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1)

by 바다

이별을 겪었다. 어느 날 처럼 나는 나의 우울에 대해 그녀와 이야기하고 있었고, 또 어느 날처럼 그녀는 나에게 그 우울에서 벗어나는 법에서 알려주었다. 나는 그녀의 방법이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녀의 방법에 의문과 저항을 번갈아가면서 했다. 지금에서야 생각하지만 그녀는 그 때 벌써 꽤나 지쳐있었던 것 같다. 전화를 끊고 집에들어와서 씻고 잠에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하트가 그려진 이름의 그녀에게 문자가 와있었고 나는 이별을 전달 받았다.


처음 하루는 그것에 그저 수긍했다. 그녀가 얼마나 힘든 고민들 속에서 나에게 이런 이별을 전달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내 생각보다 나는 나쁜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병에 대해서도 스스로 경멸했다. 나의 병이 이 사태를 만들어낸 것만 같아서 원망스러웠다. 내 병을 유발시킨 부모도, 선배도, 사람도 모두에게 화가 났다. 이윽고 나는 삶을 포기하고 싶어졌다. 도저히 그녀없는 내일을 맞이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정말 나쁜 생각이지만 내가 죽는다고 하면 그녀가 내 장례식이나 병원에라도 와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나쁜 생각은 곧 생각으로만 남아 휘발되었다. 그리고 나는 우울과 좌절에 빠졌다.


한편으로 그런 자신감도 있었다. 이전에 싸웠을 때 처럼, 나의 우울에 그녀가 힘들어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그녀가 돌아와줄 것이라는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한번을 연락하고, 두번을 매달리고, 마지막으로 꽃을 들고 찾아가서 연락을 하고 그녀가 만나주지 않아 그 꽃이 일반쓰레기통 안으로 들어가던 날, 그 자신감은 사라졌다. 이젠 수긍을 넘어 이별을 인정하고 있었다. 미련하게도 아직 가슴 한 편에는 시간이 지나고 내 병이 조금 더 나아지고 내가 더 사람구실을 잘하면 그녀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약돌 같은 희망이 남이있다. 미련할 것을 알지만 도저히 버릴 수는 없는 것이었다.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외로움이 몰려왔다. 나는 살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상담하는 선생님에게도, 나의 몇되지 않는 친구들에게도 모두 연락을 했다. 고맙게도 모두들 나에게 힘을 주었다. 공교롭게도 모두 하나 같이 '일상을 유지해라'는 과거 나의 조직과 같은 가르침을 주었다. 하지만 그 일상을 유지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나는 오늘도 냉동실에 남아있는 고기를 먹어치우고, 동생이 사다놓은 맥주를 충동적으로 마셨다. 하루종일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잠에 빠져있었고, 맥주 250ml에 숙취를 느끼면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자고나면 그녀에게 전화 한통이라도 와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나의 희망과 꿈일 뿐이다.


오늘은 도저히 일을 할 힘이 나지 않아서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면서 알바를 뺐다. 아마 걸린다면 점장에게 해고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해고는 별로 두렵지 않다. 더 두려운 것은 늘 전화하고 문자하던 시간에 전화를 할 수 없고, 문자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온전히 나 혼자서 살아가야한다는 것이 나를 가장 두렵게 한다. 늘 나를 기쁘게 했던 전화와 문자가 이제는 그녀에게 공포와 혐오만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 너무 슬프고 서럽다.


한달이 지나면 괜찮아질까, 두달이 지나면 괜찮아질까. 그녀는 시간이 약이라고 하지만 더 이상 약을 먹고 싶지는 않다. 살아가는 것만이 해결책이라 말하지만 더 이상 이것이 문제로 남아있는 것이 싫다. 솔직한 나의 심정은 다시 만나고 싶다. 그녀와 함께 다시 살아가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도 안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나는 과연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일까.


우울한 기분과 생각의 연속 속에서 친구들의 연락을 받으며 생각한다. 어쩌면 나는 혼자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연대 속에 숨쉬고 살아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이것만은 나의 희망이나 바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나는 앞으로도 살아가고 싶다. 하지만 이별은 앞으로의 삶을 계속해서 포기하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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