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이루고 싶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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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두 번의 연재.
한 편의 글을 쓰고자 10시간 가량을 집중해야 하는 것은, 퍽 녹록지 않은 일입니다. 어떤 날은 무려 8시간 정도를 작업하기도 하지만, 그런 날은 정말 드물고 그 다음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로 탈진상태에 이르곤 하니까요.
가뜩이나 바닥인 체력에, 크게 뛰어나지도 않은 사고력을 포함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어도 결과물은 그저 어쭙잖기만 해서 영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럼에도 꿋꿋이 쓰고 있는 까닭은, 결국에는 브런치에서 연재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렇지 않았던들 어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요. 그저 방구석에 틀어박혀 혼자서만 하는 작업이었다면, 나약하고 게으르기 짝이 없는 저는 진작에 포기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중간에 쉬멍놀멍 한 해 넘게 연재해왔지만 ‘약속의 날’이 다가올 때마다 힘이 들어요. 때론 몹시 숨이 차도록 버거워요. 그런데 단 한순간도 지겹지 않아요. 그것이 절 행복하게 합니다. 어쩌면 그저 제 나름의 도파민 생성의 일환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조잡할지언정 결과물이 남는다는 것도 매력적이구요. 물론 다시 읽어보면 부끄럽고 고치고 싶은 것들 투성이지만, 그조차도 함께 가야 하는 것이겠죠. 어쨌든 종합적으로는 이 작업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2
감히 윤동주 시인에 빗댈 수 없겠으나, 나 역시 작은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종류의 인간이다. 나를 배반하면 온몸이 아프곤 했다. 못해도 식욕이 떨어지고 신경은 곤두선다. 그리하여 움직임엔 짜증이 묻고 말엔 날이 선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서, 더는 이렇게 ‘살아지다가’ 사라질 수 없어서, 더 늦기 전에 마침내 ‘우주다락방’이라 명명한 방구석에 틀어박혀 물리적으로 홀로이 있는 것을 선택했지만, 브런치로써 온라인에서나마 세상에,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음을 너무도 잘 안다.
언제나 내가 가장 관심 있는 것은 인간,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내가 인간을 사랑하는 것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개체와 가장 추악한 개체가 한 종족으로서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드라마틱한 모순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너무도 매혹적이다. 우주로 나아가 고등한 외계인을 만나면 모르겠으되 아마도 아무리 크게 잡아도 ‘지구인’의 시점을 벗어나지 못할 이번 생의 내가 인식하는 수준에서는 가장 그러하다.
그리하여 나는 그 인간탐구에 중독되었고, 그러므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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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브런치에 연재하는 것이 행복하다 하였는 바, 그것은 ‘밥벌이의 지겨움’이 상징하는 평범한 일상의 지루함을, ‘살아지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러분도 그렇지 않을까요? 그저 ‘살아지지’ 않고 ‘살아가기’ 위하여, 그리하여 마침내 ‘사라져야’ 할 그 순간조차 기꺼이 받아들이기 위하여, 우리는 사유하고 글을 쓰고 읽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그 기저에는 아마도 저마다의 크고 작은 결핍과 그로 인한 슬픔이, 때론 크나큰 고통까지도 고요히 내려앉아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저 기쁘고 즐겁기만 하다면 어찌 글을 쓰겠습니까? 한바탕 크게 웃으며 좋다고 말하면 그뿐이겠지요.
그리하여 우리는 쓰고 또 읽으며, 라이킷을 누르고 구독을 하고 응원을 하며 온라인에서나마 소통하고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이러한 우리들의 어리석음과 나약함들을, 불안과 두려움들을, 그땐 그랬었지 하며 웃으며 얘기하고 떨쳐버릴 수 있는 날이 올까요? 그런 날이… 올까요? 나아가 우리의 고통과 아픔들을 지렛대 삼아 비슷한 유형의 이들을, 혹은 더 심하게 아픈 이들에게 손 내밀어 잡아주고 버틸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우리 모두가 지니게 될 수 있을까요…?
저는 감히 또 그런 꿈을 꾸었습니다. 내 주제에 뭘, 하다가도 결국에는 또 그 꿈으로 돌아와요.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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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