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집을 찾기 위한 부동산 격파기
대형 빌딩 공사가 연이어 이어지던, 성동구에서 탈출을 선언하고 서울살이를 장식할 세 번째 집을 찾기 위한 여정중 나는 참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다. 고생은 때로 돈으로 주고 살 수 없는 경험이 되고 삶의 밑천이 된다. 현재 나는 서울에서 세 번째로 정착한 송파구 어딘가의 빌라를 전세로 얻어 살고 있다. 서울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 예비 세입자가 넘어야 할 산은 참 많다. 그 많은 산 중 부동산 중개인이 있다. 이들은 세입자의 편일까? 집주인의 편일까?
서울에서 월세방 계약을 두 번 정도 해본 친구의 말을 감히 빌린다. 그녀는 부동산 중개인을 종 종 '부동산 것들'이라고 표현한다. 그녀는 어쩌다, 부동산 중개인을 '부동산 것들'이라는 격앙된 표현을 하게 됐을까? 대충 짐작은 간다. 나 또한 부동산 중개인을 믿지 않는다. 그들이 나는 감언이설에 뛰어난 뱀으로 보일 때가 있다. 어쨌든.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월세 계약 시 특약 조건을 자발적으로 넣을 정도로 집, 계약, 부동산 법률에 해박했다. 집을 알아보러 다닐 때쯤 그녀는 나에게 아래와 같은 충고를 했다.(참고로, 그녀는 나보다 한 살 어리다.)
그녀의 충고>
언니, 부동산 것들 믿으면 안 돼!
그것들은 집 같지도 않은 집에 집주인이랑 결탁해서,
세입자 넣으려고 혈안이 된 것들이야.
부동산 중개인은 세입자의 편일까? 집주인의 편일까? 사실 이들은 적도 아군도 아니다. 중개 수수료 기반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계약이 빨리 성사되고, 중개 수수료를 빨리 받을 수 있으면 좋은 사람들이다. 주거의 질이 열악한 서울에서 부동산 중개인이 소개해주는 집은 의뢰자가 의뢰한 가격대의 집에서 그나마 괜찮은 집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서울의 주거 질이 지방에 비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고, 요즘의 관점에서 형편없다.는 것이다.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부동산 중개인이 아니라, '나' 스스로 밖에 없다. 부동산 중개인은 계약을 성사시키고, 수수료를 빨리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계약하고자 하는 집의 단점을 숨기고 싶어 한다. 계약이 성사되면 끝이기 때문에, 집에 장기적으로 살아갈 세입자의 주거의 질은 그들이 관여하는 영역이 아니다. 즉 이 집에서 살게 됐을 때, 주거의 질과 삶이 어떻게 융합될지? 어떤 영향을 내 인생에 줄 것인가? 에 대한 모든 책임은 결국 세입자 측에 있다.
정글 같은 부동산에서 '나'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은 과연 있을까? 서울의 첫 스위트 홈. 연희동 북향 원룸을 중개해 준 부동산 중개인부터, 나를 거쳐간 중개인의 수는 6명 정도 될 것 같다. 이들을 거쳐가면서 부동산 중개인에 대한 안목이 생겼다. 이 안목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발현된 것임으로 대부분의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음을 밝힌다.
1. 아빠인 내가 보기에 괜찮은 부동산 중개인 같아요!
보통, 이사 갈 집이 필요해진 시점이 오면 은근 딸 바보인 우리 아버지는 울산에서 큰 딸이 이사 가고자 하는 서울 동네 소재의 부동산을 검색해 본 후, 아버지 입장에서 괜찮아 보이는 부동산 중개인을 한 명 찍어 사정을 말한 후 부동산 중개인을 나에게 붙여주셨다. 딸 바보 아버님들. 잘 들으세요! 이렇게 까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세 번째 집을 알아보러 다닐 때, 나는 아버지가 붙여주는 부동산 중개인을 거부했다. 아버지와의 전화통화에서는 세상 친절했던 중개인들, 나와 집을 보러 다니고 계약할 시점이 다가올수록 그들은 조급해졌고, 나를 재촉했던 경우가 다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계약 여부를 뭉그적 거리니, 소리를 지른 중개인도 있었다. 앞부분에도 언급했듯, 부동산 중개인의 밥벌이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이다. 어딜 가든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같다. 즉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낮으면 낮았지, 좋을 가능성은 적다.
2. 한 동네에서 오래! 부동산 업을 한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
은근 딸 바보인 우리 아버지는 종 종 한 동네에서 부동산 업을 오래 한 사람을 붙여주곤 하셨는데, 한 동네에서 부동산 업을 오래 한 것과 좋은 매물을 중개하는 것은 결코 비례관계에 있지 않다. 개인적인 안목으로 한 동네에서 오래오래 부동산을 했다는 중개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좋은 중개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부동산이 동네 사랑방처럼 훈훈한 곳을 나는 과감히 배제하라고 말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중개인은 사람을 상대하는 업이다. 이렇다 보니, 이들은 사람을 다루는 데 있어서 남다른 철학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 앞에 세상 물정 모르는 핏덩이 같은 20대 중후반의 사회초년생은 아쉽지만 '쉬운 상대'이다. 중개하고자 하는 집의 단점을 감추는 능력도 탁월하다는 의미이다. 동네 주민들이 서슴없이 들어와 커피를 먹을 정도로 훈훈한 사랑방 느낌의 부동산을 피하라는 말은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집도 서슴없이 중개하고, 서슴없이 숨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심각한 문제란? 가령. 이유 모를 빛이 집에 묶여 있어서, 이전 세입자에게 보증금이나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집주인 정도... 있을 수 있다. 쉽게 말해, 집주인과 중개인에게 별 문제가 아니지만, 세입자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말한다. 모든 갈등은 문제를 바라보는 온도차에서 기인하지 않는가!
3. 좋은 부동산 중개인이 있는 부동산은 어떤 곳일까? 있기는 한가?
그럼 도대체 어떤 부동산 중개인을 만나려고 '노오력'해야 한다는 것일까? 나의 짧은 경험을 돌이켜 보면, 예비 세입자가 많이 드나들고, 입소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 커피를 내어줄 정도로 기본적인 서비스 마인드가 있는 곳, 세명 이상 근무하고 서로의 실적을 경쟁하는 곳이 좋다.
예비 세입자가 많이 드나드는 곳은 괜찮은 매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 중개 서비스가 나름 괜찮은 곳, 나름 말이 통하는 곳, 이라는 의미이다.
서비스 마인드가 있는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재촉하지 않는다. 물론 이들도 재촉은 한다. 하지만, 적어도 소리를 지르며 성질을 내며 네 가지 없이 재촉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부동산은 영세하기 때문에 한, 두 명이 근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명 이상이 근무한다는 것은 재정적으로 조금 탄탄한 부동산 중개소라는 의미이다. 재정적으로 탄탄한 곳은 중개 과정에서 여유롭다. 소개하는 집에 대해 자신이 있고, 그 만큼 이들은 좋은 매물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또한, 실적을 경쟁하는 곳이 좋은 이유는 경쟁을 통해 중개인들 스스로 좋은 매몰을 선점하고, 좋은 계약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환경에 영세 부동산 중개소 보다 쉽게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생은 때로, 삶의 밑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