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한 '다른' 공간에 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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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어떻게 존재 해야할까. 더 정확하게는 '정치활동을 위한 공간'은 어떻게 존재해야할까.
부산대학교 앞에서 정말 아름답고 조용하고 깔끔한 카페를 발견해서 앉아있다. 커피 가격은 흔한 테이크아웃 점들보다 비싸지만 공간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저렴하다. 이곳에서 모두가 조용히 책을 보고 글을 쓴다. 시험준비를 하거나 자신만의 글을 쓴다. 카페의 안내문에는 '대화는 가급적 조용하게 해주세요.'라고 적혀있다. 이곳에서 옆 사람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일종의 '무례'를 범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선 '죄악'에 가깝다. 이러한 종류의 카페들은 사람들을 한 공간에 집단적으로 모이게 하지만 그 속에서 철저히 개별적으로 남아있게끔 한다. '카페'라고 불리지만 커피를 판매하는 도서관 열람실과 다르지 않다. 대학가 앞 일수록, 학원가 앞 일수록 혼자만, 조용히 존재해야한다는 조건을 걸고 있는 카페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아름답고 조용한 공간이 늘어나는 것은 나에게 기쁜 일이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일이기도 하다.
이런 공간들이 늘어날 수록 우리는 특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나만의 공간을 점유하는것에 익숙해진다. 어떤 공간에서 타인과 만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관계를 맺지 않는다. 공간은 원룸처럼 원래 한 개인을 위한 것으로만 상정된다. 한국사회의 문맥에서 '카페'가 커피를 판매하는 도서관 열람실이라면, 커피를 판매하고 오로지 자신의 일에 집중할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사람들을 모으는방식이라고 한다면 정치적 내용을 '전파'시키고 사람들을 모아내야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일 '정치적 형태의 공간'은 어떻게 존재하고, 어떤 것을 매개로 사람들을 모아야할까. 대세와 사람들의 욕구를 적극적으로 따르는 것만이 답일까 아니면 작은 파고라고 일으키기 위한 변화를 고민해야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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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은 시대의 최신 유행이기도 하면서, 가장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기도 하다. 돈을 내면서 까지 책을 읽겠다는 사람들의 모임이 늘어나면서 '책 모임'은 시대의 유행이 되었지만, 그것 이외에 책 모임이 모조리 사라지면서 책 모임의 다양성이 사라졌다는 측면에서는 다양성의 측면에서 가장 시대에 뒤 떨어져있다. 부산의 몇몇 대학 앞에는 토즈처럼 공부나 모임 공간을 대여해주는 '공간'들이 있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에 대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인 공간 대여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만 이것 역시 벽과 벽으로 각 방을 고립되어있어서 집단적 개인들의 독백을 만들어낼 뿐, 그 공간에 사람들이 모인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에 가장 많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공동체로서 부각되는 것은 '북 카페'들이다. 이들은 '책'을 매개로해서 작은 서점, 작은 카페를 추구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만난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정치적인 모임들과 공간으로서 적합할지는 미지수다. 이런 카페들은 SNS를 통한 마니아들의 형성으로 살아남는 것이 대부분이다. 책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책'이라는 하나의 컨셉을 붙잡고서 꾸준히 확장성을 가지는 모임들을 만들어가는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여러가지 공간의 형태가 있고 저마다의 장단점이 있다. 분명한 한계지점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그리고 대학에서 지속적으로 정치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공간'을 가진 '거점'을 만들어야 겠다는생각을 한다. 하지만 내 상상력의 한계는 열람실과 같은 '카페'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 속에서 조금 다른 진보적인 이야기를 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느슨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면 기존 방식의 공간에서 다른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한다. 형식과 구조는 그대로 두면서 내용만 변주를 주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사람들의 욕구를 파악해야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 사람들의 욕구는 어떻게 파악해야 할까. 인터넷 기사에 가끔 나오는 특이한 현상(특히 서울에서 일어나는)것을 사람들의 욕구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재 나와 우리의 역량상 특정한 대상에 집중해야할 텐데 대상을 선별한 욕구조사는 우리 수준에서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20대 대상이나 지역주민들이 목표라면 하단에서 제일 큰 쇼핑몰이나 대학 앞에서 가판이라도 깔고 설문조사라도 받으면 좋지 않을까.
사람들이 공간을 함께 점유하고 공동의 결과물까지는 아니더라도 공통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공간. 책모임과, 시낭독, 전시회와 영화 상영, 책 바자회, 알바노동상담, 비건채식모임 일상적이면서도 기존의 것들과 다른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의 형식은 어떤 것일까. 협동조합일까, 민중의 집일까, 북카페일까, 전문적 공간대여점일까. 또 몇명의 활동가들이 그 활동을 통해서 생계까지 유지할 수 있으려면 그 수입은 어디서 창출되어야할까. 실력과 인맥은 부족하고, 상상력마저 후달리니 어렵다. 제일 중요한 태초의 주체들과 자금들을 어떻게 만들어내야할지가 가장 큰 어려움이다. 누가 딱 1억만 주면 세상을 바꿔볼텐데 그 1억을 모으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몇배는 어려운 것 같다.
p.s 부산대 앞에 정말 좋은 카페에 와서 하는 미래에 대한 고민들. 뒤죽박죽 온통 고민으로만 가득찬 글. 공부하고 고민하면서 조금씩 정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http://v.media.daum.net/v/20180626000242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