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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 이야기 4탄] 선거 뒷 이야기

지방선거 이후에도 삶은 이어지고, 정치는 계속된다.

by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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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2018 6.13 지방선거가 약간은 싱겁게 끝났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대부분의 광역자치단체장과 시의회 구의회의 과반이상을 점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선거패배에 당대표인 홍준표가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꾸려졌다. 서울시장 선거에 사활을 걸었던 바른미래당은 3위라는 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평화당은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 2등의 결과를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확실한 의석이나 단체장 확보에는 실패했다. 사실상 '승리'한 더불어민주당은 애써 웃음을 참고 있고, 나머지 정당들은 앞으로 정국을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지 여러 갈등 상황 속에 있다.


여기까지는 티비만 틀면 자주 나오는 이야기다. 지방선거의 이야기는 저것 뿐일까? 그렇지 않다. 정의당을 비롯하여, 녹색당, 노동당, 민중당, 우리의미래도 지방선거를 치뤘다. 정의당은 광주시장 2위와 비례득표를 통해서 여러 시의회에 의원을 만들어냈다. 녹색당은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2등을 했고, 서울시장 후보였던 신지예후보는 최초츼 페미니스트 시장을 외치면서 사회적인 돌풍을 만들어냈다. 민중당은 몇몇 지역구에서 시의원 구의원을 배출했지만 울산북구 국회의원 보궐선거나 구청장 선거 등에서 민주당의 기세에 눌리며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우리의 미래는 출마는 했지만 어떤 뚜렷한 정치적 성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내가 속해있는 정당인 노동당은 경남지역의 시의원들도 재선에 실패하면서 무참히 패배했다. 당내에서는 '제대로 된 선거운동조차 못했다.' '이런 식이면 차라리 당을 해체하자'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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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거운동을 함께 했던 사하구 나 선거구 선본도 당선되지 못했다. 민주당 후보 2명이 당선되고 남은 한석은 자유한국당의 현직 구의원이 당선되었다. 우리 후보는 5등으로 6.1% 2,278표 득표했다. 1,2등은 2만표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를 했다. 선본원들 모두가 열심히 했지만 집권여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를 넘어서기는 힘들었고, 아직도 굳건한 자유한국당의 조직된 표들을 넘어서지 못했다. 주어진 조건에 비해서는 최상의 효과를 냈지만, 결과적으로는 최악만을 피했다.


선거가 끝나고 선본원들끼리 모여서 간단한 회의와 후일담을 나누었다. 후보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선본원들은 최소 10%는 득표해서 선거비용의 절반정도는 보전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기대가 과도했든, 현실이 가혹했든 10%에는 미치지 못했고, 우리의 선거운동은 그대로 '빚'이 되었다. 세액공제 등을 통해서 어떻게든 갚을 수는 있겠지만 선거비용 보존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돈에 정말 '찌들어 있는' 작은 정당의 후보로서 선거비용 보존을 받지 못한 것은 참으로 큰 아쉬움이다. 또 한 10%에 도달했다면 단순히 선거비용 보존을 넘어서서 다음 선거에서 정말 당선을 위한 전략을 더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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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는 낙선했지만 낙선에 집착하기 보다는 그것에서 얻은 데이터와 교훈들을 바탕으로 해서 내일과 다음, 4년 뒤를 준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낙선인사를 하면서 우리에게 준 한표한표를 다시금 되새기고 그 의미를 들어보고 있다. 눈물을 흘리는 주민, 문자를 주는 수백명의 사람들과 쌓여가는 음료수 병들이 패배의 아픔을 조금은 씻어주었다. 이후에는 선거운동의 방식과 지역에서 활동 방식 등을 어떻게 해야할지 올해까지 고민할 것이라 한다. 6년째 보고 있는 사람이지만, 늘 진취적이고 어떤 조건에서도 자신이 해야할 일을 만들고 돌파구를 찾아내는 사람이다. 그래서 함께 있으면 든든하고, 가끔은 너무 의존하는 사람이라 내 스스로 의존성에서 조금은 탈피하려고 하지만 좋은 사람, 든든한 사람에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함께 선거운동을 했던 나는 의외로 생각보다 큰 고민이 들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모든 선거를 함께 기획하지 않았고, 선거운동도 중간중간 참여해서 흔히 이야기하는 '주인의식'이 없었던 것 같다. 총선이나 대선 등 다른 선거에 이런 식으로 '결합만' 했어서 이번에는 나의 선거운동을 해보자는 호기로운 출발을 했었는데 끝까지 이어지지 못해서 아쉽다. 이전에는 늘 모든 사업을 직접 기획하고 집행하는 입장이어서 평가할 것이 많고, 즐겁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처음부터 기획하지 않고 만들어가지 않은 일을 '외부적 시선'에서 평가한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 것을 평가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어떤 행동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선거에서도 패배했지만, 선거운동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했던 나의 시도도 실패한 것 같다.


그럼에도 선거운동을 통해서 얻은 하나의 희망이 있다면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이야기하고 의제와 정책을 만드는 것을 간접적으로 직접적으로 체험했다는 것이다. 활동을 하면서 항상 사람들의 눈높이 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활동들을 만들었다. 세상은 소수의 활동가 집단이 바꾸는 것이라 믿었다. 이번 선거를 하면서 그 믿음을 다시 의심하게 되었다. 길을 가다가 음료수를 주고,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어떻게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이다. 또한 선거라는 매우 '현실적인' 구간을 지나오면서 이상적으로 '열심히 하자'만 존재했던 나의 운동 세계에서 먹고사는 문제와, 돈의 문제, 나의 후원집단을 만드는 문제 등을 진지하게 고민해야하는 시점임을 깨닫게 되었다. 늘 언젠가 문제가 될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어렵고 두려워서 피해왔던 누구와 무엇을 하며 어떻게 먹고 살까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시작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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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슬럼프를 겪었는데, 이제는 좀 털어내고 지방선거 이후의 삶과 다음 선거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싶다. 이번 선거에서는 패배했고, 큰 의미도 찾지 못했지만 다음 선거에서는 그렇지 않도록 지금부터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정리하고 싶다. 지역에서 활동을 할 것인지, 다시 학교에서 활동할 것인지, 청년들을 어떻게 모을 수 있을 것인지, 청년들을 모을 수 있는 방식의 컨텐츠는 무엇이 있을지 등등 고민하고 해야할 것들이 많다. 선거는 끝났지만, 나는 아직 살아있고, 후보도 살아있으니 같이 작당을 해서 앞으로 살아있는 동안 무엇을 할지 고민하자.


후보님을 비롯하여 함께 하신 모든 분들 인연에 감사하고 노력에 감사합니다. 다들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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