 독촉한다. 보아하니, 노후자금을 위해 늦은 나이에 대단위 부동산 투자를 한 것 같다.


두 번째 손님.

젊은 남, 녀 두 명이 조심스럽게 "희망 부동산"의 문을 연다. 과연 이들에게 희망이 있을까? 첫 번째 손님, 중년 여성과 부동산 대표의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남자는 잠시 뜸을 들이다, 넌지시 한 마디 한다. "저기... 신혼집을 구하고 있는데요!, 시세가 어떻게 되나요?" 이에 대해 대표는 희망적인 조언을 던진다. "1억 정도는 있는 게 좋아요! 대출로 하시면 최소 2억은 하셔야 해요!" 보아하니, 부모로 부터 이제 갓 독립하여 세상의 이치를 알아가기 시작하는 풋풋한 신혼커플이다. 풋풋이 오래가길, 팍팍해지기 전에.


세 번째 손님.

"희망 부동산"대표의 희망적인 조언에 낙담한 두 번째 손님이 나가고 세 번째 손님이 들어온다. 다행히 세 번째 손님의 표정은 밝다. 그리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진짜 '희망 부동산 사장' 말을 아주 잘 들은 것 같아, 저번에 산 그 집 말이야, 또 올랐어! 여기 기운이 좋다니까! ~" 머리가 히긋 히긋한 젊은 노년의 세 번째 손님은 다행히 "희망 부동산"에서 희망을 얻었다. 유일하게 이 "희망 부동산"에서 희망을 얻은 남자. 그간 부동산으로 재미를 좀 본 것 같다.


희망을 찾으러 온 여러 손님들 그리고 실장 여사님.

오늘도 희망을 찾으러 여러 손님들이 "희망 부동산"의 문을 연다. 찾고자 하는 희망은 참 다양한다.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웃는다. 문명화된 도시민으로서 희로애락을 나눈다. 덩달아 김실장의 손은 더욱 분주해졌다. 고객 응대로 바쁜 '진짜' 부동산 중개인 대신, 예비 세입자에게 집을 보여줄 여사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종 종 여사님들은 부동산 중개인 자격증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통상적으로 '실장'이라는 직함으로 퉁친다.


부동산 실장 여사님들은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나는 종 종 이들을 서울 시내를 활보하는 버스 안에서 만난다. 이들은 예비 세입자를 만나기로 한 장소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달리는 버스 안에서 예비 세입자에게 보여줘야 할 집들을 진짜 부동산 중개인으로부터 전달받는다. 부동산 실장 여사님의 업무 성과는 세입자가 필요한 집에 사람을 넣는 것이다. 약속된 장소에서 예비 세입자를 만나, 보여주고자 하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예비 세입자에게 최대한 친근하게 다가가며 친근감을 형성하는 것이 첫 번째 업무이다. 그리고, 소개해 주는 집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적재적소에 제공하여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 두 번째로 중요한 업무이다.



집에 대한 무지가 만든 불편한 선택

당시 나는 남동생이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서, 방이 두 개 필요했다. 남동생의 학교 등하교와 나의 출퇴근. 두 가지 상황을 고려한 적정한 위치의 집을 찾아야 했다.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우리가 선택한 집의 위치는 성수동이었다. 성수동을 선택한 이유는 교통이 좋았고, 비교적 저렴했기에, 미리 알려둔다. "저렴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다. 나는 당시 부동산을 전혀 몰랐고, 집 계약에 관계된 사람들(부동산 중개인, 집주인, 부동산 실장 등)이 나에게 보내는 호의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집을 보는 안목도, 심지어 그 뱀 같은 집주인을 단박에 알아보는 안목도 없었다. 투자 목적으로 집을 매입한 집주인이 있는 집은 선택하지 말았어야 했음을 나는 두 번째 집에서 1년 가까이 살게 됐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무지는 때때로 매우 잔인하며, 죄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내가 거쳐간 집, 그 동네는 여전히 신나게 곳 곳에서 공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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