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있었던 일: 요한의 시점

본편 9화~12화의 비하인드

by 지구인




어디까지나 시놉? 수준이므로 본편에서는 적용되지 않은 부분이 있으며(보통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써용, 별다른 퇴고 없이 그대로 ‘날것’ 수준임을 감안해주세요(그야말로 first draft).

본편 1부 9화~12화의 비하인드입니다.

https://brunch.co.kr/@cosmic-attic/10

더불어 본편 1부 9화 초고(19금 버전?)도 있습니다만, 연령제한가여서 로그인해야 합니다 ㅎㅎ (브런치는 다음 검색에서도 연동돼 있어 공개하기가 좀;;)

https://www.blice.co.kr/web/detail.kt?novelId=88888






1. 토요일 (주연 3인방의 첫 만남 다음날)


시은을 협박하고 사라졌던 날, 요한은 출근했다.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전날에도 결근이었어서 사장님 - 10~15세 정도 많고 보육원 출신이어서 부모에게 버림받은 것은 마찬가지인 요한을 친동생처럼 아껴준다. 같은 보육원 출신의 아내가 있었으나 췌장암으로 잃고 홀아비로 산 지 10년이 넘었다. 요한은 그의 집에 얹혀산 지 꽤 됐다 - 을 생각해 출근했던 것.


연주가 또 와서 치근덕거리자 일부러 장단을 맞춰주는 척하다가 다른 여자의 비싼 외제차를 타고 가버린다. 그 여자는 (일종의 스폰으로) 부자의 내연녀 또는 호스트 출신 아무튼 뭐 그런 종류의 파트너? 요한은 관계를 거부하지만 여자가 자신이 해준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당하면서? 이상하게도 요한은 시은을 떠올렸다. 정확히는 진원과 함께 있었을 때 봤던 시은의 모습… 진원이 더 적극적이었던 것은 맞지만 시은 역시 진원을 많이 챙기고 사랑한다는 걸 실제로 보고서는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다. 시은이 진원에게 정말 하나뿐인 특별한 여자라는 것을 알겠기에. 괜한 트집임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지만 진원을 시은에게도 주고 싶지 않은 것은 맞다. 그런데도 시은이 진원과 잘 어울린다는 것도 인정한다.


진원과 시은은 어떤 모습으로 사랑할까. 아마도 진원이 적극적이겠지. 그러나 시은도 마냥 수동적이지만은 아닐 것이다. 결혼까지 하기로 했으니까. 시은은 마음이 가고 나야 몸이 가는 타입일 것이다. 그러니 결혼하면 오히려 더욱 열렬해질 타입이다. 진원 역시 결혼했다고 해서 식어버릴 타입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부부애로 넘어갈 타입… 아마도 둘은 잘 살겠지. 나는 그들처럼 살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살다가, 어느 날 죽겠지. 죽어버리겠지.




2. 월요일


월요일은 휴무이다. 사장이 불러내어 억지로 밥을 먹었다. 하루 한 끼는 제대로 먹어야 한다고 챙겨준다. 그나마 면을 먹는 요한에게 비싼 냉면을 사주었다(요한이 좋아하는 것은 수박 등 제철과일 정도이다. 고기는 별로 안 좋아하고 그나마 회는 먹는다. 맛이 강한 음식을 싫어하고 탄수화물도 안 좋아한다. 초가공식품도 꺼린다. 배가 고프면 바나나나 우유 정도로 만족한다. 그래서 몸을 유지한다. 이것저것 섞인 음식도 싫어하는데 희한하게 칵테일에는 재미를 붙였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도 한다).


진원 얘기가 나왔다. 사장이 약혼녀를 보고 싶다고 하자 요한은 조만간 데려오겠죠, 하다가 셋이 다시 모여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원에게 연락한 것. 전화해서 시은의 안부를 물어본다. 아마도 진원에게 아직은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말했어도 어쩔 수 없고. 진원은 시은이 몸이 안 좋아서 쉰다고 말했다. 근데 어제 낮에 무서운 꿈 꿨다고 달려왔었다고 한다…


무슨 꿈?


- 아니 얘기는 안 했어. 말하기도 무섭다고. 그래서 있다가 갔어. 집에 혼자라서 그랬나봐.


…자고 갔어?


- 넌 또 무슨 그런 걸 묻냐. 그래, 무섭다고 해서 자고 갔다 왜! 또 악몽꿀까 봐 꼭 안아서 재웠다! 음란마귀는 씌어가지고…


너야말로 이상하게 군다. 결혼한다면서 뭘 그렇게 아무 짓도 안 하는 척하냐. 전에는 나한테 고민상담도 하더니. 설마 혼전순결 같은 건 아니겠지? 은근히 까탈스러울 거 같던데.


- 음. 보이는 것과는 달리 순딩이는 아니긴 해. 그게 또 매력이지. 그 짧은 시간에 알았어? 하여간… 여튼 그만해. 너야말로 왜 그래? 전의 여친들한테는 별관심 없더니.


결혼한다니까 그렇지. 널 믿고 맡겨도 되나 당연히 걱정되지. 너야말로 내가 결혼한다면 안 그렇겠어?


- 그야 그렇지만… 근데 너, 연주라는 아이는 확실히 정리한 거야? 너무 어리던데. 너야말로 그애한테 책임질 행동은 절대 하지 마라. 정말로 책임질 생각 아니면.


그런 사이 아니라니까. 그냥 동생 같다고 얘기했잖아. 동생한테 그런 짓 하겠냐.


- 그래. 아, 하랑이가 셋이 보자고 하던데. 시은이도 같이 봐도 좋고. 너랑 연락하기 영 힘들다고.


아… 그래. 나중에. 일단은 시은 씨랑 셋이 보자.


전화 후 요한은 하랑을 떠올린다. 진원모가 하랑과 눈도 못 마주치게 했던 것이 떠오른다.


그저 여동생 같은 마음뿐인데 진원모는 눈에 불을 켜고 단 둘이 절대 못 있게 했다. 아마도 그때부터 밖으로 돌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랑은 순수하고 착하지만 볼 때마다 진원모의 차가운 눈길이 떠올라 불편하다… 그래서 만나기가 꺼려진다. 하랑은 서운해하지만… 하랑은 티 안 내려고 하지만 자신을 남자로 보는 것 같아서 그런 것도 있다… 차라리 하랑과 결혼한다고 나서면 어떻게 될까. 부모들은 당연히 반대하겠지. 혹시 진원도 그럴까? 나를 형제같이 여기는 녀석도 혹시 여동생은 너 같은 루저에게는 못 준다고 할까? 차라리 그래버릴까. 그래서 확실히 버림받고 다 끝내버릴까… 요한은 매일같이 죽음을 생각한다.


진원과 시은은 잘살 것이다. 나만 가만히 있으면. 그런데 가만히 있어지지가 않는다… 더구나 진원이 자신에 대해서는 형제 같은 마음, 그것도 동정심에 기반한 것임을 잘 알기에, 책임감 강한 진원은 결혼하면 자신에 대한 관심이 아무래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냥 그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 지금까지는 충분히 행복했는데… 욕심이다. 아마도 요한의 유일한 욕심. 살아가는 이유.


시은은 약해 보이지만 속은 강하다. 자신을 떼쓰는 아이 정도로 생각해서 봐주려는 것 같았다. 같은 방법의 협박은 먹히지 않을 것 같다… 애당초 그 정도로 물러날 사람이었다면 진원이 결혼하겠다고 나서지도 않았겠지. 그날은 나도 술김에, 미칠 것만 같아서 그렇게 했지만… 아팠겠지. 놀라고 무서웠겠지. 그러니 진원에게 달려갔겠지. 차라리 마저 목을 조르고 파국을 맞는 것이 나았을까… 하지만 여자는 죄가 없다. 나한테는 그럴 권리가 없다… 안다.


그냥 나도, 나 좋다는 여자들 중 하나를 골라잡아 정착할까… 사장님 도와 열심히 일해서, 나중에는 나도 가게 하나 차리면, 어째저째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진원과 시은을 본받아서, 내 더러운 피를 씻고 혹시라도 좋은 아빠가 될 수도 있을까…? 그러나 자신이 없다.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 그저 나 좋다는 여자들 중 하나로는 어림도 없는 일. 시은만큼 단단한 여자를 만나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진원만큼 일등신랑감이 아니지 않나… 집안도, 학벌도, 경제력도 없다… 가진 것은 불행한 어머니를 빼닮은 저주받은 미모뿐.


어머니. 엄마… 아버지는 화냥년이라고 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어린 여자를 거두어주었더니 불륜으로 보답했다고. 근본도 알 수 없는 천것은 어쩔 수 없다고. 계모는 자신도 같은 방식으로 아버지의 삼취가 되었으면서 자신은 간호사이고 볼것없으나마 친정은 있다는 이유로 엄마를 무시하고 경멸했다. 비빌 언덕이 없는, 돌아갈 곳이 없는 자는 얼마나 외로운지.


엄마도 외로웠겠지. 하지만 자식을 버리고 도망가서는 안되었던 것이다(실제로는 아버지에게 쫓겨난 것이지만 요한은 모른다). 배 아파 낳아놓은 자식은 끝까지 책임져야지. 아버지는 그저 한때의 육체적 쾌락의 증거였을 뿐인, 그나마 아기 때는 그리도 바라던 아들이라고 챙기던 자식을, 대체제가 나타나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버릴 수 있는 잔인한 인간이었다. 그런 자들의 자식인 내가 어떻게 제대로 살 수 있을까. 죄악의 씨앗인 내가…


(따지고 보면 요한은 만인의 사랑을 받을 만한 출중한 외모와 높은 감수성을 타고났고 형제 같은 진원과 큰형 또는 아버지 같은 사장님도 있으니 불행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감각이 좋아서 미술 쪽에 재능 있으며 미각도 뛰어나다)







연주의 메시지가 왔다. 악의와 저주로 가득 찬, 그러다 애원하는 내용으로 바뀌는.


- 오빠가 딴 여자랑 그래도 나 괜찮아요. 기다릴 수 있어요. 버리지만 말아요… 절대 포기 못해요.


이 아이는 어쩌다 나를 만나 이렇게 절박하게 되었을까. 이제 스무 살인데 그저 몇 번 만났을 뿐인데 왜 마치 인생을 건 것처럼 내게 매달릴까. 바라는 것은 다해주는 부모까지 있으면서 왜 내게 이리도 집착할까. 나처럼 아무것도 없어서 진원에게 집착하면 몰라도… 아, 연주는 나와 달리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져서 그렇구나. 버려져 본 적이 없어서, 갖지 못한 적이 없어서 나를 포기 못하는구나. 당연히 가져야 한다 생각하는 거구나… 이해하지 못하는 거구나.


진원인 어떨까. 내가 보기에 녀석은 다 가졌는데. 심지어 나 같은 녀석을 친형제처럼 여겨주는 상냥함까지 지녔는데. 그래서 시은이 같은 좋은 여자와 맺어지는 걸까… 나는 꿈도 꿀 수 없을.


시은 역시 나를 보고 놀라는 것 같았다. 어쩌면 반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육체적인 거겠지. 다른 여자들처럼. 내가 꼬시면 넘어올까? … 미친놈. 그러면 녀석과는 끝이다. 아.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녀석에게도 버림받는다면. 마음 후련하게 죽을 수 있겠구나. 어렸을 땐 내가 진원이길 바랐었지. 절대 안되는 걸 깨닫고 차라리 내가 여자였다면 했지. 녀석에게 매달려 볼 수도 있을 텐데. 착한 녀석이니 나를 받아주었을 텐데. 그래도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완벽히 끝내버리면 될 텐데…


시은을 만나면 뭐라 해야 할까… 어차피 진원과 결혼하면 보기 싫어도 봐야 한다. 시은도 그렇게 생각할 거다. 그냥 사과하고 앞으로 최대한 보지 말자고 하면 그녀도 동의할 거다. 바라던 바라고 하겠지. 녀석은 좀 서운해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그나마 그게 버틸 수 있는 방법일 거다. 다른 건 생각나지 않는다. 우선은 그렇게…


연주에게 전화했다. 시은이 자신에게 했던 것을 흉내 내어, 차분히 말했다.


너는 네 욕심으로 나를 원하는 거야. 내가 아닌 또 다른 누가 눈에 들어오면 너는 금방 나를 잊을 거야. 아직은 어리고 경험이 없으니 그런 거지. 나한테 반하기야 했겠지. 네가 처음일 거 같아? 그런 여자들, 아니 사람들이 한두 명이었을 거 같아? 그리고 너 같은 사람은 없었겠어? 나한텐 새로운 일도 아니야. 근데 그나마 너를 만나준 건 말했지만 동생 같아서야. 친동생은 아니지만 너랑 비슷한 나이의 아는 여동생이 있어. 그래, 그날 만난 친구의 여동생이야. 어려서는 같이 살기까지 했으니 친동생이나 다름없지. 어려서는 많이 업어줬었다구… 그애가 생각나서, 그애보다 더 어리게 굴어서 큰오빠 같은 마음으로 놀아준 거야. 네가 성인이어도 나한테는 한참 어리잖아. 더구나 넌 아직도 중학생 정도로밖에 안 보이잖아. 그 여자 봤지? 나보다 훨씬 연상이야. 차라리 네가 늙었다면 너랑도 잤을지도 모르지. 친오빠처럼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만나는 줄게. 하지만 그 이상을 바란다면 정말 끝이야. 또 그런 일 벌이면 정말 신고할 거다. 그날 본 친구, 제일 큰 로펌에 들어갔다고. 네가 돈이야 많겠지만 그런 큰 로펌 쓸 돈도 있어? 있더라도 나도 만만치 않을 거라고 얘기하는 거야. 나를 좋아한다면 나를 존중해줘야지. 더 이상 선 넘지 마. 마지막 경고다. 잘 생각해보고, 내가 말한 대로 할 거면 가게로 와도 좋아. 네가 좋아하는 거 만들어줄게. 친구들 함께 와도 좋고. 하지만 또 와서 엉뚱한 짓하면 정말 끝이다. 뭐든지 해주는 부모님 있다고? 나는 고아나 다름없어. 아무것도 가진 게 없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이 마음 잘못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그렇게 만들지 마라 꼬맹이.


꼬맹이는 어릴 적 하랑을 부르던 애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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