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는 길에 '호오'하고 바람을 불어보니 입김이 되어 나타났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소비에 미쳐날뛰던 시절에 구입한 롱패딩 겸 코트를 입어도 그리 덥지 않다. 걱정하던 조별과제도 일단 조가 만들어졌고, 어제 몇시간을 친구와 통화로 떠든 덕분에 울쩍하던 기분도 많이 좋아졌다. 점장한테 친 거짓말이 들통날 위기에 처해서 덕분에 알바도 얼른 때려치워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저런 하루를 보내고서 한 선배를 만났다.
지금도 가깝지는 않지만 원래 거의 일면식도 없던 사이였다. 그저 오며가며 그런 선배가 있다는 이야기정도만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연락이 닿았고 저번에 한번 만나서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그것이 이 선배와 나와의 첫번째 인연이었다. 이번에도 감사하게도 먼저 연락주셔서 만나서 밥을 먹었다. '뽈찜'이라는 것을 처음 먹었는데 원래 음식이 맛있는 것인지, 맛있는 집에서 먹은 것인지 참 맛났다. 매콤한 것에 취약해서 집 오는 길에 화장실에서 큰 변을 보기는 했지만 매우 맛있고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길을 걷다가 한 이쁜 카페에 들어갔다. 처음엔 개인 목공 작업소 인 줄알았는데, 목공 작업도 하시는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카페였다. 안에 들어가니 털이 복슬복슬한 고양이 두 마리가 나를 반겨주고, 온통 나무가 만들어내는 기분좋은 향기와 따듯함이 몸을 휘감았다. 도심 속에서 휴양림을 하는 느낌이었다. 시원한 자몽에이드를 한잔 마셨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들을 쓰다듬어 줬다. 쓰다듬어주는 동안 저것은 전 애인이 좋아하던 것들인데, 이 고양이들 전 애인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아직 선배와 이야기 나누는 것이 편안하다고만은 이야기할 수 없다. 하지만 함께 있으면 많은 에너지를 받는다. 당당하고 확신에 넘치지만, 어딘가 인간적인 모습도 있는 선배는 함께 있는 사람을 따듯하고 행복하게 해준다. 직설적인 화법으로 말하지만 전혀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아직 싸우거나 한 적이 없어서 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답답하게 꼬여있던 내 생각의 타래를 풀어주는 느낌을 받는다. 횡단보도 하나 건너는 것, 자신의 취향하나 말하는 것 하나하나 똑부러지는 사람이라 나도 이제 '어른의 세계'에 들어서려면 이런 느낌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롤모델이 되어주기도 한다. 아직까지는 멋지고 속시원한 사람 정도의 느낌이지만 앞으로 더 많이 만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감사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다.
오늘은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어서 차까지 선배가 모두 사주셨지만 다음에는 차라도 한잔 대접하고 싶다. 다음에는 내가 먼저 먹고 싶은 것을 정해서 연락을 해보아야겠다. 책방을 준비한다는 선배 이야기를 들었으니 다음에는 그 선배를 만나볼까 생각 중이다. 외롭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다양한 사람들이 누군가는 전화로, 누군가로 문자로, 누군가는 만남으로 그렇지 않다고 대답해줘서 너무 고맙다. 덕분에 앞으로도 꾸준히 살아갈 힘을 얻는다.