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에 웅크려 있어도 괜찮아!?

작업시 영감과 도움을 준 고마운 작품들

by 지구인




연애세포가 죽어버린 지 한참인 주제로 로맨스 소설을 쓰자니, 스토리와 캐릭터 구상은 그렇다치고 문장으로 구현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첫화 첫문장부터 골머리를 앓았고, 그 첫화의 초고를 쓰는 데 일주일도 넘게 걸렸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도 계속 삐걱거리고 헉헉대며 써서 10화 정도에 이르러 감을 잡았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는 빨리 쓰면 대여섯 시간 만에 한 편을 탈고하기도 했는데 말이죠.


그럼 왜 하필 로맨스, 그것도 왜 ‘잘못된 만남’에서 비롯한 삼각관계였나. 그에 대해서는 유쾌하지 않은 개인사가 얽혀있기도 하고 다시 글로 정리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으니 일단 미뤄두고, 작업시 영감과 도움을 받은 미디어 작품들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언어의 정원>, 2013.

https://www.youtube.com/watch?v=O_bzem-nERw&list=RDO_bzem-nERw&start_radio=1

짝사랑, 잘못된(?) 사랑 이야기.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흐르는 OST가 좋아서 앨범까지 찾아서 반복해서 들었어요. 감독의 영화들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특히 비 맞은 나뭇잎들의 작화가 너무 좋아서 배경이 된 신주쿠 공원에 가고 싶게 만들죠. 이 작품 때문에 웨이브를 가입해 결제했고, 두 번 이상 시청한 작품입니다. 사실 캐릭터와 스토리보다는 작화와 분위기, 음악이 압권이죠.




신카이 마코토, <초속 5센티미터>, 2007.

https://www.youtube.com/watch?v=UACzMwilvDU

첫사랑,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잔잔하고 낭만적으로 시작해서 현실적으로 끝나는데 여운이 꽤 남습니다. 감독의 작품들 중 두 번째로 좋았던 작품. 사실 스토리의 완성도는 이게 더 높은 듯한데 장르의 특성상 작화가 아무래도 중요하니까. (하지만 감독의 후기작으로 오면서 스케일은 커지는데 감동은 줄어드는 걸 보면 작화 문제만도 아닌 듯. 또한 제가 작품이 만들어진 순서대로 본 탓도 있을 것 같네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3부작, 2015~2018.

처음에는 19금? 소설을 구상했기에 성애장면의 도움을 받기 위해 억지로(?) 꾸역꾸역 시청. 이 작품도 HBO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처럼 섹스로 시작했으나 러브(?)로 마무리되더군요. 남자주인공이 미남이긴 한데 연기가 너무 뻣뻣해서 생기가 하나도 없어서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스토리도 시작부분 외에는 평범했고, 결과적으로 별 도움은 안되었으나 어쨌든 숙제처럼 봤던 ㅎㅎ.




Äneas Humm, Renate Rohlfing, Fanny Hensel, Franz Liszt, Viktor Ullmann & Edvard Grieg, Embrace: Songs by Hensel, Liszt, Ullmann, Grieg,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tz3dpvdoFQ4&list=OLAK5uy_kZwtlzkj-gDVBa7A9HPklyUcXHoyaxnck

평소 대중가요(이제는 K-POP이 더 익숙한)를 즐겨 듣지만, 작업 시에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 쉬우니 집중에 방해되므로 잘 듣지 않아요. 해서 서양 고전음악을 틀어놓곤 했는데 자동재생으로 나와서 접하게 된 앨범. 노랫말을 하나도 못 알아먹어서인지 그저 편안하고 좋은 목소리와 다정한 음률이 포근하고 낭만적인 기분이 들게 만들어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영어도 아니어서 가사 등을 검색하다 포기했어요 ㅎㅎ.




임윤찬, <Live from The Cliburn - Liszt: Transcendental Etudes>, 2023.

https://www.youtube.com/watch?v=KsGLmrR0BVs

클라이번 콩쿠르 1위 소식을 접하고 실황 유튜브를 찾아보고 나서 작업 시에도 많이 들었습니다. 머리칼이 흠뻑 젖을 정도로 온 힘을 다해 치던 모습을 떠올리며, 피아노 건반에 비하면 키보드따위야 새털같이 가벼운 것 아니냐, 그의 열정의 반의 반이라도 쫓아간다면 성공이라고 다짐하곤 했지요. 그는 유명세고 뭐고 그저 산속에 들어가 하루 종일 피아노만 치고 싶다는데,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에요(노는 게 제일 좋아!). 다만 내일 죽어도 후회 없을 일을 하나만 뽑자면, 글쓰기이긴 합니다. 그중에서도 창작이지, 그런 각오로 시작했었습니다.




댄 구터먼, <종말에 대처하는 캐럴의 자세>, 2023.

https://www.netflix.com/kr/title/81044590

절친에게만 고백했던 이야기인데, 이 작품을 우연히 보고서 더 늦기 전에 (소설을) 써야겠다는 결심에 쐐기를 박았답니다. 무려 십오 년에서 이십 년 전에 구상했었던, 아주 오래된 소재를 끄집어내(그러나 그 소재는 파멸(?)로 가는 치명적인 성애 중심의 삼각관계여서 본편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 마침내 소설화하는 것을 실현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내일 지구 종말이 온다면, 오늘 뭐를 하고 싶니? 뭐 하다 죽고 싶니? 또다시 실수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상관없어. 그런 마음으로.




Philippe Herreweghe 외, <바흐: 미사 B단조>, 2007.

https://www.youtube.com/watch?v=TMCpjUg411s&list=PLa1rC97wRkZj-Zfg3KAouiCTRVY7Jdulh

가장 많이 반복해 들은 작업용 음악은 바로 이 앨범입니다. 과문한 탓으로 그저 <마태수난곡>만 알고 그것만 듣다가 역시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접하게 된. 본편 요한모자의 이야기를 작업할 때 특히 집중해 들었습니다. 첫 번째 곡이 가장 유명하고 또 가장 좋지만, 나머지 곡들도 다 좋고 전체적인 흐름이 있으므로 전곡을 차례대로 듣곤 했습니다. 많은 버전이 있지만 우연히 접한 이 앨범이 괜히 좋더라구요(왠지 불쌍해 보이는 예수님?의 기나긴 중안부가 인상적인 표지도 맘에 듭니다).




P.S. 쓰고 보니 인터넷 만세?! 디지털 세상 최고!! 로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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